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굳이 따지면 美 판정승
中 펜타닐 관세 인하, 물류세 취소 얻었으나
美 보복 관세 및 기업 규제 철폐, 대두 수출 얻어내
‘팩트시트’에 나타난 한화오션 제재 해소 사연
한중 문제 해결 실마리는 긴밀한 한미 공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의 나래마루 접견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회담 결과에 양국은 호의적 평가를 내렸다. 미국은 중국의 대두(大豆) 수입 재개와 희토류 수출 규제 잠정 중단에 환호했다. 중국 매체에는 “미중 양국의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미중 양대 함선의 평온한 전진 항행” “대화가 대립보다 낫다”는 식으로 양국의 미래를 낙관하는 은유적인 비유가 넘쳐났다.
11월 1일에 백악관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공개되면서 회담의 실제 성과가 드러났다. 확실한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대부분의 합의 사항이 1년 유예기간을 둔 조건부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휴전을 선언한 셈이었다.
미중 정상, 내년에만 최소 3차례 만나
두 정상이 합의한 사안은 놀랍지 않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는 사실상 전 세계를 향한 선전포고였기에 합의는 자명했다. 결국 중국은 이를 1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얻은 대가는 펜타닐 관세 인하(10%)와 입항세와 물류세 취소 정도에 불과했다.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어갔다. 중국은 펜타닐 재료의 미국 수출을 중단하고 미국 농산품 보복 관세와 미국 기업에 대한 비관세 대응 조치를 철폐하기로 했다. 동시에 연내 미국산 대두 12만t을 수입하기로 했다. 중국내 미국산 반도체 수출(첨단 반도체 제외)도 재개된다. 중국이 그간 미국 기업에 대한 반독점·반덤핑(특정 국가의 상품이 정상 가격보다 훨씬 낮게 팔리는 상황) 조사를 벌이는 것도 중단한다. 올해 6월부터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전면 중단한 중국이 합의로 연말까지 소화해야 할 물량(12만t)도 과분해 보인다. 내년부터는 매년 25만t을 2028년까지 수입해야 한다. 회담 결과에 따른 양국 간 이득을 따지자면 미국이 근소한 차이로 판정승한 셈이다.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의 무역 회담이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알렸다. 이제 겨우 양국이 협상을 시작한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합의 사안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의 핵심 요구안 중 관철된 것이 하나도 없다. 미국 첨단 과학기술의 중국 이전, 미국산 첨단 반도체와 관련 소프트웨어 중국 수출 허가와 중국 자금의 미국 투자와 자본시장 규제 완화 등 미국이 현재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로 즐비하다(‘신동아’ 11월호 “경주 APEC은 미중 무역전쟁 최종 결투의 장” 기사 참조). 중국으로의 첨단 과학기술 이전 금지 및 중국 자금 투자 규제 등은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입법한 사안이다. 최종 합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를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래도 굳이 성과를 찾자면 이 회담이 시작이라는 점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지도자가 무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결의를 서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들의 내년 만남도 이미 예약되었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는 내년 4월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내년 11월에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고, 트럼프의 참석도 예상된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26년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미국 플로리다주 위치)에서 G20 정상회의가 예약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국빈 방문할 때 무역 합의가 최종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4월에 합의를 이루지 못해도 기회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날 때마다 합의문을 발표하는 단계적인 방식으로 무역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 민감하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이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미중 관계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동아DB
미중 정상회담 팩트시트에 나타난 제재 철회
미중 정상회담으로 한국이 혜택을 본 부분도 있다. 11월 10일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개(한화쉬핑, 한화 필리 조선소, 한화오션 USA 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 홀딩스 등)에 대한 제재를 철회했다.미중 정상회담의 팩트시트에서 미국이 중국 측과 이를 협의한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의 해운과 조선에 슈퍼 301조 관세 적용을 위한 조사를 중단하고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위한 한국, 일본과의 역사적 협력을 계속하겠다”라는 대목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적용한 해운·조선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대신 중국이 한국 기업에 적용한 제재의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는 미중 갈등의 유탄이 한국 기업에 튄 사례였다. 중국은 10월 14일 한화오션 자회사들이 미국 정부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 협력한 점을 들어 중국 내 조직·개인이 이들 업체와 거래·협력 등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했었다.
