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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문화계 인사 8인이 제안하는 ‘내가 꿈꾸는 한강’

  • 정리·유은혜 | goltong93@freechal.com

전문가·문화계 인사 8인이 제안하는 ‘내가 꿈꾸는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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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을 바꾸려는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는 지금, 전문성을 갖춘 건축·도시설계 전문가들과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빛나는 문화계 인사들로부터 ‘내가 꿈꾸는 한강’을 들었다. 진행 중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극복과제와 대안에서부터 엉뚱하지만 신선하고 즐거운 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존하는 ‘한강의 꿈’ 한 자락.
짜릿짜릿 수중공원, 아기자기 수상가옥, 강물 위 펼쳐지는 영상쇼까지



전문가·문화계 인사 8인이 제안하는 ‘내가 꿈꾸는 한강’

일러스트레이션·임혜경

한강을 시민공간의 네트워크로

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한강을 개발하겠다는 서울시의 착상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접근하느냐의 문제다. 그러자면 한강의 장단점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강이 다른 도시의 강과 차별되는 점은 ‘지역을 나누는 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강의 폭은 1km로 양쪽 지역이 상당히 멀기 때문에 양안을 통합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이는 한강의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를 전체적으로 아우른다는 점은 한강이 지닌 최대 장점이고, 이것이 한강을 바라보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전문가·문화계 인사 8인이 제안하는 ‘내가 꿈꾸는 한강’
전문가·문화계 인사 8인이 제안하는 ‘내가 꿈꾸는 한강’
서울 시민들은 일상생활을 통해 한강을 무수히 지나다닌다. 그러나 정작 한강을 자신의 생활공간으로 인식하고 그곳에 가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가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장소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강 개발의 핵심은 시민들이 가고 싶어하고 또 서울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두어야 한다. 한강만 파편적으로 잘라서 보고 개발할 것이 아니라 서울의 도시 구조 속에서 한강을 봐야 한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 강 바깥이 아니라 강 안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파트와 도로 때문에 한강에 가기 어렵다면, 강에 도로가 면하게 하지 말고 강에 시설이 면하도록 하면 된다. 여기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는 시설을 배치하면 그곳에 가기 위한 크고 작은 접근로가 생기면서 접근성이 높아진다. 다만 대규모 시설 몇 개 만드는 것보다 작은 단위의 공원이나 문화공간을 곳곳에 점점이 포진토록 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구조를 한강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서울 전체에 거미줄처럼 퍼뜨려야 한다. 숲을 예로 들어보자. 한강 인근 몇 곳에 대규모 숲을 만드는 데서 그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자주 찾겠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겐 여전히 먼 곳에 불과하다. 그래서 서울의 숲들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서울의 숲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일종의 ‘라인’을 형성하는 것이다. 쇼핑 공간이나 역사체험 공간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면 어디선가는 숲과 쇼핑이 만나고 어디선가는 쇼핑과 역사공간이 만난다. 이렇듯 공간과 공간이 만나는 지점에 휴식공간을 만들어 끊임없이 연계되는 도시의 네트워킹을 이뤄내야 한다. 한번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면 서울 어디에서도 숲을 산책하다 쇼핑을 할 수 있고,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다 휴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강에 접근하는 방법이 한결 수월해짐은 물론이다.

시민의 삶에 밀착한 도시구조란 특정 시설이 어느 한군데에 집중되는 봉건적인 구조를 탈피해 이처럼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한강 개발도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해야만 큰맘 먹어야 한번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슬리퍼 신고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시민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강과 도시와 시민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관광자원이다. 진정한 관광상품은 스펙터클한 무엇이나 일회성 이벤트 공간이 아니라 그 지역의 특징인 문화 자체다. 역사와 문화와 자연을 향유하는 서울 시민의 리얼한 삶이 펼쳐지는 한강이라면 세계 어느 도시와 견줘도 차별되는 서울의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공영역의 디자인이란 간판만 예쁜 것으로 바꾼다고 끝나는 작업이 아니다. 시민 스스로 교통질서를 지키게 하는 도로체계를 만들고, 시민 스스로 모이는 공원과 시장 같은 ‘공간 구조’를 만드는 게 진정한 공공영역 디자인이다. 따라서 당장 눈에 보이는 현란한 장치들보다 한강이 과연 서울에 어떤 의미인가 하는 본질적인 고민이 깊어야만 한강의 미래도 열린다.

다행히 서울은 산과 강이 있기에 조금만 수정하면 언제든 원형으로 복원이 가능한 아름다운 도시다. 한강을 통해 서울의 원형을 잘 살린다면, 어설프게 흉내 낸 워싱턴도 파리도 아닌 서울의 정체성이 명확해질 수 있다. 서울이 진정 건강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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