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달그림자가 박혀 있다.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나뭇잎들 사이로 조각난 햇살들이 튀어 오른다. 땅에선 까치들이 종종거리고 공중에선 매가 비행한다. 조선 임금의 사냥터였다는 금병산 자락의 이 정남향 분지는 겨울에도 온기를 잃지 않아 4계절 운동이 가능하다. 홀들은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고 정숙한 여인의 가슴처럼 포근하다. 해마다 5월이 되면 푸른 잔디에서 아이들의 꿈이 영그는 그린콘서트가 열린다.
● 서원 코스는 아기자기하고 밸리 코스는 난도가 높은 편이다. 서원 코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홀은 2번홀(파5, 514yds). ‘세계 100대 코스’로 선정됐을 정도로 풍광이 뛰어나다. 일직선으로 뻗어 있어 전경이 확 트여 있고, 3개의 연못과 폭포가 상쾌함을 안긴다. 파3인 4번홀(174yds) 티잉그라운드 앞에는 볼 바구니가 놓여 있다. 티샷을 실수해 다시 치는 골퍼들에게 볼을 서비스하는 것이다. 밸리 1번홀(파4, 353yds)은 그린콘서트가 열리는 곳이다. 6, 7, 9번홀은 우측 가장자리에 OB 말뚝이 설치돼 있으므로 슬라이스를 조심해야 한다. 핸디캡 1번홀(서원 6번홀, 파4, 399yds)과 2번홀(밸리 5번홀, 파4, 394yds)에서 모두 파를 잡은 걸 보면 역시 골프는 심리다. 어렵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밸리 1번홀에서 열린 그린콘서트
● “각지에서 몰려드는 차량으로 광탄면이 마비될 정도였다. 회장께서 ‘주민을 위한 행사인데 지역사회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며 페어웨이를 주차장으로 쓰라고 지시하셨다. 주변에선 잔디 상한다고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 회장 말씀이 옳았다.” 박영호 사장은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억대 수익이 보장되는 주말에 콘서트 한다고 휴장하는 것도 모자라 잔디가 생명인 골프장 코스를 주차장으로 쓴다는 건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임직원들은 당연히 반대했다. 하지만 골프장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은 확고했다. 영업 면에선 손해지만, 무형의 이익이 작지 않다.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전국 최고의 문화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영업 손실을 뛰어넘는 성과다. 2009년 부임한 박 사장은 “손끝에 정성을 들여라”는 최 회장의 뜻을 받들어 ‘고객 편안하게 모시기’를 최우선 경영방침으로 삼고 있다. 그의 골프철학은 구멍론. 구멍에 공을 넣는 게 핵심인 골프처럼 인간의 모든 활동은 구멍을 통해 이뤄지므로 구멍이야말로 삶의 본질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