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2003년 분석한 ‘서울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도시관리방안’은 이러한 중심지들의 현재 위상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도심과 영동 부도심은 그 영향이 대생활권의 범위를 넘어 인접도시까지 미치고 있다. 영등포 부도심도 서남 대생활권의 핵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청량리-왕십리는 도심과 인접하여 동북권 핵으로서의 역할은 미약한 편이며, 용산 부도심은 영향권이 용산구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용산 부도심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용산공원 조성이라는 기회요인 덕분에 위상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대적으로 청량리-왕십리 부도심의 미래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청량리와 왕십리 사이의 연결성이 취약한 채 분리되어 있고 왕십리의 미개발지는 대부분 아파트 위주로 개발되어 개발 잠재력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량리는 전통적 도매시장에 의한 중심상업기능 이외에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서울의 도시공간구조.
결국 이를 실현할 전략은 중심지별로 어떤 기능의 전략거점을 설정하고 이들을 어떻게 연계시켜 시너지와 파급효과를 끌어내느냐다. 이를 통해 이들 지역이 실질적인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조속히 실현해낸다면 도시공간구조의 다핵화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보면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눈에 들어온다. 이들 5개 부도심이 지리적으로 한강에 접해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한강은 전통적인 지리적 한계가 아니라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영등포 부도심은 여의도를 통해 한강과 접해 있고, 영동 부도심은 삼성동 코엑스, 서울의료원 등을 거쳐 탄천과 한강의 합류부를 통해 한강에 인접해 있다. 용산 부도심과 상암·수색 부도심도 한강에 면해 있으며, 청량리·왕십리 부도심은 중랑천 합류부를 통해 한강에 인접해 있다. 이밖에도 한강 주변에는 5개 지역중심(천호, 잠실, 공덕, 신촌, 목동)과 9개의 지구중심(합정, 노량진, 흑석, 동작 ,한남, 약수, 건대입구, 구의, 암사)이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도심, 영동, 영등포 3핵만이 각각 도심생활권, 동남생활권, 서남생활권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용산과 청량리·왕십리는 도심의 강력한 영향권에 속해 부도심으로서의 위상이 미약했고, 상암 DMC 개발로 서북생활권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신부도심으로 승격한 상암은 한강과의 연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지리적으로 한강과 인접한 이들 중심지를 개발함에 있어 한강과 연계함으로써 한강축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서울의 발전 축으로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