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호

“무주택 30대, 연말연초 다주택자 급매 노려야”

[Special Report② | 아! 부동산…2030은 왜 분노하는가] 부동산 전문가 제네시스 박의 ‘내 집 마련’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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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5-12-0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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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집 마련, 처음부터 높은 담장 넘으려 하면 안 돼

    • ‘저축+대출+증여’ 확인해 가용자산 규모 살펴라

    • 양도세 중과·보유세 우려하는 다주택자 매물 사라

    • 돈 없다? 지출 통제, 선도 아파트 임장하며 기다려야

    • 핵심지 공급 대폭 감소 불가피…초양극화 온다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는 11월 11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다주택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부동산 세금인 만큼 무주택자들은 거기서 기회를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호영 기자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는 11월 11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다주택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부동산 세금인 만큼 무주택자들은 거기서 기회를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호영 기자

    “실현 가능한 선에서 시작하길 당부한다. 처음부터 10m 되는 담장을 넘으려 하면 안 된다. 넘을 수 있는 30㎝, 50㎝ 담장을 찾으라.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가면 된다. 내 집 마련은 청약이나 재개발·재건축이 아니라면, 결국 다주택자의 매물에서 찾아야 한다. 다주택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부동산 세금이다. 정부가 세제 규제에 대해 신호를 내고 있는 만큼, 거기서 기회를 읽어야 한다.”

    ‘제네시스 박’으로 친숙한 박민수(48) 더스마트컴퍼니 대표가 11월 11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부동산 세금 전문가로, 유튜브 채널 ‘채널 제네시스박’을 운영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2014년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이래, 부동산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 마흔 전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 4년 동안 이사를 4번 다녔으며, 동시에 투자 목적으로도 부동산 매매를 이어갔다고 한다. 퇴사 후에는 부동산 투자 관련 콘텐츠를 만들며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저축+대출+증여’ 확인해 가용자산 규모 살펴라

    박 대표가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시기가 2014년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담보인정비율(LTV)을 70%까지 완화하며 이른바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기조를 내세울 때였다. 대출 여력이 확대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시기다. 반면 현재 6·27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돼 대출 한도가 최대 6억 원(15억 원 이하 주택)으로 제한됐다.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2030세대가 특히 직격타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표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2014년 첫 내 집 마련은 어떻게 했나.

    “판교로 출퇴근하던 시기였다. 대출(2억6000만 원)을 포함해 3억 원 초중반대의 예산이 잡혔다. 서울은 불가능했고, 경기 용인에서 예산 범위 안의 ‘1층’ 매물을 찾았다. 부동산 초보가 흔히 하는 실수다(웃음).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그래도 서울에 터를 잡자’ 생각했고,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를 3억3500만 원을 주고 매매했다. 당시 매도인이 미국 시민권자여서 매매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가 달라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매매는 무사히 끝났다. 등기권리증을 받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내 집 마련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을 꼽자면. 

    “처음으로 거액의 대출을 받자니 공인중개사·매도자·법무사·대출담당자 등 주변 모두가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되더라. 그럼에도 돌이켜 보니 대출이 없었다면 내 집 마련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2030세대는 당연히 모아둔 돈이 적을 수밖에 없어 대출이 불가피하다. 최근 대출 규제로 인해 이들이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파트 가격은 치솟은 가운데 대출 규제가 심해지면서 청년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렇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관심을 이어가야 한다. 내 집 마련의 장점은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실거주를 통해 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지나친 ‘영끌’로 하우스푸어가 되면 안 되겠지만, 최근은 규제 때문에 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돼 대출건전성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 물론 평범한 직장인이 갑자기 6억 원의 대출을 받기란 쉽지 않다. 6억 원을 대출받으면 매달 원리금으로 280만~300만 원 정도 나간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맞벌이라면 부담 가능한 수준이다.”

    양도세 중과·보유세 우려하는 다주택자 매물 사라

    30대 무주택자라면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우선 가용자금부터 확인해야 한다. 저축액에 대출 가능액을 더해 어느 정도의 부동산을 매매할 수 있는지 살펴보라. 가능하다면 증여받을 수 있는 금액도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세 재원을 합쳤을 때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지금 바로 하진 말고 올해 연말부터 내년 연초 사이에 나오는 다주택자의 급매를 노려보라.”

    연말 연초에 급매물이 나올 것이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기적 관점에서 한 말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를 살펴보면 내년에 세금과 관련된 부동산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매년 7월 세법 개정을 하는 만큼 여기에 맞춰 나올 수 있다. 마침 6월에 지방선거도 끝나니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다. 게다가 2026년 5월 9일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유예됐다. 이것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앞선 이유들로 다주택자 사이에서 일부 매물이 나올 수 있다. 계약에서 잔금까지 통상적으로 2~3개월 소요되는 만큼, 연말연초에 이 매물이 나올 것이다. 다주택자들은 혹시 모를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5월 9일까지 잔금을 치러야 한다.”

    10월 15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이날 정부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4개 자치구의 규제 지역 지정은 유지하면서, 나머지 서울 21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뉴스1

    10월 15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이날 정부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4개 자치구의 규제 지역 지정은 유지하면서, 나머지 서울 21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뉴스1

    양도소득세의 기본세율은 6~45%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면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가 더해진다. 중과 대상이 되면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10·15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심적 부담이 클 것 같다.

