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호

“대북 강경책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인터뷰]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

  • 글: 이정훈 hoon@donga.com

    입력2002-11-29 1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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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 만에 재연된 북핵 위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최성홍 외교장관은 제네바 합의 중에는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이행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것이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는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다. 최장관은 일본이 제의한 6자회담은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으나 북-일간 대화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북 강경책 고려하고 있지 않다”
    10월17일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는 발표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1993~94년에 있었던 북핵 위기가 재연되는 것일까. 김대중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햇볕정책을 펼쳐온 것일까. 우리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와 고이즈미 총리의 일본 정부와는 어떻게 공조할 것인가. 8년 만에 재연된 북핵 위기의 본질과 대책을 짚어보기 위해 최성홍(崔成泓·63)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났다.

    IAEA 사찰 통해 북핵 문제 해결해야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은 무엇입니까. 정부는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을 용인할 생각입니까. 제네바 합의 이전에 북한이 추출한 것으로 확실시되는 플루토늄 보유는 인정하는 것입니까.

    “우리 정부의 기본 생각은 북한의 핵 개발은 절대 용인할 수 없으며, 북한은 문제의 핵 프로그램을 조속히, 가시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8차 남북장관급 회담과 3차 남북 경추위에서 이러한 생각을 단호히 전달한 바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일본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동원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제네바 합의서는 ‘제네바 합의 체결 이전의 핵문제는 IAEA의 사찰을 통해 규명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이 하루 빨리 IAEA의 사찰을 받기 위한 협조를 개시할 것을 기대합니다. IAEA의 사찰을 통해 북한이 IAEA에 신고한 플루토늄 추출건이 완벽히 밝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현상태에서 동결(freeze)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북한 핵문제가 다시 불거진 지금, 동결을 선택한 클린턴 정부의 결정이 옳았다고 보십니까.

    “지난 8년 간 제네바 합의는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동결시켜 한반도 안정에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 개발계획이 밝혀짐으로써 제네바 합의가 손상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네바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영변 핵시설을 다시 가동케 하는 구실을 줄 우려가 있는만큼, 미국 일본 등 관련국과 긴밀히 협의해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제네바 합의 위반입니까? 제네바 합의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을 금지한 것으로만 해석해야 합니까.

    “제네바 합의 3조 2항은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들을 일관되게 취한다(The DPRK will consistently take steps to implement the North-South Joint Declaration on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라고 돼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1992년 남북한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한 것은 제네바 합의 3조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네바 합의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대전제로 한 것입니다. 제네바 합의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 북한이 취해야 할 대표적 조치로 플루토늄 추출과 관련된 핵 시설의 동결 유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행, 핵확산 금지 조약(NPT) 잔류와 IAEA의 전면안전조치 협정 이행, 그리고 남·북 대화에 응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어겼을 경우에도 우리는 이 합의를 준수할 생각입니까? 그리고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어긴 것으로 판단될 경우 우리 정부는 어떠한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까.

    “제네바 합의 서명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입니다. 따라서 이 합의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했을 경우 다른 당사자인 미국은 제네바 합의상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합의가 지난 8년 간 북한 핵 시설을 동결함으로써 한반도 안정 유지에 기여해 왔음을 감안할 때, 제네바 합의의 장래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 단계에서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로 되돌아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네바 합의 지키는 것이 급선무

    -제네바 합의는 미국과 북한이 체결한 것이지만, 이 합의서 내용이 적용되는 지역은 한반도입니다. 한국은 합의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이 합의를 지켜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북한이 제네바 합의 이전에 생산한 핵을 그대로 보유한 채 추가로 농축우라늄까지 생산하고 있다면, 우리는 제네바 합의를 폐기할 수도 있는 것은 아닌가요.

    “법리적으로만 보자면, 우리는 서명 당사자가 아니어서 북한을 상대로 제네바 합의 폐기를 선언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KEDO 이사국으로서, 경수로 건설 같은 제네바 합의의 이행과 관련된 부분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니만큼, 제네바 합의 이행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크다고 봅니다.

    현 단계에서 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네바 합의의 장래에 대해서는 한·미·일 3국이 긴밀하게 공조해 신중히 검토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고 봅니다.”

    -사실상 제네바 합의가 무력해지고 경수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신포지구에서 공사중인 우리 기술자들은 어떻게 됩니까.

    “가설적인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만…, 경수로 건설에 투입된 인원을 보호하기 위해 KEDO와 북한 간에는 ‘특권·면제 및 영사 보호 의정서’ 등이 체결돼 있습니다. 만에 하나 경수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에 대비해 관련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자 합니다.”

