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호

빛을 내는 반도체, LED 세계대전

삼성 저력에 세계가 덜덜

  •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

    입력2010-04-29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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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팽창하는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갈 지경이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바로 빛을 내는 반도체, 발광다이오드(LED) 시장. 세계는 삼성과 LG를 앞세운 한국이 반도체보다 더 커질 세계 LED 시장을 장악할까 잔뜩 긴장한 눈치다. 과연 삼성과 LG는 한국에 또 하나의 ‘먹을거리’를 가져다줄 것인가.
    빛을 내는 반도체, LED 세계대전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 내 위치한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의 내부 전경. 오른쪽 벽면이 LED 조명으로 꾸며졌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4번 출구는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d′light)와 연결돼 있다. 여기서는 삼성전자의 TV, 노트북,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냉장고 등 최신 제품을 모두 만지고 사용해볼 수 있다.

    요즘 딜라이트의 대표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3D LED TV다. 삼성전자는 3월 세계 최초로 풀 HD 3D LED TV를 출시했다. 딜라이트에서 가장 전망 좋은 코너에 이 ‘신문명(新文明)’이 가죽소파를 거느린 채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46, 55인치의 대형 평판에 두께가 3㎝도 안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LED TV를 출시, 세계시장에서 260만대를 팔아치우며 TV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리고 올해는 ‘3D LED TV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는 “3D 200만대를 포함해 LED TV를 총 1000만대 이상 팔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업계 전망은 더 장밋빛 일색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1800만대까지 무난히 판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도 이에 질세라 ‘인피니아’(INFINIA)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어 LED TV 시장 공격에 나섰다. 올해 3D LED TV 100만대를 포함해 총 700만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각오. 올해 프로야구 시즌 LG트윈스 선수들은 인피니아 로고가 새겨진 헬멧을 쓰고 뛴다.

    LED로 TV 패러다임 이동



    직화구이 냄비가 인기를 얻자 고구마 몸값이 뛰었다. 한국의 휴대전화가 불티나게 팔리면 미국 퀄컴이 웃는다. 요즘 애플 아이패드(iPAD) 덕분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주목받고 있다. 이 두 회사가 아이패드의 ‘두뇌’인 반도체와 ‘얼굴’인 LCD를 각각 공급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LED TV로의 이동에서 주목할 것은 TV보다는 LED다. 지난해 55억달러(약 6조1500억원)였던 세계 LED 시장 규모가 올해 71억달러(7조9300억원)로 수직 상승할 전망이다. 그 원동력은 9할 이상이 LED TV에서 나온다. 지난해 320만대였던 세계 LED TV 시장이 올해 2600만~4000만대로 10배를 넘나드는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40인치 기준으로 LED TV 1대에 들어가는 LED 칩은 200개 내외. 즉, 올해 판매되는 LED TV를 3000만대로 잡으면, 총 60억개의 LED 칩이 필요한 셈이다. 게다가 3D TV는 일반 TV보다 휘도(輝度·밝기의 정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LED 칩이 쓰인다. 이래저래 LED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는 것. 10년 넘게 IT시장을 분석해온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권성률 IT팀장은 “IT 분야에서 이처럼 시장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당연히 ‘황금알’ LED 시장을 놓고 세계 선진기업 간의 각축이 치열하다. 그런데 LED TV 시장을 한국 기업이 선점했듯, LED 시장 또한 한국 기업이 약진할 것으로 기대돼 관심을 끌고있다. 그 주인공은 삼성LED(대표 김재욱)와 LG이노텍(대표 허영호)이다.

    삼성LED는 삼성그룹의 LED 사업을 전담하는 계열사로 4월17일 창사 1주년을 맞았다. 삼성은 1995년부터 삼성전기에 LED 사업을 맡겨오다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본격 육성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지분을 반씩 나눠 갖는 형식으로 별도 법인 삼성LED를 만들었다.

    삼성LED의 성장세는 거침없다. 삼성전기 LED 사업부 시절인 2008년 1700억원이던 연간 매출액이 2009년 3배가 넘는 6417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도 급성장이 기대된다. 1분기 매출 성적은 2868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2250억원) 대비 21.5% 증가했다. 삼성LED 관계자는 “올해 매출액은 1조5000억원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보면 맞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빛을 내는 반도체, LED 세계대전

    ‘딜라이트’에 전시된 삼성전자의 3D LED TV. 삼성전자는 3월 세계 최초로 풀 HD 3D LED TV를 출시했다.

