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의혹, 선관위 진정, 암웨이 논란
“정치 바람 탈 것” 소문 무성
“차기 회장, 기업 살릴 복안 내놔야”
‘자산 4조 원’ 중기중앙회 위상 급등
1 곽기영 전기공업조합 이사장 2 김기문 진해마천주물공단조합 이사장 3 박상희 영화방송제작조합 이사장 4 원재희 폴리부틸렌조합 이사장 5 이재광 전기에너지조합 이사장 6 주대철 방송통신산업조합 이사장 7 이재한 주차설비조합 이사장
이런 중기중앙회 26대 회장을 새로 뽑는 선거가 2월 28일 치러진다. 회장 후보들은 2월 7~8일 등록하고 공식 선거운동을 벌인다. 4년 임기의 중기중앙회 회장은 경제5단체장 중 유일하게 직접 투표로 선출된다. 협동조합 조합장 600명이 유권자다. ‘중통령(중소기업의 대통령) 선거’로도 불리는 이번 선거엔 7명이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는데, 1월 들어서부터 네거티브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 단톡방 통해 의혹 퍼져
23·24대 중기중앙회장인 김기문(63) 진해마천주물공단조합 이사장에 대해선 “2007~2015년 중기중앙회장을 지내면서 중기중앙회의 자회사인 홈앤쇼핑의 대표를 겸직해 고액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이 인터넷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또한 “중소기업 면세점인 SM면세점의 주요 자리에 본인이 경영하는 회사(제이에스티나)를 입점시켜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러한 의혹은 유권자인 조합 이사장 200여 명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서도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김 전 중기중앙회장은 후보자 비방과 사전 선거운동,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와 언론중재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박성택 현 중기중앙회장은 불법 사전 선거운동을 막기 위해 2018년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관리를 위탁한 바 있다.
김 전 회장 측은 “급여 문제는 올해 초 조사와 대형 법무법인의 경영진단을 통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SM면세점 입점 문제도 신라·롯데·신세계 등 다른 면세점에도 입점한 로만손(현 제이에스티나)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입점한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이 중기중앙회장이던 이명박 정부 시절 ‘로만손’이라는 브랜드로 청와대에 납품했다. 제이에스티나는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 적도 있다. 김 전 회장이 같은 지역 출신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총선 관련 벌금형
이재한(55) 중기중앙회 부회장(한국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992년 주차설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용산업을 창업해 경영해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선거판에선 이 부회장의 이러한 회사 경영과는 별개로 부부가 네트워크 판매 다국적기업인 암웨이에서 상당히 높은 등급인 트리플크라운으로 활동한 이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이 부회장이 현 여권과 가깝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그는 201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위 위원장도 지냈다. 친문재인계 실세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총선과 관련해 2017년 허위사실공표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25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그는 21대 총선엔 출마할 수 없지만 중기중앙회장 선거엔 출마할 수 있다.
박상희(67) 전 중기중앙회장(18·19대, 현 영화방송제작조합 이사장)은 최연소 중기중앙회장,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대구 경총 회장 이력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박 전 회장은 25명인 부회장 규모를 축소해야 하고 중기중앙회장이 재임 중 재산을 늘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기중앙회장 선거가 정치 바람을 타거나 과열혼탁 양상으로 흐를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적지 않은 출마 예상 후보가 여야 정치권과 이런저런 연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회장 선거가 정치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역대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대체로 소송 등 후유증을 남겼다. 한 중기중앙회 소속 기업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 내수경기 침체로 중소기업들이 생존위기에 몰려 있다. 깨끗한 선거를 통해 ‘중소기업을 살릴 복안을 가진 회장’이 선출되면 좋겠다”고 했다.
“제조업 강국 위한 스마트공장”
이런 가운데 몇몇 공약은 기업인들로부터 참신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에 회장에 도전하는 원재희(62) 중기중앙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공동위원장(폴리부틸렌조합 이사장)은 “앞으로 4년 동안 제조업뿐만 아니라 유통·서비스 등 비제조업에도 스마트팩토리 개념을 도입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공약으로 지지세가 확산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 중기중앙회는 매년 200억 원을 들여 5년간 스마트공장 2500곳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전도사로 불리는 원재희 공동위원장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원 공동위원장은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불량률 전면 감소 등 기술혁신에 기여한 공로로 2018년 5월 ‘2018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정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당시 ‘서울경제TV’ 등 언론은 “제조업 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선 스마트공장 확산이 필요하다”는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출마 예상자인 주대철(63)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에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중기중앙회에 사이버대학이나 대학원을 설립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학업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
곽기영(64)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중소기업기술연구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재광(59) 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을 통한 단체 수의계약, 공동 구매, 공동 직무교육, 공동 해외 진출로 조합 소속 기업 20%를 살려낼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