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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100% 안전판 아니다

  • 글: 한원희 / 세란병원 내과 과장

    입력2002-11-06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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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감백신, 100% 안전판 아니다
    보통 예방접종은 일생에 한두 번이면 족하다. 홍역, 백일해, 디프테리아 등 대부분의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어릴 적 맞은 백신주사 한 대면 ‘평생보험’이 된다. 그러나 독감은 매년 접종하는 게 원칙.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번거로운 예방접종을 꼬박꼬박 해도 완전한 ‘독감 탈출’이 어렵다는 점. 항체가 안 생겼거나 바이러스가 변종된 경우, 오염 환경에 노출돼 호흡기에 감염을 일으킨 경우가 대표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들 가운데 50∼80%에만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일반적으로 독감 바이러스엔 전세계적으로 유행할 수 있는 A형, 국지적 발생이 우려되는 B형 두 가지가 있고, 대다수 독감 바이러스는 공통분모가 있다. 따라서 한번 예방접종을 하면 어느 정도 면역체가 생기는 게 사실. 그러나 간혹 접종받은 백신과 다른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예방접종이 대개 그렇듯, 일부에선 항체가 생기지 않기도 한다. 때문에 접종과 감염의 이중고를 치른 이들은 예방접종에 회의적이기 마련. 그래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는 독감의 무시무시한 파괴력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0년 한해동안 국내에서 독감으로 사망한 이들은 177명. 이중 50대 이상이 80%를 차지한다. 노화에 따른 면역력 저하와 각종 성인병이 독감을 부르고, 독감이 다시 폐렴·폐기종·천식 등 합병증을 부른 탓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을 권할 때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을 강조한다. 특히 폐와 심장이 건강하지 못한 만성질환자, 당뇨·고혈압 등 성인병을 앓는 환자, 65세 이상 노약자에겐 예방접종이 필수다.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는 소아의 경우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이 유발될 위험이 커 역시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오염된 환경에 노출되기 쉬운 의료기관 종사자나 독감 유행지역 여행자, 기숙사 등의 집단 거주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예방접종이 필요하진 않다. 독감 예방주사나 달걀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거나, 6개월 미만 영아, 임신초기 임신부, 고열 환자 등은 금해야 한다. 부작용이 매우 크기 때문. 예방접종은 9∼10월이 적기. 통상 독감 유행시기는 11월 말에서 다음해 4월까지로 1∼3월에 발생빈도가 높다. 항체 생성과 예방효과를 고려할 때 10월까지는 접종을 마치는 게 좋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 겨울도 포근할 것이라고 한다. 추위가 덜할수록 바이러스 활동은 왕성해지므로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단단히 고쳐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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