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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통해 사건 청탁했던 부장판사 직접 만난 적 있다”

‘벤츠 여검사’ 사건 폭로한 女강사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변호사 통해 사건 청탁했던 부장판사 직접 만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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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와인·상품권 의혹’ 부장판사가 카드깡 한 날짜, 장소 안다”
  • ● “올 초 ‘벤츠 여검사’가 전화해 최 변호사와 헤어지라고…”
  • ● “지난 7월, 내 사건 청탁했던 판·검사 세 명에게 탄원서 보냈다”
  • ● 최 변호사에게 성폭행당해 11주 진단받고 입원
  • ● 최 변호사와 3~4개월 동거…“그가 누굴 만나 뭘 청탁했는지 안다”
“변호사 통해 사건 청탁했던 부장판사 직접 만난 적 있다”
속칭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내연관계에 있던 부장판사 출신 최○○(49) 변호사에게서 벤츠와 샤넬백 등을 선물받고 신용카드를 받아 쓴 대가로 사건을 청탁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35) 전 검사는 12월7일 구속됐다. 이 전 검사는 2010년 10~11월 최 변호사가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사법연수원 동기인 창원지검 검사에게 전화로 청탁을 한 대가로 2010년5월부터 12월까지 5100만원 상당의 금품(법인카드 700여만원, 벤츠 리스 비용 3800만원, 샤넬 핸드백 540만원)을 받았거나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검사에게 사건을 청탁한 혐의를 받은 최 변호사도 이틀 뒤 구속됐다. 최 변호사에게는 변호사법 위반, 폭행, 감금, 무고 등 네 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두 사람이 구속된 이후 이 사건은 최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부산·경남지역 법조계 비리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이름이 거론돼온 몇몇 판·검사에 대한 수사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애초 이 사건은 최 변호사와 내연관계에 있던, 시간강사 출신으로 알려진 이○○(40)씨의 폭로로 시작됐다. 2010년부터 최 변호사와 알고 지내며 최근까지 내연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돈 문제와 최 변호사의 복잡한 여자 문제 등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지자 수사기관과 언론에 최 변호사와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을 고발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현재 검찰은 이창재(46) 안산지청장을 특임검사(특검)로 임명해 부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그동안 진정인 이씨의 주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왔고, 이씨와 최 변호사 간 대질신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현재 최 변호사가 받고 있는 혐의 네 가지도 모두 진정인 이씨와 관련된 것이다. 2010년 이씨가 절도 등의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최 변호사가 판·검사들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며 이씨에게서 1000만원을 받아간 것, 이씨를 감금하고 여러 차례 폭행한 것, 이씨에게 빌린 돈을 갚은 뒤 오히려 돈을 뜯겼다고 고소한 것에 대한 무고 혐의가 인정됐다.

진정인 이씨는 ‘벤츠 여검사’ 사건을 한 언론에 처음 제보한 이후에도 최 변호사가 법원에 로비를 했다고 고백하는 육성 동영상 등을 또 다른 언론에 공개해 논란을 키웠다. 그동안 이씨가 주장한, 2010년 불거진 이씨와 관련된 절도 등 사건을 검찰과 법원에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최 변호사에게 건넸다고 주장하는 금품은 현금 1000만원, 70만원 상당의 골프채, 명품 지갑, 100만원 상당의 와인, 상품권 50만원 등이다. 이씨에 따르면 최 변호사가 골프채는 이○○ 검사장, 지갑은 홍○○ 검사, 와인과 상품권은 윤○○ 부장판사에게 준다며 가져갔다. 윤 판사에 대해서는 최 변호사를 통해 법인카드를 카드깡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그러나 특검 수사결과 최 변호사는 대부분의 금품을 로비에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진정인인) 이씨에게 “법원과 검찰에 로비해 이씨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주기도 했다.



12월9일 밤, 기자는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이씨의 자택에서 이씨와 5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정식 인터뷰가 아닌 편안한 대화를 전제로 한 이 만남에서 이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날은 한때 내연관계였던 최 변호사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날이었다. 밤 11시경 시작된 이씨와의 대화는 다음날 새벽 4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이씨는 이 사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힌 적이 없었다.

비록 정식 인터뷰는 아니었지만, ‘신동아’는 이씨와의 대화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우선 그의 ‘탄원’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이 남녀간의 치정사건을 넘어 법조비리사건으로 번지는 등 이미 사회적인 관심사가 된 이상 진정인의 주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구속된 이 전 검사, 최 변호사 외에 앞으로 특검팀이 수사대상으로 삼을 예정인 여러 법조인과 관련된 의혹의 대부분도 이씨의 주장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이미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공적(公的)인 영역으로 넘어왔다고 판단했다. 다만 진정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진정인 이씨와 관련된 개인정보나 대화내용 중 지극히 사적인 부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폭행문제로 시작된 사건

이씨는 부산에 있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때 대학강사로 일하며 문학평론과 미술평론을 했고, 최근에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우선 그의 심경을 물었다.

▼ 오늘 최 변호사가 구속됐는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마음이 좋진 않아요.”

▼ 이 전 검사를 타깃으로 삼은 건 아닌데, 이 전 검사도 구속됐죠.

“(타깃이) 전혀 아니었죠. 제 타깃은 최 변호사였어요. 이 전 검사에 대해서는 미안함을 느낍니다. 어쨌거나 저 때문에 구속이 됐잖아요. 이게 다 앞으로 제가 지고 가야 할 짐이죠.”

▼ 이 사건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그야말로 돌발적인 사건으로 시작됐어요. 지난 7월에 제가 최 변호사의 차에서 폭행을 당했습니다. 최 변호사가 저를 차에 싣고 감금한 채 4차선 산업도로(상행선)를 달렸거든요. 나는 살려달라고 소리쳤죠. 그런데 그걸 어떤 사람들이 보고 신고를 한 겁니다, 112에. 그래서 최 변호사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서에 갔죠. 그렇게 시작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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