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윤석열은 우는 아이 달래는 식으로 北 도발 다루지 않는다”

김성한 국민의힘 선대위 외교안보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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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2-03-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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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위권 차원 사드 추가 배치, 中도 이해할 것

    • 비핵·번영 한반도 구상은 레토릭 아닌 진심 담긴 요구

    • 북핵 선제 타격 발언은 킬체인 원칙 설명한 것

    • 친미·친중 이분법은 외교 공간 좁히는 일

    김성한 국민의힘 선대위 외교안보정책본부장. [홍태식 객원기자]

    김성한 국민의힘 선대위 외교안보정책본부장. [홍태식 객원기자]

    검사 이외 행정 경험이 없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정 최고 책임자에게 요구되는 외교안보 역량이 있느냐”고 의구심을 표한다. 최근 ‘사드 추가 배치’와 ‘북핵 선제 타격’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면서 그 같은 의구심은 얼마간 증폭됐다. 그러나 윤 후보 주변에는 내로라하는 외교안보전문가 수십 명이 포진해 있다. 그 가운데 중심적 역할을 하는 이가 김성한 고려대 교수다.

    이명박 정부 때 외교부 차관을 지낸 그는 현재 국민의힘 선대위 외교안보정책본부장으로 윤 후보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한다. 김 교수를 만나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외교안보정책 전반에 대해 들었다. 윤 후보와 대광초 동기동창인 그는 “윤 후보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당당하게’ ‘예측 가능하게’인데, 외교안보정책에도 그 같은 삶의 두 원칙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윤 후보가 외교안보 발언으로 논란이 제기된 이후 이를 수습하고 방어한 것도 윤 후보가 자신의 신념에 입각해 원칙을 갖고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를 비롯한 외교안보팀은 지난해 3월 윤 후보가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많을 때는 주 3회, 보통 주 2회 만나 외교안보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해 왔다고 한다. 김 교수는 “윤 후보가 최근 발표한 비핵·번영 한반도 구상 공약은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해 온 윤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이 집약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올 들어 북한이 7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했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대단히 엄중한 상황이다. 북한이 지금처럼 단기간에 많은 미사일을 발사한 전례가 없다. 5년 만에 2017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겨울철에는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잘 하지 않았다. 액체연료를 고체로 바꾸면서 기술적으로 상당히 자신감이 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사일 도발은 누구를 겨냥한 것인가.

    “북한이 도발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려는 대상은 80% 이상이 미국이고, 나머지가 우리를 향한다고 볼 수 있다.”



    北 도발 ‘레드 라인 넘겠다’ 메시지 함축

    잇단 미사일 도발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

    “미국에 자신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하루빨리 충족하지 않으면 ‘레드 라인을 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유감’ 표명으로 일관하던 문재인 정부가 중거리 미사일 도발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대통령이 직접 NSC를 주재한 것은 우리 정부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최근 7차례 미사일 발사 가운데 한 차례 크루즈 미사일 발사를 제외한 6차례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다.”

    김 본부장은 “유엔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즉각 안보리를 소집했고, 미국과 일본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대처하는 상황에 유감 표명 정도로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는 국제적 왕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의식했을 것”이라며 “국민이 우려하는 안보 위기에 못 미치는 정부 대처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감안해 대통령이 직접 NSC를 주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종전 선언, 코미디 같은 일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종전 선언을 추진해 왔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종전 선언은 명분도, 동력도 잃었다.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 종전 선언에만 국한한다면 단기간에 미사일 도발을 해놓고 갑자기 김정은 위원장이나 다른 대표가 나와 종전 선언을 하자고 한다면 그 자체가 코미디 같은 얘기가 되지 않겠나. 국제사회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식을 초월하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에 종전 선언은 사실상 힘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김 본부장은 “종전 선언은 어렵겠지만 30년 가까이 북한 핵 문제를 연구해 온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최고조로 도발하는 것은 협상이 곧 임박했다는 신호인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며 “북한은 집중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킨 뒤 갑자기 협상장에 나와 주도권을 행사하려 한 경우가 과거에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남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이나 919공동선언도 타격이 불가피한데….

