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韓美 조선협의체 구축해 美 달래고
②핵잠 관련 모든 관계 기관 모인 국책사업단 구성
③美,유럽 손잡고 저농축우라늄 연료 공급 체계 제도화
④핵연료 관리 위해 IAEA 맞춤형 이중 감독 체계 설계
⑤AUKUS 참여해 핵잠 운영 노하우 받아야

2021년 7월 진수식에서 공개된 도산 안창호함. 동아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월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로써 한국은 핵잠수함 개발에 공식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핵잠수함 개발에 성공한다면 한국의 국방력은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적 외에도 중국·러시아의 해상 활동 감시, 주요 해상교통로 보호, 위기 시 항모전단 호위도 가능하다. 추후에 한국도 SLBM을 개발한다면 장거리 순항·탄도미사일 발사 플랫폼 역할도 할 수 있다.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의 뿌리는 1970년대 초 박정희 정부 비밀 핵무장 구상 ‘Y프로젝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와대와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북한의 급속한 군비 확충에 대응해 독자적 억제 수단을 모색했다. 그 과정에서 잠수함 추진체계에 핵기술을 응용할 가능성이 처음 논의됐다. 1975년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과 미국의 반대 속에서 해당 사업은 중단됐지만 핵잠수함은 이후 한국의 군사기술 자립을 상징하는 과제로 남았다.
오랜 기간 염원하던 핵잠수함 개발에 착수하게 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장소를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로 특정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서 핵잠수함을 건조할 가능성은 줄었지만, 한국에서 사용할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한다면 개발 기간이 많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 이외에도 핵연료 공급 체계화, 원자로 개발 등 갈 길이 멀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승인했다. 대통령실
2004년부터 본격 핵잠수함 개발하던 한국
한국은 핵잠수함 개발에 진심인 국가였다. 미국의 반대에도 몰래 핵잠수함 개발을 준비했을 정도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하며 1차 북핵 위기가 일어났다. 김영삼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잠 연구를 비밀리에 재개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핵잠수함 3척이면 한반도 전력 억제력이 대폭 향상된다”라는 결론을 도출했고, 이에 따라 국방부·ADD·한국원자력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핵잠수함 개발사업’이 출범했다. 이후 2004년 해군 조함단에는 전담 조직인 ‘362사업단’이 설치돼 원자로·선체·무장체계의 통합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검토되었다.해군은 핵잠수함을 단순한 무기 도입이 아닌 ‘국가 전략무기 체계 자립’의 출발점으로 인식했다. 당시 미국의 기술이전이 불가능했기에 국내 기술진은 프랑스 루비급 핵잠수함과 러시아 아쿨라급 핵잠수함의 기술적 특성을 분석하며 독자 모델을 구상했다.
실제 개발 성과도 있다. 2000년대 초 한국형 일체형 원자로 개념설계가 완료됐다. 해군이 제시한 목표 배수량은 4000t급 이상이었다. 그러나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IAEA)가 우라늄 소량 농축 실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사업이 중단됐다.
다만 이 시기에 확보된 저농축우라늄(LEU) 기반 원자로 설계 능력과 4000t급 핵잠수함 개념설계 성과는 오늘날 한국형 핵잠수함(K-SSN) 개발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후에도 핵잠수함 개발 시도는 계속됐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원자력 선진국 도약을 목표로 경주에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의 추진체 개발에 착수했다. 군사용 원자로 설계에 필요한 열교환기, 냉각 계통, 연료 배열 등의 기술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단계였다. 그러나 한미 원자력협정 제13조의 제약, 즉 “이전된 핵물질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이 여전히 주요 걸림돌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제약을 우회하기 위해 ‘평화적 이용 기반의 추진체 연구’라는 명분으로 2021~2025년 4년간 ‘국방중기계획’에 핵잠수함 개발을 포함했다. 미국과 사전 교감도 이뤄졌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무기 비확산 정책 기조하에서는 구체적 합의로 진전되지는 못했다.
결정적 전환점은 이재명 정부에서 찾아왔다. 10월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핵잠수함용 핵연료 공급 허용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이로써 한국은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법적·외교적 문턱을 처음으로 넘는 국면에 진입했다.
