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4시 반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대선 개표 상황실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당선인이 얻은 표는 5년 전 제19대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785만2849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699만8342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220만8771표)가 얻은 표의 합계(1705만9962표)보다 불과 67만여 표 적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와 중도 표심이 윤 당선인을 중심으로 총결집했다는 뜻이다.
윤 당선인은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10일 오전 4시 반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대선 개표 상황실에 도착해 “오늘 이 결과는 저와 우리의 국민의힘, 우리 안철수 대표와 함께한 국민의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함께 멋지게 뛰어준 우리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 이 두 분께도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우리 모두 함께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싶고 두 분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승리로 야권은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10년 주기 정권교체론’도 깨지게 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한국 대선은 한 진영이 두 번 연속으로 대통령을 배출한 뒤 정권이 교체되는 수순을 밟아왔다. 민주당은 2020년 4·15 총선에서 국회 300석 중 180석을 획득한지 채 2년도 안 돼 정권을 내어줬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6월 29일 정치 참여 선언 이후 불과 254일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초유의 사례도 남기게 됐다. 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경력이 없는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다. 첫 선출직 출마를 통해 대권을 거머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뒤바뀐 여야는 공히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113석(국민의힘+국민의당)의 소수정당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여권은 선거 기간 내내 윤 당선인을 두고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며 공세를 펴왔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사청문회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선거 책임론을 놓고 내홍에 휩싸일 전망이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총사퇴가 불가피해지면서 당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의 ‘비대위원장 등판설’이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