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리 위해 몸매 포기할 수야”
▼ 그러다 고교 2학년 때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프로의 길을 선택해야 할 시기였어요. 한국에서 국가대표를 할 만한 실력인지도 궁금했고요. 1년쯤 아마추어 생활을 했는데, 국가대표까지는 아니고 상비군 정도의 성적은 됐어요. 아마 국가대표 실력이 됐더라도 바로 프로로 전향했을 거예요.”
▼ 첫해 신인왕을 차지하고 그다음 해 2승을 올렸습니다.
“꿈에 그리던 나날이었죠. 많은 이에게 기쁨을 주고, 또 그들로부터 축하를 받았으니까.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죠. 그런데 나중에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런 기억들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들고 쓸쓸했던 것 같기도 해요.”
▼ 왜 갑자기 슬럼프에 빠졌나요.
“귀국 이듬해 2월에 어머니가 유방암 판정을 받으셨어요. 그 스트레스 때문인지, 저도 그해 5월에 장출혈로 수술을 받았어요.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죠. 골프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 배운 건데, 작은 부상이라도 무리하지 않고 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조금만 쉬면 금방 회복되거든요. 대회에 안 빠지려고 무리하면 나중에 더 심하게 아프더라고요.”
▼ 어떤 성격인가요.
“보기보다 털털해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애교도 많아요.”
▼ 슬럼프가 길었는데,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올해 초 부상 때문인지 평소 쓰던 클럽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어요. 시즌 중반에 과감히 아이언을 바꾼 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지난겨울 전지훈련의 도움도 컸죠. 이번에는 팀이 아니라 혼자서 훈련하다보니 제가 하고 싶은 것, 제게 필요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는 것 같아요. 비거리를 늘리고 싶어서 살도 조금 찌웠죠.”
▼ 비거리를 늘리려면 하체가 튼튼해야 한다고 하던데.
“비거리가 는다고 무조건 성적이 좋아지는 건 아니에요. 저는 올해 초 부상으로 비거리가 줄었는데, 아이언 샷 감각이 살아나면서 숏 게임에서 충분히 커버가 됐어요. 물론 비거리가 길면 좋지만, 그걸 위해 몸매를 포기할 순 없죠. 저도 여자거든요(웃음).”
▼ 멘털 때문에 상담도 받았다던데, 달라진 게 있어요?
이전에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원인에 집착하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미 문제는 생긴 거니 어떻게 해결해갈까’를 먼저 생각해요. 골프 할 때도 예전엔 버디 퍼트 기회를 놓쳐 파 퍼트도 어렵게 되면 ‘왜 잘못 쳤을까’ 자책하기 일쑤였는데, 이젠 ‘어떻게 잘 처리할까’를 먼저 생각하죠.”
▼ 지난해에 “30세 이전에 은퇴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유효한가요.
“아뇨, 생각이 바뀌었어요. 몇 년간 골프가 잘 안 풀리면서 힘이 들어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최대한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어요.”
“짧은 치마 입어도 잘 쳐요”
▼ 결혼 생각은 없어요? 이상형은?
“제가 빨리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겠죠. 이상형은 듬직한 남자? 키가 컸으면 좋겠고, 운동한 몸매에, 애교가 많고, 눈은 좀 처지고…. 그런 남자 있을까요, 하하.”
▼ 어떤 골프 선수가 되고 싶은가요.
“우리나라엔 골프를 그저 강인한 스포츠로 인식하는 분이 많은데, 사실은 굉장히 부드럽고 우아한 스포츠예요. 피겨의 김연아,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의 여성미는 인정하면서 왜 골프 선수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지…. 골프는 품격과 여성미가 넘치고, 짧은 치마를 입어도 잘 칠 수 있고, 그러니 여성들이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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