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眞)·선(善)·인(忍) 가치로 도덕성 회복, 건강 증진 추구
1992년 전파 후 전 세계 확산, 수련자 1억 명 이상
中 지지하다가 탄압… 강제 장기 적출 피해 호소
중국선 박해, 대만선 환영… 정치지도자 지지 줄이어
파룬궁을 수련하는 모습. [동아DB]
겉보기에 관련성이 없는 이들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중국의 금기(禁忌)라는 점이다. 그중에서 파룬궁은 한국인에게 아직은 낯선 존재다.
눈을 돌려 보면 파룬궁 수련자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하철역 입구, 등산로 입구, 공원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이들은 전단지를 나눠 주며 수련법을 홍보한다. 때로는 중국 내 박해 실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실제 ‘파룬궁정보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파룬궁의 역사와 더불어 수련자 감금·고문 사연이 넘쳐난다. 보기 끔찍한 사진도 적잖다. 믿기 어렵지만 강제로 장기 적출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반면 주한중국대사관은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파룬궁을 사교·반체제 집단으로 간주하고 일절 접촉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한편에선 박해를 호소하고 다른 한편에선 사교라고 주장하는 파룬궁의 정체는 무엇일까.
퓰리처상 수상자 “파룬궁은 사교와 거리 멀어”
파룬궁은 ‘법륜공(法輪功)’의 중국어식 표기다. 공식 표기는 파룬따파(法輪大法)로 리훙쯔(李洪志)가 창시한 심신 수련법. 리훙쯔는 1951년 지린(吉林)성 궁주링(公主嶺)시 태생으로 1992년 5월 13일, 파룬궁을 공식 전수하기 시작했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매년 이날을 ‘세계파룬따파의날’로 기념하고 있다. 2023년 현재 전 세계 수련자 수는 1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수련자들은 리훙쯔를 ‘선생님(老師)’ 혹은 ‘사부(師父)’라는 존칭으로 부른다.한국에서 파룬궁은 파주에 사는 이모 씨가 처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5년 파룬궁을 배운 후 1996년 1월 귀국, 파룬궁 수련법을 담은 책자 ‘전법륜(轉法輪)’을 PC통신 서비스 ‘천리안’에 게재했다. 이모 씨는 “베이징(北京)에서 ‘전법륜’을 접하게 됐다. 파룬궁이 추구하는 가치에 감명받았고 실제 수련 후 건강도 개선됐다”고 회고했다. 이후 파룬궁은 입소문을 타고 확산했다. 2001년 한국파룬따파학회(韓國法輪大法學會)가 설립되었다. 이 학회는 한국 내 유일무이한 파룬궁 대표 단체다.
파룬궁에 늘 따라붙는 의문은 ‘수련인가? 종교인가?’다. 수련자들은 “종교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파룬따파불학회 사무총장 오세열 박사(전 법원 부이사관)는 “조직, 예배, 헌금, 교주(敎主), 교리(敎理), 교당(敎堂) 등 종교가 갖춰야 할 요소가 없다. 공식 수련자 명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교 색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개신교 일부에선 ‘이단(異端)’ ‘사이비(似而非)’ 낙인을 찍기도 했다. 이를 두고서 은퇴 목회자 강석정 목사(한국독립교단 선교단체연합회)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파룬궁은 종교가 아니며, 기독교(개신교·천주교)와도 관련이 없습니다. 이를 두고 이단 혹은 사이비 논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실제 파룬궁을 ‘사이비’로 판정한 교단은 전체 기독교(개신교·천주교) 교단을 통틀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총회’ 한 곳에 불과하다. 1981년 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에서 분리된 중소 교단이다.
중국 내 파룬궁 박해 기사 ‘죽음을 낳은 운동’으로 200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안 존슨(Ian Johnson) 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그는 2004년 펴낸 ‘와일드 그래스(Wild Grass)’에서 “파룬궁은 사교의 공통 정의에서 벗어나 있었다. 회원들은 그룹 밖 사람들과 결혼하고 외부 친구를 사귀고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있으며 격리돼 살지 않는다. 세계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지 않고, 조직에 상당 액수의 돈을 기부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자살도 물리적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기술했다.
사람들을 ‘善人’으로 만들자
2019년 5월 18일 미국 뉴욕 ‘진(眞)선(善)인(忍)’ 인각. [동아DB]
도덕 가치 함양과 더불어 파룬궁이 지향하는 또 다른 가치는 건강 증진이다. 파룬궁은 건강에 도움이 될까. ‘사랑수 분만법’으로 널리 알려진 이교원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파룬궁 수련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파룬궁을 수련하면서 심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술·담배도 저절로 끊게 된다. 건강에 자신이 생긴다. 심신을 함께 수련하는 ‘성명쌍수(性命雙修)’ 공법이기에 무엇보다 심신 안정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 관리에 탁월하다.”
