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인 폭우도 천혜의 구릉지 동훈힐마루CC를 침범하진 못했다. 가벼운 빗줄기가 잠깐 대지의 열기를 식혀주고는 쏜살같이 내뺀다.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은 이 골프장은 언덕 위의 거대한 평야다. 산지이지만 페어웨이가 넓고 평탄하다. 수풀과 바위와 개울을 그대로 살린 덕분에 홀들은 아늑하면서도 도전적이고 위협적이다. 정교한 세트장처럼 숲 속에 홀들이 끼워 맞춰진 느낌이다. 멀리 화왕산 목덜미에 구름이 노닐고 언덕 아래 정겨운 시골마을이 펼쳐진다.
북코스에는 숲과 계곡을 건너 치는 홀이 많다. 릴레이 경주하듯 홀들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천지에 매미 울음소리가 진동한다. 하얀 모래가 연못을 둘러싸고 있어 해변 분위기를 풍기는 5번홀(파5, 445m). 페어웨이 왼쪽으로 작은 개천이 흐르고 울창한 숲이 홀의 양 옆구리를 꽉 조이고 있다. 비교적 평탄한 남코스에선 파가 자주 나왔다. 아일랜드홀인 2번홀(파5, 454m)은 그린이 수면에 떠 있는 듯한 느낌. 세컨드 샷 지점에 이르면 공략법이 두 가지다. 왼쪽으로 치면 해저드 탓에 위험한 대신 그린에 가깝고 오른쪽으로 치면 안전한 대신 그린까지 멀다. 5번홀을 지나자 남코스에서 하나밖에 없는 그늘집이 나타난다. 나루터 분위기다. 시원한 통유리 밖으로 파란 호수가 누워 있고 곱디고운 백일홍이 바람에 흐늘거린다. 한반도 모양인 7번홀(파5, 473m) 허리를 지나는데, 춤바람 난 잠자리 떼가 발걸음을 늦추게 한다.
▼ 알쏭달쏭 골프상식
1벌타를 먹는 경우 _ 헛친 볼을 건드린 경우, OB 내거나 공을 분실한 경우, 잠정구 소리를 안 하고 친 경우, 볼이 클럽에 두 번 맞는 경우, 자신의 볼을 움직인 경우, 드롭 방법이 틀리거나 마크하지 않은 채 볼을 집는 경우, 자신이 친 볼에 맞는 경우 1벌타를 먹는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힐마루CC는 지방의 신생 골프장답지 않게 영업이익을 많이 내고 평일에도 손님이 꽉꽉 들어차는 것으로 소문 나 있다. “금융위기에 그 시골에 가서 어떻게 하려느냐고 다들 걱정했다. 하지만 난 믿음이 있었다. 1년 만에 100% 분양이 이뤄졌다. 힘들다고 남들처럼 할인하지 않고 정상적인 가격으로 분양한 게 먹혔다.” 윤영식 사장은 자신감과 활력이 넘쳤다. 대리로 출발해 사장에까지 오른 신화적인 경력의 소유자인 그는 골프업계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리더다. 2003년 37세에 용인레이크힐스 사장을 할 때 언론에 ‘최연소 CEO’로 소개되기도 했다.
밀착경영과 밀착서비스를 강조하는 그는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골프장은 살아남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일본 골프업계가 죽었다고 하지만 좋은 골프장은 여전히 잘된다. 우리도 골프장 400개가 많은 건 아니다. 될 수 있는 곳에 만들어 제대로 사업하면 성공한다.” 그런 만큼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비스를 더 좋게 해서 소비자가 소문 듣고 찾아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