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해결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1980년대 이전에 건설된 한강의 아파트 지구들은 이제 재건축의 시기에 도달했고, 기타 강변의 주거지역들도 재개발이 필요한 시점에 다다랐다. 한강변의 많은 곳이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거나 뉴타운 등 대단위개발구역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강의 개발과 관리가 현재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과거와 같은 개발방식이 되풀이된다면 한강의 문제는 영원히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재개발 후에는 밀도가 현저히 높아져 지금과 같은 방식의 재개발을 다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시점은 적절한 유도와 관리로 한강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한강변 개발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방식의 정립이 현시점에서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강을 막고 있는 고층아파트군. 흡사 병풍을 연상케 하는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이다.
현재 한강의 경관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한강의 경관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단조로운 고층아파트들이 한강변에 바싹 붙어서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이로 인해 강변의 아파트 주민들은 한강의 높은 조망가치를 누릴 수 있지만, 강변공원이나 강변도로를 이용하는 시민의 시야는 고층아파트의 숲에 의해 가로막혀 있다. 이 아파트들은 외부에서 강으로 향하는 조망도 차단하고 있어서 강을 건너는 다리나 강변도로로 나가야만 한강을 볼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강의 조망은 일반시민이 공유하는 사회 전체의 자산이 되지 못하고 강변의 아파트 주민 등 일부에 의해 독점적으로 사유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강으로 나가려면, 특히 보행이나 대중교통으로 한강에 가기 위해서는 숨어 있는 지하통로를 어렵게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한다. 한강의 공원은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도시 오픈스페이스가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내 마음먹고 찾아가야 하는 공간이다.
얼마 전 복원된 청계천이 큰 호응을 받은 것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점심 후 짧은 시간에도 손쉽게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 가까이에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한강의 공간은 청계천에 비해 훨씬 넓고 크지만 우리는 한강을 쉽게 이용하지 못한다. 만약 드넓은 한강을 청계천처럼 시시때때로 찾아가고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의 질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보라.

한강을 통한 서울의 생태축 연결 개념도.
한강으로 향하는 바람길도 개방해야 한다. 도시가 급속히 성장하고 녹지가 적어지면 각종 인공열과 대기오염으로 인해 도시의 기온이 주변보다 높아지는 열섬현상이 생기는데, 한강의 바람길은 이 열섬현상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강은 그 자체가 커다란 바람길이지만 강변의 아파트로 인해 강으로 통하는 바람길이 막혀 도시 내의 공기 흐름이 한강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근래 청계고가도로가 철거되고 물길이 열리면서 인근 도심의 여름 기온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었다. 한강으로 통한 바람길이 열린다면 서울의 전체지역에 이와 비교할 수 없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한강은 서울을 대표하는 중요한 경관자원이므로 한강변 건축경관의 관리는 그동안 중요한 과제로 지적돼왔다. 한강 연변의 조화롭지 못한 건축경관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초래된 결과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없었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한강변뿐 아니라 아파트단지의 시각적 차단은 오랫동안 문제시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다. 고층아파트의 시각적 폐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판상형(일자형) 아파트보다 건물의 전면 길이가 짧은 타워형 아파트를 짓고 단지 전체를 관통하는 시각회랑(통경축)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타워형 아파트도 여러 동이 들어설 경우 앞의 공간이 뒷 건물에 의해 차단된다. 통경축은 한 방향에서 보면 효과가 있지만 시점을 조금만 이동하면 건물이 겹쳐 보이고, 그 뒤쪽에 다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다시 조망이 차단되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