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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종북좌빨-수구꼴통 분열이 한국외교 걸림돌”

송민순 前 외교통상부 장관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종북좌빨-수구꼴통 분열이 한국외교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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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軍에서 先經으로

▼ 우리의 대북정책은 어떠해야 하나.

“우선 지금의 먼지가 가라앉았을 때의 상황을 상정하면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경제에 무게를 더 두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북한 군부 등 강경파를 도와주는 조치는 피하는 게 좋다. 공식 관계가 막혀 있고 북한 내부의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남북 간 물밑접촉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먼저 움직여 작은 명분을 교환하는 데서 시작해 큰 명분으로 발전시키면서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대북 제재인 5·24 조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서도 그런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게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하는 ‘신뢰 프로세스’ 아닌가. 지금이 바로 창조적 대북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대에게 먼저 고개 숙이고 들어오라고 해서는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가만두면 북한 스스로 무너질 것’이란 희망적 기대보다는 북한의 대내외 환경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정책의 기초가 돼야 한다. 만약 김정은 정권 자체가 바뀌는 시나리오를 생각한다면 북한은 집단군사정권(Junta)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무엇이 덜 위험하고, 덜 반대해야 하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때다.”

▼ 우리의 대북 외교역량이 경제력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하나는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각에 극명한 분열이 있고, 그것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종북좌빨’이라 하고, 북한 체제를 부정하는 자세를 취하면 ‘수구꼴통’이라고 매도한다. 국민 사이에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결정적 걸림돌이 된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국 이후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대통령이 11번 바뀌었다. 같은 기간에 북한은 겨우 3번 바뀌었다. 단순 계산해도 우리보다 4배 정도는 긴 권력 기간을 갖고 있다. 5년 단임제는 대북정책을 시간에 쫓기게 만든다. 재임 중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나는 게 당연하다. 취임 초에는 큰소리치다가도 나중에 가선 ‘칼끝’을 잡는 모습을 보인 경우가 많다. 이는 대북관계에서뿐 아니라 대미, 대중, 대일정책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 일본에선 총리가 1년마다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일본이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들과는 달리 국력에 걸맞은 외교를 하지 못한다. 국제사회에서 돈은 내면서도 제 목소리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 다른 나라들의 외교는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치중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남북분단과 대결이라는 비정상을 공존과 통일이라는 정상으로 바꿔야 하는 책무가 더해져 있다. 그런데 남북과 남남이 갈등하는 열십자(+)형 분열에서 외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외교는 주로 끌려다니는 형국이고, 국력 자체는 작지 않지만 외교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최소한 국론 분열상은 그리 크지 않다.”

열십자 분열

송 전 장관은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내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4강 외교를 주도한 경험을 예로 들며 “우리는 ‘큰 장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때는 반드시 주변 4강과의 함수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주도하면 4강에 대한 우리 목소리가 커진다. 반대로 남북관계가 막히면 우리 입지가 위축된다.”

▼ 남북관계가 장기간 경색된 배경에는 북핵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북핵 문제가 바로 한반도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올바른 접근이 가능하다. 북핵 해결은 분단을 해소하는 거시적 방향과 맞닿아 있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은 긴 과제로 남겨두고 북핵을 외과적 수술로 도려내려 한다. 미국과 중국은 북핵을 우리처럼 절실한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둔다. 외교 무대에서 관찰해보면 중국은 북핵을 대미관계 차원에서 바라보고, 미국은 대중관계 차원에서 접근한다. 그런 구도에서 북핵 문제가 풀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가장 절박한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핵 사고라도 나면 한반도 전체의 피해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또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 구매에 매년 엄청난 돈을 투입해야 하고, 무엇보다 북핵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인이다. 북핵 해결의 진전 없이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동북아 평화협력구상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뭐 하나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물과 비료를 안 주니…”

▼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몇 차례 열렸다가 지금은 중단된 상태인데.

“6자회담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라는 마을에 심어놓은 정원수와도 같다. 정원수를 심었다고 저절로 자라는 게 아니다. 물도 주고 비료도 주면서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래서 북핵 문제의 가장 절박한 당사자인 한국이 정원수를 심을 때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그 뒤에도 한동안 잘 자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다 국내 정치적 계산에서 손을 놓고 다른 나라도 물과 비료를 주지 않으니 정원수가 비실비실해진 것 아닌가. 그런데도 일각에서 ‘쓸모없는 정원수다’ ‘가꿔봐야 열매도 안 열린다’며 비판만 하고 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북한이 붕괴될 때까지 기다리자, 흡수통일하자, 이런 기대는 손 놓고 감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얘기다. 나도 가슴으로는 그러고 싶다. 그런데 현실적 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서 답답하다. 북한의 핵 능력은 계속 확대, 발전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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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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