    -북한 지역을 상대로 IAEA의 특별사찰이 감행되도록 할 의사는 없습니까.

    “북한이 실제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폐기했는지는 검증(verify) 과정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11월7일 방한한 미국 국방부의 파이스 차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이 북한과 개성공단 건설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북한 핵문제는 많은 나라의 이해가 걸린 문제다. 지금은 북한에 국제적인 합의를 어겼을 때는 다른 나라와 정상적인 교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 시기다. 그런데 (한국이) 북한과 정상적인 교류를 한다면, 북한은 면책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이에 대한 장관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지난번 APEC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비록 북한 핵문제가 불거졌지만, 기존 대화채널과 합의안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합의가 있었습니다. 개성공단 건설은 새로운 합의가 아니라 지금까지 남북이 논의해오던 안건입니다. 3국 정상회담은 북핵문제를 푸는데 있어 남-북대화와 북-일대화가 중요한 채널이라고 합의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불가침 조약을 맺자고 제의한 데 대한 우리 정부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 10월25일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밝힌 바 같이, 북한은 핵개발 계획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고, 이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조속히 해소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철도를 잇기 위한 군사회담을 제외하고는 일절 군사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문제의 핵심은 군사상황인데 우리 정부를 상대로는 불가침조약을 맺자는 제의도 하지 않는 겁니다. 이에 대한 장관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6·15 공동선언 후 남북간에는 군사적 신뢰구축과 평화정착을 위해 군사당국간 회담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습니다. 그동안 한 차례의 국방장관회담과 일곱 차례의 군사실무회담이 개최되었으며, 지금도 군사당국간 실무접촉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경의선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 위한 남북 관리구역 설정과 군사당국간 핫라인(Hot-line) 설치, DMZ 내의 지뢰제거 작업 등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전은 군사적인 긴장완화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간 불가침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이미 1991년 12월 체결되었고, 1992년 9월 이 합의서의 부속문건으로 ‘남북 불가침합의서’가 체결돼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은 이러한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남북 불가침협정 이미 맺었다

    -일본과 러시아가 한반도문제를 풀기 위해 6자회담을 제의한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우리 정부는 6자회담을 수용할 생각입니까. 4자회담과 6자회담을 어떻게 조율할 생각입니까.

    “한반도문제는 당사자가 해결하는 게 원칙입니다. 우리 정부는 남북한 당사자간에 화해와 협력을 통해 스스로 한반도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얼마 전 6자회담을 제안하고 러시아가 이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으나, 여타 관계국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습니다. 또 북한 핵개발 문제와 미·북 관계의 경색으로 6자회담 논의는 잠잠해진 상황입니다. 지금의 상황에 6자회담을 논의하는 것은 별로 실용성이 없습니다.

    4자회담은 1954년 전후 처리를 위해 열린 제네바 회의의 연장선에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1997년 12월 출범한 회의체입니다. 이 회담은 정전협정의 직·간접 당사자간 협의를 근간으로 합니다. 4자회담은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한반도 내 긴장완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반면 6자회담은 논의할 의제 및 회의 성격이 정해지지 않고, 다양한 구상들만 제기되고 있는 막연한 수준입니다. 6자회담에서는 한반도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동북아 안보문제와 동북아 국가 간의 신뢰구축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한반도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6자회담을 제안한다면, 우리는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한반도문제는 남북한 당사자가 우선적으로 풀어 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북한과 수교할 경우 배상금(혹은 청구권 자금)을 ODA 자금 지원 방식으로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의사를 환영하십니까.

    “일본과 북한은 9·17 평양선언을 통해 과거 청산 문제를 경제협력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일본은 북한 핵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 등 주요 현안들이 해결되고 일-북 국교정상화가 되면 대북 경제협력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북 관계가 진전돼 북한이 경제협력 등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한다면, 북한의 개혁·개방과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은 북한 지역을 우리 영토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계 법률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반(反)국가단체로 보고 있는데, 그러한 단체를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까.