한화오션의 자회사들은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한 제품도 사용할 수 없었다. 중국 상무부는 10월 9일 ‘역외(해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을 발표했다. 이는 ‘중국판 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외국 직접 제품 규정)’이다. ‘반외국 제재법’으로도 알려진 이 조항에 따르면 해외 기업과 개인이 희토류 관련 품목을 중국 외 국가로 수출할 때 중국 상무부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아야 하는 경우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외국 군 관련 단체나 기업이나 최종사용자, 둘째로는 수출 통제 목록에 등재된 국가의 기업이나 최종사용자, 마지막으로는 감시 목록에 이름을 올린 국가의 기업이나 최종사용자다. 최종사용자는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지점 등을 포함한다. 한화오션의 자회사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조치를 하기 전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희토류 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올해 4월에는 우리 정부를 포함해 중국산 희토류 금속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변압기, 배터리, 디스플레이, 전기차, 항공우주, 의료기기 등의 생산업체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중국산 희토류가 포함된 어떤 장비도 미국 군수업체나 미군에 수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나 기타 규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구체적인 처벌 방식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후 올해 10월 9일 중국은 희토류 수출 규제 공고를 발표했다. 해외에서 중국산 희토류를 이용해 ‘이중 용도 제품(민간과 군에서 모두 쓸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한 기업과 정부에 대한 제재가 주 내용이다. 10월 14일 중국은 한국 정부에 공문을 보내 “중국의 핵심 금속이 포함된 제품을 미국이나 미 군수업체에 수출하는 경우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그 결과 한화오션이 첫 희생양이 되었다.
우리 방산이 세계적 인기를 얻는 가운데 중국의 경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미동맹을 통해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한 무기 관련 제품이 미국에 우회되는 점을 중국 측이 심각하게 우려하는 방증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 이익에 동조한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보는 부당한 현실을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미국의 이런 결의는 2021년 3월 첫 QUAD(미국, 인도, 일본, 호주) 정상회의 때부터 다져졌다. 당시 채택된 공동성명은 미국 주도의 안보 협의체에 참가한 나라들이 ‘강압에 의해 (행동이) 구속되지 않게 하는 것을(unconstrained by coercion)’ 지향점 중 하나로 선언했다.
다시 말해 미국의 동맹국과 유사 입장 국가(like-minded states)가 중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미국의 보증수표다. 미국은 이런 약속을 이후 다양한 연대 설립 과정에서도 잊지 않고 상기시켰다.
2021년 3월 토니 블링컨 전 국무장관은 3차례(3월 NATO 연설, 4월 미일 외교·안보 정략대화 성명문, 9월 미국·영국·호주 안보 연합체 합의서)나 미국의 대외정책 때문에 동맹국과 유사 입장 국가가 불이익을 보는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 이후 실제로 한국 기업이 중국의 규제를 받자 미국은 동맹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선 것이다.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설치한 사드 발사대. 동아DB
한미 공조 한층 더 강화해야
11월 14일 한미 정상회담 및 무역 협상의 팩트시트가 발표됐다. 이 문건에서 환영할 만한 사안은 우리의 대미 투자를 연 200억 달러로 상한한 점과 우리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연 5만 대 제한에서 벗어난 점이다. 국내에서 미국의 상선과 군함 건조도 국내에서 가능해졌다. 백악관은 핵추진잠수함의 건조도 승인했다. 한국의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도 지지하는 미국 측 입장도 발표됐다. 문제는 이 사안을 관철하려면 미 의회와 관련 부처를 설득해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원사격 의사가 분명하지만 그의 퇴임 후 지속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한국이 미국의 군 장비를 2030년까지 250억 달러어치 구매하기로 약속한 사항도 신중하게 세부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군 장비의 구매가 무기를 의미하는지가 중요하다. 무기 수입 과정에서 중국을 자극한다면 제2의 중국발 한국 무역 규제가 시작될지 모른다. 2016년 7월 한국이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자 이듬해 중국은 ‘한한령(限韓令)’을 내려 중국 내 한국 콘텐츠 수입 제한 및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 제한 조치를 시작했다. 한한령은 지금도 해제되지 않고 있다. 이를 피하려면 한미 당국 간의 긴밀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수반되어야 하겠다.
APEC 기간 치러진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의 중국 측과 합의한 결과에서도 과제가 남았다. 중국은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인공지능(AI), 바이오·제약 등의 영역에서 협력을 주문했다. 한미 양국에는 기회다. 두 나라가 중국과의 협력 방향 및 사안을 사전에 긴밀하게 논의한다면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낼 수도 있다. 물론 민감한 기술과 정보가 포함된 산업인 만큼 미국과 중국의 잘못된 인식과 판단으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사전에 막을 방안도 고민해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동맹관계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번 한화오션 제재에서 나타나듯 미국은 중국의 부조리한 결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해소했다. 우리가 대중국 문제에서 미국과 긴밀한 협력·공조해야 하는 이유가 입증된 것이다. 비슷한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미 간 사전 검토, 논의, 조율과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미국 등 관련국과 협의할 수 있는 소통 채널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 美 웨슬리언대 정치학 학사
● 中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석·박사
● 前 한국세계지역학회장, 한중사회과학회장,
美 브루킹스연구원 방문학자 등 역임
● 現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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