파룬궁에서 강조하는 ‘기(氣)’는 육안으로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이희진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의 모든 현상은, 가시적인 영역의 분자와 비(非)가시적인 원자같이 각자 입자 크기가 달라도 에너지로 해석하면 모델링(수식화)이 가능하죠. ‘기’가 비가시적인 영역에 속해도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파룬궁은 신체 ‘기(氣)’ 흐름을 촉진해 건강 증진, 도덕 수양을 꾀하는 중국 전통 수련법의 하나다. 중국은 왜 파룬궁을 박해할까. 역사를 돌이켜 보면 파룬궁과 중국공산당의 관계는 극적으로 변해왔다. 영화 제목에 비유하자면 중국공산당에 있어 파룬궁은 ‘좋은 놈’에서 ‘이상한 놈’으로 다시 ‘나쁜 놈’으로 바뀌어온 셈이다.
‘중국이 싫어하는 말’ 저자 정숙영 전 디지틀조선일보 중국뉴스 에디터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파룬궁이 세상에 나오기 전인 1980년대부터 이미 여러 기공 수련법이 민간에서 유행하고 있었다. 파룬궁은 그중 하나였다. 공산당은 기공이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으로 정신적인 상처를 받은 대중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의료보장이 국가에서 개인 부담으로 바뀌면서 사회보장이 부실해졌는데 노년층이 기공 수련을 통해 건강해지는 사례가 나오면서 정부는 기공을 건강 수련법으로 적극 장려했다.”
연간 1조 위안 의료비 절감 효과
한국 내 파룬궁 수련자들. [동아DB]
초기 식자층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파룬궁은 중국공산당도 파고들었다. 수뇌(首腦)라 할 수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도 파룬궁을 수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수련자로는 지펑페이(姬鵬飛)·지청더(姬勝德) 부자(父子)가 꼽힌다. 공산당 간부 가족의 수련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인민해방군과 공안(경찰) 조직에도 수련자는 늘어갔다.
‘센세이션’이라 할 만한 수련 열풍 속에서 1990년대 중반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 수는 비공식 집계로 1억 명 전후로 추산됐다. 당시 6000만 명 정도였던 공산당원 수를 상회하는 수치였다. 중국공산당으로서는 경각심을 넘어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파룬궁을 대하는 중국공산당의 태도도 변했다.
2015 미스 월드 캐나다 아나스타샤 린. 파룬궁 수련자로서 국제사회에서 파룬궁 탄압 문제를 비롯한 중국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동아DB]
수련자 약 1만 명은 국가신방국(國家信訪局·청원국)이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로 모여들었다. 청원인 대표는 △톈진에서 체포된 수련생 석방 △안전한 수련 환경 제공 △파룬궁 서적 출판 허가 등 세 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현장 취재를 한 이안 존슨은 당시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항의 시위는 신기루 같았다. 1999년 4월 25일, 파룬궁 수련자들이 베이징 중심부의 공산당사에 몰려들면서 신기루는 현실로 나타났다. 당사(黨舍) 바깥에서 약 6시간 동안 침묵 연좌시위를 한 후에도 어두워져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자 신기루도 서서히 사라졌다. 현수막도, 구호도, 소란도 없었다.” 청원인 대표를 면담한 주룽지(朱鎔基) 국무원 총리는 ‘원만한 처리’를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주룽지의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됐다. 7월 20일, 중국 정부는 파룬궁을 ‘사교(邪敎)’로 지정해 수련을 공식 금지했다. 이후 대대적인 탄압이 이어졌다. 당시 관련 보도, 문건을 종합하면 파룬궁 대책을 놓고 중국공산당 수뇌부는 의견이 엇갈렸다. 다수 정치국 상무위원은 온건 대응을 지지했지만 장쩌민 총서기는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공산당 간부들에게 “공산당이 파룬궁과 싸워 이기지 못한다면 엄청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서한을 보냈다. 장쩌민은 “파룬궁 배후에는 ‘외세’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시기’도 문제가 됐다. 1999년은 톈안먼 사건 10주기다. 중국공산당이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베이징 핵심부 중난하이에 몰려든 파룬궁 수련자가 장쩌민의 경각심을 자극해 강경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주룽지의 공언(空言)
크리스 스미스 미국 연방하원 의원, 파룬궁 박해 금지 결의안을 주도했다. [동아DB]
중국공산당의 파룬궁 탄압 원인에 대해서 ‘중국의 인권과 종교 그리고 ‘파룬궁(法輪功)’ 탄압’ 논문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파룬궁 조직을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집단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이들을 위협 세력으로 느끼고 강도 높은 억압과 처벌을 강행했다. 파룬궁의 종교적 특색이나 내용을 바탕으로 탄압을 자행한 것이 아닌 결속력과 조직력이 지니는 정치적 함의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억압한 것이다.”