    LG그룹에서는 삼성보다 5년 늦은 2000년 LG이노텍이 LED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LED 칩, 패키지, 모듈, 조명 등 전 제품을 생산한다. 2009년 LED 부문 매출액은 2300억원. 그러나 LG 역시 LED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LED 분야에만 지난해 4000억원에 이어 올해 8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건설 중인 파주 LED 공장이 7월부터 가동되면 월 생산량이 4배 이상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업계는 LG이노텍이 올해 8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창사 2년 만에 ‘조 단위’ 매출 기대

    세계 LED 시장에서 전통적인 강호(强豪)는 바다 건너에 있다. 일본의 니치아와 도요타고세이, 미국의 크리와 필립스 루미네즈, 그리고 독일의 오스람이 세계 5대 메이저로 꼽힌다. 이들은 LED 생산에 필수불가결한 원천 특허를 서로 공유하며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이변이 생겼다. 세계 시장 10위권 밖에 머물던 삼성LED가 니치아, 오스람, 크리 뒤를 이어 단숨에 4위로 올라선 것. 매출 규모를 몇 배 불린 삼성LED와 달리 니치아와 오스람의 매출은 10%가량 감소했다. 삼성LED가 이들 선두업체에 ‘공공의 적’으로 대두한 셈이다.

    이들 선진업체가 삼성LED를 ‘무서워’ 하는 첫째 이유는 삼성전자의 ‘바잉 파워’다. 현재 LED 수요가 급증하는 진원지는 LED TV이고, 삼성전자는 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50%의 지분을 소유한 삼성LED로부터 TV 제작에 필요한 LED 칩을 공급받는다. 전체 필요량의 80~90%를 삼성LED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윈-윈’ 시스템은 LG그룹도 마찬가지다. LG이노텍 측은 “LG전자의 LED TV에 장착되는 LED 칩은 LG이노텍이 전량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둘째는 공장 관련. 남이 땅 사고 건물 지을 때 삼성LED는 간단한 ‘리모델링’으로 LED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노후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3라인을 LED생산라인으로 전환한 것. 이로써 삼성LED는 신규 생산시설을 마련하는 데 드는 투자비와 시간을 아껴 폭발하는 LED 수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셋째는 해외 LED업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목이다. 바로 삼성이 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라는 점이다.

    LED는 반도체 실험실에서 나온 ‘우연의 산물’이다. 1920년대 반도체에 전압을 가할 때 빛이 나는 현상이 관찰되면서 LED의 역사가 시작된 것. 당연히 LED 생산 공정은 반도체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반도체를 잘하면 LED를 잘할 수 있다. 오히려 LED가 반도체보다 더 쉽다고도 한다. 산업연구원 주대영 연구위원은 “LED 경쟁의 관건은 누가 고품질의 LED를 빨리, 그리고 많이 공급하느냐에 달렸다”며 “바로 이 점에서 반도체 역량이 충분하게 쌓인 삼성LED가 매우 유리하며 그 때문에 선진기업들의 이목이 삼성LED에 쏠려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LED, 4인치 웨이퍼 선두

    요즘 세계 각국 기업들이 너도나도 LED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 ‘출신’을 보자면 전자, 화학, 조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하다. 그러나 ‘정통’ 반도체 출신은 삼성LED가 유일하다. 삼성LED 관계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LED 대량생산에는 반도체 사업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타 기업들과 우리는 리그가 다른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출신들이 삼성LED의 브레인 역할을 도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도체 시장에서 승리는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기판(wafer)을 먼저 크게 키우는 쪽이 거머쥔다. 즉, 남보다 넓은 면적의 기판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해야 이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바로 이 ‘기판 대구경(大口徑)화’에서 경쟁사들을 앞서갔고, 20년 가까이 D램 시장 1위를 고수하는 반도체 강자가 됐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부원장 윤의준 교수(재료공학과)는 “LED에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LED의 재료인 사파이어 기판 사이즈를 키워야 생산성이 높아져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반도체 기판은 12인치(300㎜)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LED 분야에서는 2인치 기판이 여전히 주류인 가운데 4인치로의 업그레이드 경쟁이 치열하다. 하나대투증권 권성률 팀장은 “지난해 전세계 LED생산업체에서 2인치 비율이 95%에 달했지만 올해는 50%에 그치고 나머지는 4인치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삼성LED는 이미 지난해 4인치 업그레이드를 완성했다. 삼성LED 관계자는 “2008년 4인치 적용을 시작해 현재는 거의 다 4인치로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판 사이즈가 커지면 수율(收率·원자재에 화학적 과정을 가해 원하는 물질을 얻을 때 실제로 얻어진 분량과 이론상 기대했던 분량을 백분율로 나타낸 비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그간의 반도체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수율을 향상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2인치에서 4인치로 전환함으로써 별도의 투자 없이 생산성을 30%가량 올렸다”고도 전했다.

