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중년이 되면서 똑같아지는 것이 또 있단다. 40대가 되면 공부 잘하던 사람이나 못한 사람이나 똑같다고 한다. 그 나이에는 취업시험을 치를 일이 없기 때문이다. 50대가 되면 잘생긴 사람이나 못생긴 사람이나 똑같단다. 얼굴이 주름지고 망가지기 시작해서다.
그렇다면 60대가 되면? 마누라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똑같다고 한다. 그때는 ‘거시기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70대가 되면 돈이 많으나 적으나 똑같단다. 돈 많다고 세 끼 이상 먹는 사람은 없으니까. 오히려 장수하려고 소식한다. 80대가 되면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똑같다고 한다. 살아 있어도 죽은 것과 행동거지가 비슷하다나?
결국 나이 들면서 의식주가 비슷해진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여자는 35세부터 노화가 나타나는데 양명(養命)맥이 약해져 얼굴이 마르고 머리털이 빠지기 시작한다고 쓰여 있다. 42세가 되면 3양맥이 위에서부터 쇠약해져 얼굴에 윤기가 없어지고 머리털이 세기 시작하며, 49세가 되면 임맥이 쇠약해져 월경이 끊기고 몸이 약해지므로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된다.
또 남자는 40세가 되면 신기가 약해져서 얼굴이 초췌해지고 수염과 머리털이 희어지기 시작하며, 56세가 되면 간기가 약해져 힘줄을 잘 놀릴 수 없고 천계(天癸)가 약해지면서 정액이 줄어들고 신(腎)이 허약해지며 몸도 쇠약해진다. 64세가 되면 치아와 머리털이 빠지고 오장육부가 모두 쇠약해지며, 뼈와 힘줄이 늘어지고 천계가 끊어지기 때문에 몸이 무거워 똑바로 걷지 못하고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건강을 잘 지켜서 중년 이후에도 성생활을 즐기고 자식을 낳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처럼 피부가 깨끗하고 머리도 총명해지며 성적 매력도 풍부하고 품위 있게 보일 수는 없을까. 이런 욕구를 두루 충족시킬 수 있는 한방 약재가 ‘사향(麝香)’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사향은 사향노루가 여름에 뱀과 벌레를 잡아먹고 나서 겨울에 음경 앞 사향주머니 속에 가득차는 것인데, 춘분 때 채취한 생것을 상품(上品)으로 친다. 사향은 보신제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흥분, 강심, 진정, 진경제로도 쓰이는데, 인체의 막힌 곳을 뚫어주고 해독 작용을 하기 때문에 모든 병을 사향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사향의 성분 중 페로몬은 곤충이나 각종 동식물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상호 정보교류를 하게 해주어 종족번식과 생명유지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클레오파트라나 황진이 등 역사를 뒤흔든 세기의 미녀들은 무한한 성적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천연사향을 유혹의 향으로 은밀히 사용했다는데, 여기서 힌트를 얻었는지 모 화장품회사는 남성을 유혹하는 페로몬 성분을 넣은 향수를 팔고 있다.
조선 인조 때의 문신 이덕형의 ‘송도기이(松都奇異)’를 보면 황진이가 머무는 방 안에서 때때로 이상한 향기가 났는데 며칠씩 없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향랑’이란 여자들을 두어 어릴 때부터 매일 사향을 먹게 했다. 왕은 정력 증강과 기분전환을 위해 주기적으로 향랑과 동침했는데, 한번 동침하면 사향 향기가 며칠 동안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신부가 사향을 너무 많이 뿌려 신랑이 향에 취해 기절한 것을 허준 선생이 묵은 대변 냄새로 치료했다는 일화도 있다.
골프 잘 치게 하는 약이라며 재벌2세 박모씨가 복용한 뒤 하룻밤에 여자 탤런트를 10명씩이나 데리고 놀았다 하여 정력제로 더 유명해진 ‘공진단’도 사향에다 몇 가지 약재를 넣어 만든 것인데 원래 정력제는 아니다. 선천적으로 허약한 자를 위한 보약인데, 사향이 들어가 성적으로 더 흥분하고 더 황홀하고 매혹적으로 느낄 뿐이다.
죽어가는 자도 눈을 뜨게 한다는 기사회생의 중풍치료 명약 우황청심원의 주성분 또한 사향. 가정에서도 사향을 매일 0.1∼0.2g씩 물과 함께 복용하거나 꿀 한 술에 타서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심장이 튼튼해지며 신장은 따뜻해지고 기운이 난다.
여름에 무성한 푸른 나무를 청춘기라고 한다면 가을의 단풍 든 나무는 중년기에 비유할 수 있다. 비록 사향 한 쪽 못 먹어도 부부간에 단풍구경 다녀올 사랑만 있다면, 여름처럼 푸르고 싱싱하지는 않더라도 중년의 성은 아름답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