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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⑮

꽃비빔밥, 퇴비로 익힌 달걀, 그리고 황홀한 청주 한 잔…아!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꽃비빔밥, 퇴비로 익힌 달걀, 그리고 황홀한 청주 한 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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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반찬, 꽃비빔밥

꽃비빔밥, 퇴비로 익힌 달걀, 그리고 황홀한 청주 한 잔…아!

꽃비빔밥. 된장찌개와 고추장만 있어도 상이 푸짐하다.

참새죽이나 퇴비 달걀 요리는 정말 어쩌다 먹는 것이다. 일상에서 설렘이 있자면 아무래도 제철 음식이어야 할 것이다. 지난 가을에 씨를 뿌려둔 조선배추에 꽃이 활짝 피어난다. 배추꽃은 줄기 꼭대기 꽃이 가장 탐스럽다. 줄기 곁가지에도 노란 꽃이 복스럽게 핀다. 밭 한 귀퉁이에 조선배추 열 포기만 있어도 꽃이 피면 밭 전체가 환해진다. 배추꽃에는 벌레도 많이 꼬인다. 그만큼 먹을 게 많다는 건가. 입맛이 절로 당긴다.

한 그릇 그득히 땄다. 집으로 와서 물에 씻었다. 사실 배추꽃은 씻을 게 많지 않다. 봄비가 온 뒤에는 먼지도 없다. 물에 씻는 건 꽃에 달라붙은 벌레 때문이다. 배추꽃에 잘 오는 곤충 가운데 배추흰나비가 있지만 이 놈은 사람만 다가가면 날아가 버린다. 꽃을 따는 데도 도망을 못 가는 녀석들은 대부분 작은 벌레들이다.

물에 한 번만 씻어 밥상에 놓았다. 꽃만으로도 먹고, 반찬으로도 먹고, 상추쌈에 얹어서도 먹는다. 향도 좋고 아삭거리는 느낌도 좋다. 뒷맛은 약간 매워 반찬이 절로 된다. 준비에서 먹기까지 그 과정이 행복하다. 이것도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배추꽃은 한 달가량 피기에 여러 번 먹을 수 있다.

5월초, 이맘때 가장 맛있는 꽃을 꼽으라고 하면 골담초꽃이 아닐까 싶다. 집 둘레에 심어두면 울타리 구실도 하고 꽃도 예쁘고 맛도 좋다. 이 꽃은 처음에는 풀빛이다가 꽃잎이 벌어지면 노란빛으로 바뀌며, 나중에 꽃이 시들면서는 적갈색을 띤다. 꽃 자체에 꿀이 많고 수분도 많아 아삭아삭 달콤하다. 쪼그리고 앉아 반찬으로 하려고 꽃을 따다가 보면 꿀벌이 둘레를 쉴 새 없이 날아다닌다. 꽃을 많이 따서, 모으기가 미안할 정도다. 더불어 같이 사는 생명으로 ‘지금 삶’의 충만함을 느끼곤 한다.



이렇게 꽃 반찬으로 하나둘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온 들판이 꽃밭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 꽃을 한꺼번에 먹고 싶다. 그건 바로 꽃비빔밥이 아닐까. 꽃비빔밥을 하자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들꽃 중 못 먹는 꽃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독이 있어 아주 쓴 꽃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무리지어 많이 피어 있어야 한다. 제비꽃처럼 드문드문 피어서는 비빔밥을 할 만큼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골담초꽃과 배추꽃은 꽃 비빔밥에 주된 재료가 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노란빛이어서 색깔이 단조롭다. 밭두렁에 피어 있는 광대나물꽃은 오래도록 핀다. 3월부터 5월까지 무리지어 피어난다. 이 꽃은 그 자체만으로는 별다른 맛이 없다. 맛이 묵직하다고 할까. 그러나 색깔이 홍자색이라 골담초꽃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다가 자운영꽃이 들어가면 색깔이 확 달라진다. 자운영은 꽃 하나에 흰빛과 붉은빛이 골고루 어울려 화려하다. 꽃잎 모양도 나비 여러 마리가 빙 둘러 앉아 있는 것처럼 매혹적이다. 맛도 상큼하다.

아들이 빚은 이양주(二釀酒)

꽃바구니 전체를 다시 보니 아무래도 흰빛이 적게 느껴진다. 그럼, 하얀 냉이 꽃이 있다. 하지만 뿌리와 달리 냉이꽃은 맛이 별로다. 그래도 색깔이 하얀빛이라 구색을 맞추기 위해 뜯는다.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꽃을 한 바구니 땄으면 물로 헹구듯 씻어, 물기를 뺀 다음 그릇에 놓는다. 식구마다 식성대로 먹는다. 그냥 꽃만 먹어보면서 꽃 그대로의 맛을 느끼기도 하고, 밥에 반찬으로도 먹는다.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보고, 상추나 취 잎에 쌈을 싸듯 먹기도 한다. 그러다가 먹을 수 있는 온갖 꽃을 모아, 한 그릇 가득 잡곡밥으로 비빈다. 꽃비빔밥이다.

비빔밥에 달걀을 부쳐 넣으려고 하니 아내가 말렸다. 된장찌개 두어 술에 햇고추장 한 술이면 좋단다. 포슬포슬 밥과 싱싱한 꽃들을 비빈다. 무슨 맛일까. 비비면서도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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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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