    한편 LG이노텍은 현재 2인치 사파이어 기판을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구경으로의 전환을 검토 중에 있다”며 “이미 6인치 이상의 기판까지 양산 가능한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4인치를 건너뛰고 6인치로 곧장 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ED를 생산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장비가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다. 이 장비는 비유하자면 LED를 구워내는 ‘오븐’ 이다. 사파이어 기판 위에 금속유기원료를 이용해 질화물 반도체를 성장한 후 빛을 내도록 해 LED 칩이 생산되는데, 바로 이 에피 성장(Epi-taxial Growth) 과정이 MOCVD 안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LED를 대량생산하려면 MOCVD도 대량으로 갖춰야 한다. 삼성LED와 LG이노텍은 지난해부터 거액을 들여 MOCVD 확보에 나섰다(1대 가격이 30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 모두 100여 대를 발주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고품질의 MOCVD를 생산하는 기업은 독일의 액시트론과 미국의 비코, 두 곳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서 지난해 세계시장에서는 삼성과 LG가 MOCVD를 싹쓸이해간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상장기업으로 공시 의무가 없는 삼성LED는 MOCVD 관련 사항을 극비에 부치고 있다. MOCVD 보유 대수만 알면 연간 생산능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기밀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사는 또 “100대를 사고 싶어도 공급업체의 생산 능력이 그에 못 미쳐 사올 수가 없다”고 손사래 친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 모두 연말쯤 150대 안팎의 MOCVD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 LG의 ‘바잉 파워’가 워낙 세, MOCVD 공급업체들이 이 두 회사의 요구를 우선적으로 충족시켜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성과 LG가 LE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바가 커졌다. 임직원 1000여 명으로 출발한 삼성LED는 1년 만에 그 수를 2배로 늘렸다. 삼성LED 측은 “올 연말까지 2500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이노텍 측도 “2009년에서 2010년으로 넘어오면서 창출된 일자리가 2500명이 훌쩍 넘는다”며 “여기에 협력사 및 파주의 신규 공장 인력까지 합치면 자체 일자리가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R·D) 인력 규모를 말할 순 없지만, 석·박사급 비중이 60% 이상”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이 두 회사가 물밑으로는 중소기업 인력 빼가기에 치중해 중소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한 LED 전문업체 임원은 “LED 분야는 가뜩이나 석·박사급 인력이 부족한데, 뒤늦게 LED에 뛰어든 대기업이 애써 키워놓은 인재를 몇 명씩 데려가 고충이 크다”고 토로했다. 산업연구원 주대영 연구위원은 “해외에서 스카우트하기보다 손쉽게 국내 중소기업 인력을 끌어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짜 승부처는 조명 시장

    빛을 내는 반도체, LED 세계대전

    LG이노텍 LED생산라인.

    “삼성과 LG가 TV용 LED 시장에서 해외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짜 승부는 여기가 아니다. 일반 조명 시장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김운호 Tech팀장의 말이다. TV용 LED 시장보다 더 큰 기회가 바로 일반 조명 시장에서 열릴 것이란 지적이다. 널리 알려졌듯 LED는 전기를 적게 소비할 뿐 아니라 유해물질이 들어 있지 않고 수명이 길어 환경 친화적인 차세대 조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가격이 형광등보다 비싸고, 광 효율이 일반조명으로 쓰기엔 다소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시간은 LED 편이다.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날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기술 수준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주대영 연구위원은 “사파이어 기판이 8인치로 업그레이드되면 가격이 상당히 하락해 LED 조명이 대중화하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효율이 낮고 유해물질이 함유된 기존 조명을 퇴출시키는 정책을 펴는 것도 LED 조명 시장의 앞날을 밝게 한다. 이미 EU와 일본은 2012년까지, 호주는 2013년까지 백열등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2013년까지 백열등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형광등도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미국 유럽 등은 환경 규제 물질인 수은을 포함한 형광등을 2020년까지 퇴출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러한 배경하에 업계에서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LED조명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LED의 전망에 따르면 2015년 세계 LED 시장 규모는 214억달러로 2009년 반도체 D램 시장(220억달러)과 유사한 규모로 성장한다(LED 단품 기준). 6억달러였던 LED조명 시장은 2015년 68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필립스는 2015년 형광등과 LED조명 시장 규모가 비슷해지고, 이후에는 LED조명 시장이 형광등 시장을 앞질러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LED는 스스로 시장을 창출한다. 기존 조명과 달리 여러 가지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에 없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햇볕 없이 LED조명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이 가동되고 있고, 각종 첨단 의료장비에도 LED가 주요 부품으로 쓰인다. 집안의 IT네트워크와 LED조명을 연결해 수면, 영화감상, 독서 등 용도에 적합한 조명 전환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도 있다. LED는 형광등보다 발열량이 낮기 때문에 냉장식품 진열대 조명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앞으로는 내부에 LED조명을 장착한 옷장이나 서랍장 등도 등장할 전망이다. ‘미래 LED시장의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따라서 삼성LED와 LG이노텍도 TV용 LED에 만족하지 않고 LED조명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LED는 조명 진출의 포석으로 지난 1월 미국의 유명 조명기업인 애큐이티(Acuity Brands Lighting)와 LED조명 개발을 위한 협력을 맺었다. 삼성LED 관계자는 “미국 조명 시장이 전세계 조명 시장의 절반에 가깝고, 2012년까지 연평균 128%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미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 관계자도 “우리 회사가 향후 주력하고자 하는 분야는 조명 부품”이라며 “향후 매출 비중을 조명과 TV용 50대 50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빛을 내는 반도체, LED 세계대전