박해의 다른 이유도 있다. 파룬궁은 창조주로서 신(神)의 존재를 인정하는 유신론(有神論)적 관점을 견지한다. 반면 공산당은 무신론·유물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처음부터 병존할 수 없는 관계였던 셈이다. 1999년 7월, ‘런민일보(人民日報)’에 발표된 ‘전 군·무장경찰 부대 대상 마르크스 유물론과 무신론 교육 진행에 대하여’라는 논평도 이를 뒷받침한다. 논평은 “우리는 오늘날 공산주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파룬궁과 투쟁하고 있다. 공산당 영도와 사회주의 제도 ·사상을 지키기 위한 근본 정치투쟁이다. 파룬궁의 사설(邪設)은 마르크스주의 세계관, 현대 과학 문명과 근본적으로 대립된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입장을 확고히하자. 유심(唯心)주의, 봉건 미신, 거짓 과학 감별 능력을 확보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사회 내부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1980년대 개혁·개방 물결 속에서 중국인들은 물질적으로 부유해졌지만 정신적 공허는 커졌다. 이 속에서 도덕 가치 회복, 중국 전통문화 부흥을 내세우며 세를 확산하는 파룬궁은 공산당에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날 중국은 대약진운동-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재앙적인 공산주의 실험 속에서 전통을 부정하고 파괴했다.
박해 원인을 ‘통치자를 정통(正統), 나머지를 이단(異端)으로 간주’해 온 중국 역사 전통의 연장선상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국공내전 시기 ‘공비(共匪·공산 비적)’로 불린 중국공산당은 1949년 신중국 성립 후 정통성을 확보했다 자부한다. 한(漢)대 오두미교(五斗米敎), 원(元)대 백련교(白蓮敎), 청(淸)대 태평천국(太平天國)이 왕조 멸망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역사적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어느 인문학자의 문화로 읽는 중국’의 저자 박영환 동아대 교수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파룬궁을 사교 집단으로 간주하고 박해하는 중국에 대해 마리아 시아 창(Maria Hsia Chang) 미국 네바다대 교수는 저서 ‘중국의 붉은 공포 파룬궁’에서 “중국공산당에서 자신들의 정의한 사교의 특징을 모두 찾을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제기한 혐의가 사실이고 죄가 인정된다면 중국공산당은 그보다 많은 범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파룬궁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세계의 전반적인 생각이다”라고 결론 내렸다.
중국 내 파룬궁 박해 관련 책을 번역 출간하기도 한 채승우 변호사(전 국민대 법대 교수)는 “진·선·인을 가치로 내건 파룬궁을 수련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정치지도자들, 중국에 박해 중단 호소
데이비드 킬고어 전 캐나다 국무장관은 파룬궁 수련자 장기를 강제 적출하는 중국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냈다. [동아DB]
대만 내 파룬궁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인권변호사 주완치(朱婉琪)는 “오늘날 민주 대만은 수십만 명이 자유롭게 파룬궁을 수련하고 있다. 입법원부터 광역지자체 의회까지 수차례 인권 결의안을 통해 중국 정부의 비이성적인 탄압을 규탄하고 박해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었다”며 극명하게 대비되는 파룬궁을 둘러싼 대만해협 양안(兩岸)의 태도 차이를 강조했다.
중국의 파룬궁 박해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강제 장기 적출’이 꼽힌다.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2006년이다. 그해 7월, 캐나다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David Matas)는 데이비드 킬고어(David Kilgour) 전 캐나다 국무장관 등과 더불어 ‘국가의 장기(State Organ)’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공공 장기 기증 프로그램이 없는 중국에서 매년 1만 건 이상의 장기이식수술이 행해질 수 있는 것은 사형수와 파룬궁 수련생의 장기를 강제로 적출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2013년 ‘국가가 장기를 약탈하다’라는 책으로 국내 출간됐다.