    “헌법이 북한지역을 우리 영토로 보고, 국가보안법에서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91년 유엔에 가입했고 최근에는 EU국가와 수교하는 등 국제적으로는 하나의 정치적 실체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듯 우리 국내법과 국제법적 현실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현실 인식 위에 우리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만 보던 경직된 눈에서 벗어나 통일을 위한 대화와 교류의 대상으로 보는 ‘이중성(二重性)’을 대북정책에 전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수교과정에 북한에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유상·무상의 경협자금도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서구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한 데 이어 일본과도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 개혁·개방으로 나가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도움을 주리라 희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북 수교과정에 대북경협 지원이 성사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통일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일본의 대북 수교교섭과 경협 지원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대북정책에 대하여 한·미·일 3국은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중성 정책으로 북한 상대

    -북한 핵문제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은 계속 유지됩니까. 햇볕정책을 진정한 개입정책(engagement policy)으로 본다면, 우리는 북한이 개입정책을 거부할 경우 북한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제재수단은 무엇인가요. 일각에서는 과거의 팀스피리트 훈련이 그러한 구실을 했다고 지적하는데, 이 훈련을 재개할 생각은 없습니까.

    “햇볕정책은 안보를 튼튼히 하여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적극적인 화해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냉전이 끝난 이후의 국제질서 변화와 북한의 계속된 경제난 그리고 남북간의 국력격차 심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추진한 것입니다.

    남북한 관계는 그동안 교류와 협력 그리고 화해과정을 통해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하였으며, 이러한 관계 개선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화해와 협력정책의 기조는 계속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상황에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 같은 강경책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 같으면 우리 외교통상부는 북한의 핵보유를 반대하는 국제여론을 만들기 위해 상당히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지금의 외교통상부도 제3국을 상대로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의 공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판단 위에 정상회담과 대북정책조정관감독그룹(TCOG)회의 등 여러 레벨에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한반도 주변 주요국가에 대해서는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을 설득하게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EU 등 KEDO에 참여한 국가들을 상대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외교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거나 경제적인 혜택이 있을 경우 약간의 개혁 개방을 합니다. 이때마다 한국 언론은 자본주의를 채택했다며 대서특필했습니다만, 북한은 변한 게 없었습니다. 북한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주는 혜택이 필요할 때만 일시적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햇볕정책이 북한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 아닙니까.

    “변화는 급작스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변하지 않겠다고 생각해도 사태 변화에 대처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변하는 것이 변화입니다. 지금의 북한과 3년 전의 북한을 비교해보십시오. 상전벽해 아닙니까. 우리 정부는 매년 2억2000만달러를 후진국에 ODA(정부개발원조) 자금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와 별도로 수억 달러를 장기저리 차관으로 제공합니다. 이는 국제사회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 즉 평화 분담금(peace dividend)을 부담하는 것입니다.

    우리 바로 옆집이 북한이고 북한은 직접적으로 우리와 영향을 주고받는 곳입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이 당장의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상황에 적응하다 보면 북한도 크게 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외교에서도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리는 경제 원칙은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원을 주고 유도할 수 있는 변화를 100원을 주고 유도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사태에 밀려서 대처하면 100원을 주고도 변화를 유도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황은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께서 평양을 방문한 것이 바로 상황을 만들어나간 경우에 해당합니다. 지도자는 보통사람의 어깨 위에 서서 좀더 멀리 보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시 미국 정부는 북한 핵을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이러한 대북정책을 지지할 것입니까. 아니면 독자적인 노선을 걸을 예정입니까.

    “APEC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평화적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것이 답이 되겠군요. 1994년 북핵 위기 때는 미·북 대화 채널만 가동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 대화와 북일 대화 그리고 EU와 북한 관계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미·일 3국의 공조체제도 강화되고 있어 북한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봅니다.”

    남북군사회담 자주 할 것

    -북한은 안보·국방 문제는 미국과 얘기하고, 한국과는 경제문제만 얘기하겠다는 자세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를 계속 수용할 생각입니까.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에 5대 핵심과제를 선정해 놓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5대 핵심과제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 개성공단 개발사업, 금강산 관광 활성화 같은 경제·인도적 사업과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군사적 신뢰구축 및 긴장 완화 등 군사·안보 분야 과제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16일 남북한 군이 철도·도로 연결 관련 군사적 보장합의서를 체결한 것은 비록 초보적인 단계지만, 군사·안보 분야에서 결실을 거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되면, 안보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은 앞으로도 유효합니까.

    “비핵화 선언은 1992년 12월 남북이 공동으로 한 것이고, 1994년 미국과 북한이 서명한 제네바 합의문에도 북한은 이 선언을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일본·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가들이 모두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멕시코에서 열린 APEC회의 선언문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또 11월 캄보디아에서 개최된 ASEAN+3 정상회의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지하는 선언이 채택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선언은 유효하며, 향후 남북대화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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