일본은오는 12월 일본 최대의 섬인 혼슈 북쪽 끝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이하 로카쇼) 핵 재처리공장에서 플루토늄 생산 ‘시험가동’을 시작한다. 열화 우라늄을 사용한 그동안의 시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핵발전소에서 빼낸 실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 플루토늄은 핵폭탄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은 2007년 5월까지 400t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무려 4t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계획이다. 핵폭탄 500개 이상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이후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 연간 처리량을 조금씩 늘려 2011년부터는 연간 800t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8t의 플루토늄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미국, 일본 등은 1990년대 초까지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에서 추출한 플루토늄 양을 11kg 미만으로 추산했다. 핵폭탄 1개에 플루토늄 5kg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2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 이것이 한반도 핵 위기를 불러왔다. 이 양과 비교하면 로카쇼 재처리공장의 능력과 크기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핵무기 재료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공장과 재처리공장 건설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5월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재평가회의에서도 일본의 플루토늄 생산시설 시험가동은 큰 문제가 됐다. 북한과 이란 핵개발 의혹 문제의 부상, 암시장에서의 거래, 동시다발 테러 등 2000년 재평가회의 이후에 발생한 국제사회의 이슈가 그 심각성을 부추겼다. 예컨대 우라늄 농축공장이나 재처리공장을 가진 나라가 NPT에 가입한 채 비밀리에 핵무장할 가능성, 이런 나라가 민생용이라며 핵기술이나 핵물질을 손에 넣은 다음 NPT를 탈퇴하고 핵무장을 추진할 가능성, 테러리스트가 공장에서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훔쳐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 이것을 제3국에 팔아넘길 가능성 등이 우려됐다.
문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동을 앞둔 재처리공장으로, 비핵보유국 가운데 처음으로 상업적 규모를 갖춘 로카쇼 재처리공장의 가동 여부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다른 나라에서 같은 시설을 가동한다 해도 이를 막기 어려워진다. 로카쇼 재처리공장이 운전을 시작하는 그 순간, 핵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로카쇼 재처리공장과 관련,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 로카쇼 재처리공장 가동에 반대하는 것과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다. 핵 발전을 추진하고 싶으면 핵 확산이란 문제를 떠안는 재처리에 반대해야 한다. 비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재처리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재처리 후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처분하든, 사용후 핵연료를 그대로 처분(직접 처분)하든 최종 처분장을 개발하지 못하는 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셋째, 일본 플루토늄 정책이 핵 확산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는 것은 일본의 핵무장계획 유무와는 관계가 없다.
빼앗을 수 없는 ‘핵권리’는 어디까지?
우라늄에는 핵분열을 일으키기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이 있다. 핵분열을 일으키기 쉬운 우라늄 235의 천연 우라늄 함유율은 0.7%. 나머지 대부분은 핵분열을 일으키기 어려운 우라늄 238이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사용하는 경수로형 원자로에는 농축공장에서 우라늄 235 함유율을 3~5%로 높인 것을 사용한다. 핵무기에는 90% 정도 농축한 우라늄을 사용한다. 원자로 안에서 우라늄 235가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제공하고, 우라늄 238은 플루토늄으로 바뀐다.
재처리공장은 원자로에서 다 쓴 사용후 핵연료를 잘라 녹여 강렬한 방사능을 가지는 핵분열 생성물에서 플루토늄과 타다 남은 우라늄을 분리한다(엄밀하게 말하면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생산’되고 재처리공장에서는 ‘분리’되지만, 재처리공장에서도 ‘생산된다’ ‘제조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플루토늄은 핵무기 재료로도 쓸 수 있고, 우라늄과 혼합해 원자로 연료로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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