2016년 6월, 킬고어, 메이터스, 에단 구트만(Ethan Gutmann) 등 3인은 미국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피의 수확-학살: 갱신판(Bloody Harvest-The Slaughter: An Update)’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매년 장기이식이 1만 건이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중국 병원과 이식 기관은 2000년부터 매년 실제 6만~10만 건의 장기이식수술을 실시했으며, 대부분 피해자는 파룬궁 수련자라는 것을 적시했다.
2019년 ‘중국재판소(China Tribunal)’의 결론도 다르지 않다. 판결문은 “수년간 중국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강제 장기 적출이 자행돼 왔으며, 파룬궁 수련자들이 장기 공급원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중국재판소는 영국 민간 독립 법정이다. 재판부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발칸의 도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기소를 주도한 영국 국왕 칙선(勅選) 변호사 제프리 니스 경(Sir Geoffrey Nice)을 포함한 7인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유럽연합(EU) 의회를 비롯한 구미 각국 의회에서는 ‘강제 장기 적출 종식에 관한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연례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 중국 내 파룬궁 탄압 실상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파룬궁 수련자라는 이유만으로 구금돼 강제 장기 적출을 당하는 믿기 어려운 현실을 뒷받침 한다.
파룬궁 취재를 통해 내린 잠정 결론은 다음과 같다. ‘파룬궁은 전세계를 통틀어 어떠한 사회문제도 일으키지 않았으며 ‘해악(害惡)’이라 할 만한 요소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주지할 점은 이러한 파룬궁이 탄생하고 성장한 중국 본토에서 박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취재 중 만난 여성 수련자의 말이 귓가를 울린다. “진·선·인을 삶의 가치로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늘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 원칙이 자유롭게 펼쳐질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세계적 만화가 다슝이 말하는 파룬궁
“수련 후 폭력성 사라지고 성격 온유해졌다”
파룬궁을 수련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대학 시절 나는 반항적이었다. 록(Rock) 그룹 활동을 하면서, 사회 저항 메시지를 담은 곡을 쓰기도 했다. 대학 3학년 때 한 여학생을 알게 됐다. 파룬궁 수련자였는데 그를 통해 파룬궁에 본격 입문하게 됐다. ‘전법륜’ 책 내용이 마음에 와닿았다. ‘좋은 사람, 참하고 순수한 사람이 되라.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이후로 더는 고민하지도 사회에 반항하지도 않게 됐다.”
수련 후 삶에 변화가 왔나.
“반항적이던 나 자신이 부드러워지고 폭력성도 사라짐을 느꼈다. 세상과도 화해했다. 대학 시절 그린 유화(油畫) 주제에는 고민, 짜증, 허망이 담겼는데 파룬궁 수련 이후로 그림을 통해 ‘고요함’을 표현하게 됐다. 성격이 온유하게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잘못된 질문이다. 파룬궁을 수련해서 더 큰 성공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파룬궁 수련=성공 포기’가 아니다.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파룬궁의 가르침이고 나는 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나는 내 직업에 최선을 다해 왔을 뿐이지 명리(名利)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박해 속에서 신념을 왜 지키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간단하다. 나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생각하고 내 선택엔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파룬궁을 박해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파룬궁 수련자들은 중국공산당 정부가 제시한 이론이나 방향성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의 지침을 따르면 부귀를 누릴 수도 있다. 파룬궁 수련자는 이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수련자는 ‘내면’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 점이 중국공산당이 두려움을 느끼고 수련자를 박해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작품이 홍콩 민주화운동에서 널리 사용된 배경은 무엇인가.
“홍콩 민주화 시위 때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섰다. 두려웠겠지만 마음속에 정의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내 마음도 그랬다. 그림은 메시지를 전하는 가장 확실한 도구 중 하나다. 언어 장벽을 초월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붓으로 그들을 지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내 그림이 인터넷상에 확산했고, 홍콩 민주화를 열망하는 젊은이들이 인쇄해 그림을 거리로 들고 나왔다. 이는 내 삶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국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한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고도 경제성장을 이뤘고, 민주화도 성공적으로 이행했다. 최근엔 ‘K-컬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한국은 지정학적(地政學的) 이유로 북한, 미국, 중국, 일본 사이에서 ‘게임’을 해야만 하는 처지다. 일부 한국인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중국을 두려워한다. 중국은 겉보기와 달리 취약하다는 점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중국은 이른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통해 주변 국가를 겁박하기도 한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불량배’가 사용하는 수단은 다른 불량배를 부리는 것이라는 점이다. 맹자(孟子)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말했다. 호연지기를 가지고 중국을 대해야 한다.”
다슝은 “한국으로 망명해 한국인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수련자가 다수 존재한다”며 “도움을 주는 한국인들에게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사의(謝意)를 표했다. “한국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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