    삼성과 LG는 TV용 LED에 이어 조명에서도 승리를 거둘까.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과 신중론이 둘 다 존재한다. 우선 ‘조명은 결국 유통이 관건’이라는 점에서 삼성과 LG가 탄탄한 전세계 전자제품 유통망을 통해 조명 시장도 선점할 것이란 낙관론이 나온다.

    하지만 전자제품과 달리 조명은 기업 간 거래(BTOB)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즉, 전자제품 유통망과 조명 유통망은 다르다. 따라서 조명 시장에서의 경험이 없는 삼성과 LG가 이 시장의 생리를 잘 터득해 선전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특허 문제는 언제나 조심해야 할 복병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LED 원천특허는 5개 메이저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물론 삼성LED와 LG이노텍 모두 원천특허를 가진 메이저와 서로 특허를 공유하는 계약(Cross License)을 맺고,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우회 기술을 갖추는 등 나름의 방어망을 구축해놓고 있다.

    ‘특허 분쟁’ 위험 소지 여전

    그러나 김운호 푸르덴셜투자증권 팀장은 “LED가 TV용에서 일반조명으로 넘어가면 특허 국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TV용 LED 시장보다 훨씬 커질 조명 시장을 메이저사들이 한국에 양보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오스람, 필립스 등 전통의 조명 강자들의 견제에 대한 방어책을 철저히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도전해오고 있는 대만과 중국 LED업체들도 예의주시할 대상이다. 하나대투증권 권성률 팀장은 “특히 대만은 ‘허리’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삼성LED와 LG이노텍, 그리고 서울반도체 정도가 경쟁력 있는 LED업체로 꼽히지만, 대만은 Epistar, Forepi, Huga 등 탄탄한 LED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권 팀장은 “이처럼 LED 허리가 약한 것이 국가 차원에선 아쉬운 부분”이라며 “LED 전문 중소업체 양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도의 기술산업 분야가 다 그렇듯, 특허기술 확보에도 게을러선 안 될 일이다. 윤의준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강점은 기판의 대구경화에서 남보다 앞서 갈 수 있다는 점”이라며 “대구경화에 필요한 여러 원천 기술에 대한 특허 확보를 통해 특허 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미래의 ‘먹을거리’에 목말랐다. 성장동력에 대한 논의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딱히 이렇다 할 성과를 가져온 신예를 얻지 못했다. 기업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국민은 일자리에 목말랐다. LED는 과연 이런 현실을 타개할 ‘1등 코리아’의 주역이 되어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용어설명

    LED | : 발광다이오드(LED·Light Emission Diode)는 전류를 흘려보내면 빛이 발생하는 반도체다. 1960년대 미국 GE에 의해 처음 개발됐지만 밝기와 연색성(자연광과 유사한 정도)이 낮아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다 1997년 일본 니치아(Nichia)화학공업에 의해 백색 LED가 개발되면서 차세대 광원(光源)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현재 휴대전화, 노트북, TV 등에 널리 쓰이며 백열등과 형광등을 대체하는 차세대 조명으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LED TV | :: 기존 LCD TV의 광원인 냉음극형광램프(CCFL)를 LED로 교체한 LCD TV. 기존 LCD TV에 비해 화질, 두께, 친환경성 등에서 장점을 갖는다. 브라운관 TV와 LCD TV의 화질이 각각 백열등과 형광등 수준이라면 LED TV의 화질은 자연광에 가깝다. 광원의 크기도 CCFL보다 작아 TV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CCFL과 달리 수은이 들어있지 않고 소비 전력도 적어 환경 친화적이다.

    3D LED TV | :: LED TV에 3차원(3D) 기능까지 더한 TV. 기존 2차원 모노 영상에 깊이(depth) 정보를 부가해 시청각적 입체감을 느끼게 한다. 고휘도를 내기 위해 일반 LED TV보다 많은 양의 LED 칩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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