    “서울 전역이 규제 지역으로 묶여 있다는 것은, 다주택자가 언제든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도할 경우 세금 부담이 두세 배 늘어날 수 있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중과가 시행되기 전 서둘러 팔지, 아니면 세금을 감수하고 버틸지를 결정해야 한다. 매수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잔금일을 5월 9일 이후로 잡으려는데 매도자의 반응이 좋지 않다면 양도세 중과 때문일 수 있다. 이럴 때는 일정을 조정하는 대신, 가격 인하를 제안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등기부등본으로 취득가를 확인하고 예상 양도세 규모를 계산한 뒤, 절반 수준의 금액을 협상 카드로 제시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30대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3억6175만 원이었다. 4억~5억 원대의 순자산을 가진 30대 가구가 있다고 가정할 때, 어떤 매물을 찾는 것이 최선인지 알려달라.

    “질문이 가장 많이 나오는 재산 구간이다. 대출까지 고려할 때 9억~10억 원대의 매물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감사하게도 증여를 받을 수 있다면 12억 원대 매물까지 가능해 보인다. 주의할 점은 ‘진흙 속의 진주’를 찾으려 하지 마라. 저평가된 것으로 보이는 매물은 저마다 하자가 있다. 그냥 뉴스에 많이 나오는, 익숙한 아파트 위주로 보라. 경기보단 서울이, 지하철역과 먼 곳보단 가까운 곳이, 구축보단 신축 또는 준신축이 좋다. 또한 평형보단 입지가 우선이다. ‘상대적으로 나은 입지의 20평대 아파트’가 ‘입지가 떨어지는 30평대 아파트’보다 좋다는 소리다.”

    9억~10억 원으로 앞선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가 있나.

    “제한된 예산에서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아파트를 구할 순 없다. 현실적으로 한두 가지는 포기해야 한다.”

    모은 돈이 적거나 전세 계약을 최근에 해 당장 부동산 매매가 어려울 경우는 어떻나. 

    “앞서 ‘단기적으로 보면 연말연초에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기 다주택자의 급매물을 잡는 것이 완벽한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기회는 늘 있다. 당장 매매가 어렵다고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연말연초에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지만, 이후 다시 비슷한 가격대 혹은 더 아래 가격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마음의 여유는 갖되, 그럼에도 무주택자라면 가급적 내 집 마련은 해두는 게 좋다.”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

    “무엇보다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 퇴사하고 다양한 플렉스를 즐겼는데 남는 게 없더라(웃음). 지금은 신용카드도 없다. 월급이 들어오면 체크카드와 연동된 지출용 통장에 100만 원만 채워놓고, 나머지 돈은 예비비 계좌에 따로 모아두는 식으로 운용한다. 100만 원이 줄어드는 속도를 보며 지출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최대한 빨리 1억 원을 모아보라. 문제는 이렇게 살면 인생이 재미없다는 점이다.”

    그럴 거 같다.

    “그럴 때 아파트 공부와 데이트를 겸하면 된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KB선도아파트50’ 리스트를 볼 수 있다. 시세 총액을 반영해 뽑은 것으로 주요 아파트들로 구성됐다. 경기 지역 아파트가 3곳이고, 나머지는 모두 서울이다. 광교중흥S-클래스(경기 원천동), 래미안슈르(경기 원문동), 산성역포레스티아(경기 신흥동) 등 경기 지역 아파트를 포함해 50곳을 모두 방문해 보라. 주말마다 배우자와 1~2곳을 들러 아파트를 공부하고 근처 맛집을 가는 식이다. 시간이 지나면 적정 가치를 판단하는 눈이 길러질 것이다.”

    초양극화 온다…핵심지 공급 대폭 감소 불가피

    장기 흐름에서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 보나.

    “투자 수요가 굉장히 적은 실수요자 위주의 상황이다. 실수요자들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부동산을 자주 사고팔지 않는다. 둘째, 이들이 부동산을 매도하는 이유는 더 좋은 곳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따라서 중심지의 가격은 거의 하락하지 않을 것이고, 애매한 곳들만 떨어질 것이다.”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 보나.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로 흘러갈 전망이다. 여러 규제로 거래가 꽉 막힌 상태다. 대출 규제가 △25억 원 초과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15억 원 이하 세 단계로 나눠 적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25억 원 초과는 고소득 개인사업자와 전문직 등이 매매하던 곳이다. 이들의 소득이 갑자기 줄 일도, 눈높이를 낮출 가능성도 높지 않다. 수요 역시 줄어들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런데 공급은 반대다.”

    공급에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 보나.

    “공급은 대폭 감소할 전망이며, 이미 그렇다. 핵심 입지를 대상으로 하는 청약은 사실상 없으며, 재개발·재건축 물량도 일부다. 결국 기존 거주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매물이 나올 텐데, 잘 없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당연히 대기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고, 집주인은 가격 협상을 하려 하지 않을 테다. 간간이 거래가 나오면 신고가가 빵빵 터질 수 있다.”

    나머지 구간은 어떤가.

    “15억 원 이하는 속된 말로 ‘갈 놈만 갈 것’이다. 9억~10억 원 매물 가운데 인기가 있는 곳은 가격이 천천히 올라 15억 원으로 수렴할 것이다. 나 홀로 아파트나 구축 아파트는 따라가기 힘들어 보인다.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구간은 가장 애매하다. 윗급으로 가자니 초양극화가 진행돼 쉽지 않다. 해당 매물을 가진 사람들과 얘기해 봐도 ‘팔고 갈 곳이 없다’더라.”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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