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람들은 일간지의 시사만평보다 인터넷을 떠도는 패러디물을 먼저 펼쳐본다. 영화 포스터 바꿔치기,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언뜻 보면 유치하기만 한 시사 패러디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하루에 한번씩은 패러디물을 찾아 인터넷을 서핑한다는 회사원 우영석(33)씨는 인터넷 패러디를 숙취로 쓰린 속을 확 풀어주는 해장국에 비유했다.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웃긴대학(www.humoruniv.com) 등 유머 사이트들은 ‘패러디 공장’으로 불린다. 최근 해킹을 당해 더욱 관심이 높아진 라이브이즈닷컴(www.liveis.com)은 시사패러디 시리즈인 ‘대선자객’을 책으로 펴냈다. 미디어몹(www.mediamob.co.kr)의 패러디 영상 뉴스인 ‘헤딩라인뉴스’는 KBS 텔레비전 ‘시사투나잇’의 고정코너로 자리잡았다. 패러디가 네티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보니 각 정당에서도 패러디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
정치뿐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나 새로운 관심사가 생길 때마다 네티즌들은 패러디를 표현 도구로 활용한다. 대장금 패러디는 드라마가 끝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칼럼니스트 김용섭씨는 “패러디는 패러디일 뿐, 그것을 확대 해석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패러디에 대해 수사기관이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물론 지나치게 악의적이거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패러디에 대해서는 네티즌 스스로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패러디 문화는 1998년 딴지일보(www.ddanzi.com)라는 패러디웹진이 등장하면서 보편화되기 시작해 지금은 여론을 살피는 중요한 척도가 됐다. 물론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힘 있는 어른’들은 속이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패러디를 보고 웃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여론의 향방을 읽고 개선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