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호

승리하려면 붉게, 더 붉게…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6-06-08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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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하려면 붉게, 더 붉게…
    2006년에도 붉은색이 승리를 부를 것인가.

    3월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앙골라와의 평가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독일월드컵에서 입을 새 유니폼을 선보였다. 2002년부터 쓰인 ‘핫 레드’가 더욱 선명해지고, 푸른색 계열이던 바지는 흰색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계산이 숨어 있다. 바지의 흰색이 셔츠의 붉은색을 더욱 밝고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커 보이고 움직임은 더 빨라 보인다는 것.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과 경기할 때도 대표팀이 시각적으로 작아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붉은색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여러 색깔 중 붉은색이 가장 먼저 눈에 띄기 때문이다.

    사람 눈의 망막세포는 크게 두 가지다. 이 중 색깔을 느끼는 원추세포는 낮에 활발하게 활동하며 파장이 긴 붉은빛에 민감하다. 그래서 밝은 곳에서는 붉은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붉은색이 위협색이기 때문에 전투적인 스포츠에서 승리를 안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붉은색 유니폼을 입으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더욱 활발하게 분비돼 공격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영국 듀햄대 러셀 힐 교수팀은 유럽축구대회인 ‘유로 2004’에 참가한 각국 대표팀의 승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 승률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골도 더 많이 넣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축구뿐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에도 붉은색 바람이 일고 있다. 프로야구팀 중 붉은색 유니폼을 고집한 곳은 해태(KIA의 전신)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화와 SK가 붉은색 유니폼 대열에 합류했다.

    한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를 세계 4강으로 이끈 김인식 감독이 있고, SK는 시즌 초반 1위를 질주했다. 스포츠에서 붉은색이 승리를 이끈다는 ‘공식’이 맞아떨어진 것은 아닐까.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에서도 지난해 가장 유행한 색이 붉은색이었다고 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선출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취임식에서 붉은색 옷을 입었고,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도 붉은색 옷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독일 최고의 명문 축구 구단인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도 붉은색이다.

    태극의 양(陽)을 의미하는 붉은색 유니폼이 태극전사의 투지와 승리를 향한 집념에 불을 지펴 2002년의 4강 신화를 재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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