필리 조선소 건조는 피했으나
다행히도 핵잠수함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건조될 가능성이 높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1월 14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얘기는 거론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여기(한국)에서 건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큰 호재다. 앞서 설명했듯 한국의 작전 환경에 맞춰 핵잠수함 설계가 진행된 상태기 때문이다. 협상 과정에서 핵잠수함 미국 건조 이야기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미국과의 협력 강화는 필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미 조선협의체(SCG·Shipbuilding Consultative Group)를 공식 출범시키는 것이다. 미국이 조선 역량을 키워내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만큼 이 기구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조선 분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이때 핵심 부품(연료 캡슐, 방사선 차폐재, 정밀 용접 장비 등)은 국내 생산 체제로 챙겨야 한다.미국 의회는 핵잠수함 기술의 해외 유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2023년 1월 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로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호주는 빠른 핵잠수함 확보를 위해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2척 구매하려 했다. 하지만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미국의 핵 추진잠수함을 호주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견을 내 무산된 이력이 있다. 비슷한 상황을 막기 위해 한미 양국 의회에 핵잠수함 개발 및 핵연료 처리 등에 관한 정례 보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신속하게 핵잠수함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을 만드는 일이다. 정부는 신속히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사업단(가칭)’을 총리실 산하에 설치하고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해군본부·조선소·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국책사업단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영국·러시아·프랑스 등은 국책사업단을 구성해 국가 역량을 총결집함으로써 10년 이내 핵잠수함 개발에 성공했지만, 인도는 핵잠수함 개발을 해군에만 맡겨 개발에만 3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다음 당면 과제는 연료 확보다. 미국과 합의를 통해 LEU 기반의 군함 추진용 연료 공급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미국 외에도 추가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 프랑스·영국·캐나다 등 핵잠수함을 먼저 운영한 국가와도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
동시에 핵무기 비확산 원칙을 충족시켜야 한다. 핵연료의 조달·보관·이송·폐기 전 과정에 대해 IAEA 맞춤형 이중 감독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군사보안 측면에서도 이 체계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또한 연료 보관시설, 이송 절차, 비상대응체계에 대한 국가표준을 제정해 핵연료 이용 안전성과 투명성을 챙겨야 한다.

미국 해군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 ‘미주리함(SSN-780)’. 뉴스1
핵잠수함 개발과 동시에 승조원과 원자로 운영 인력 양성에도 나서야 한다. AUKUS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 의회도 이 부분에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미 의회 하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AUKUS는 미국의 막대한 국가안보 수요를 충족하는 데 중요하지만, 우리는 더 많이 잠수함을 건조해야 한다”라며, “한국·일본·노르웨이와의 파트너십 확대를 모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세계 8번째 핵잠수함 운용 국가 넘본다
이를 통해 미 해군 및 유럽 방위 조선산업과의 공동 훈련 및 기술 교류를 병행할 수 있다. 이미 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는 해군과 공동 훈련을 한다면 빠르게 핵잠수함 운용 관련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해군사관학교·KAIST·한양대·포항공대 등에 관련 학위 과정을 신설해 전문 인력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한국은 오래전부터 핵잠수함 개발에 착수한 나라다. 미국과 핵잠수함 운용 선배 국가의 협력을 받을 수 있다면 빠르면 36개월 이내에 핵잠수함 시제기를 내놓을 수 있다. 36개월 내에 시제기 건조에 성공한다면. 120개월 내에는 실제 해군에 배치할 핵잠수함 개발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잠수함 역사는 짧다. 1993년 독일에서 첫 군용 잠수함(장보고함)을 수입했다. 하지만 이후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잠수함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켜 미국·영국·프랑스·일본·인도·러시아·중국 등 7개국에 이어 처음으로 3000t급 이상 잠수함(도산안창호함)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제는 핵잠수함 개발도 넘보고 있다. 현재 핵잠수함을 운용하는 나라는 핵보유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을 제외하곤 인도뿐이다.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호주와 브라질도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경우 한국은 세계 8번째 핵잠수함 운용 국가가 될 수 있다.
핵잠수함 개발사업의 성패는 단순한 군사력 우위를 가늠하 판단을 넘어서 대한민국이 자주국방을 실현할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제도, 투명한 관리, 국민적 신뢰, 국제적 책임이 조화를 이룰 때에야 한국형 핵잠수함은 심해 속에서 국가의 생존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방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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