    “북한이 그동안 지켜오던 일종의 모라토리엄을 깨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다. 북한과 대화를 통해 비핵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뤄낸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지킬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어떤 우여곡절 끝에 (합의가) 이뤄졌든, 남북이 합의를 했으면 그 내용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이행 의지를 보여줘야 합의가 의미가 있다. 이행 의지를 보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위반한다면 그 합의 의미는 상실됐다고 볼 수 있다.”

    곧 출범할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체결한 남북 합의를 승계해야 한다고 보나.

    “당장 (합의를) 폐기하지는 않겠지만, 합의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그럼에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합의 이행을 전제로 한 조건부 폐기 시사인가.

    “그렇다. 다시 한번 우리 정부 책임자가 합의 이행을 촉구했는데도 북한이 보란 듯 도발하고 위반하면 그걸 우리가 지킬 이유가 없다. 결국 폐기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

    尹 대북정책 기조 ‘비핵·번영의 한반도’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평화 프로세스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대체해야 하나.

    “윤석열 후보는 비핵·번영의 한반도 구상을 내놓았다.”

    비핵·번영의 한반도 구상은 평화 프로세스와 다른 듯하면서도 유사해 보인다.

    “두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하나는 비핵화에 대한 요구가 레토릭이 아닌 진심이 담긴 요구라는 것이다. 두 번째 큰 차이점은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압박을 병행해야 하는데 압박의 중요한 수단인 제재를 완전한 비핵화와 검증 가능한 비핵화 직전까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는 사전에 제재를 완화해야 대화가 재개되는 식의 입장을 취해 왔는데, 윤 후보는 대화 재개를 위해 제재를 먼저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가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북한이 도발한다고 우는 아이 달래는 식으로 자꾸 들어준 것이 지금껏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만든 일종의 자양분 구실을 했다. 북한이 변화하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하도록 한미가 철저하게 공조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원칙적으로 대처하면 북한이 함부로 도발할 수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대화에 나올 것이다.”

    대화를 견인하려면 북한이 제시하는 조건을 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우리가 대화에 나와달라고 애걸복걸할 때는 절대로 안 나왔다. 북한 스스로 생각하기에 대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이 섰을 때에만 대화에 나온다. 우리가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일종의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고 보나.

    “그렇다.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겠지만 상당한 정도의 인내가 필요하다. 주사위를 저쪽에다 던져놓고 기다리는 것도 전략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고 자꾸 도발한다고 북한에 뭔가를 갖다 바쳐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북한으로 하여금 진정성 있는 대화에 임하지 못하게 한다.”

    김 본부장은 “북한은 이슬람 쪽 극단적 종교단체가 아니다”며 “실수도 많이 하지만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올 득실 비교를 굉장히 잘한다. 그런 점에서 어느 측면에서는 상당히 합리적이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것이 더 득이 되는 쪽으로 구도를 짜고 그쪽으로 몰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국제 공조로 제재를 유지하고, 그 가운데 대화의 문이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발신한다면 언젠가 북한이 필요에 의해 대화에 나올 것이다.”

    최근 윤석열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발언이 논란이 됐다.

    “북한이 5000㎞를 갈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정확하게 고각 발사해 800㎞를 날렸다. 그것은 여러 가지를 함축한다. 800㎞는 한반도를 커버하는 단거리 미사일 사거리와 같다. 저고도 하층 방어 시스템은 우리가 상당히 견고하게 갖추고 있다. 그렇다 보니 북한이 방어망을 뚫기 위해 허점을 노려 그 위로 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대화 문 열어 두되, 제재 유지해야

    윤석열 후보는 2월 4일 대선후보 합동 TV토론에서 “우리가 격투기 싸움 한다고 할 때 측면으로 옆구리도 치고 다리도 치고 복부도 치고 머리도 공격하면 다 방어해야 하는 것처럼,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 등 다양한 방어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고고도에서 요격이 가능한 사드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윤 후보 얘기는 사드만으로 모든 걸 막겠다는 게 아니라, 다리와 몸통 머리까지 방어할 수 있는 중층 방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는 현재 PAC-3(패트리어트 미사일)와 천궁 등을 중심으로 갖춰져 있지만 60㎞ 이상 고도에서 마땅한 수단이 없으니 40~150㎞까지 커버 가능한 사드를 추가로 배치해 중층 방어를 하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 주장은 대중 관계 악화를 초래하고,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때 중국 측에서 주로 얘기한 것이 한국이 자체 안보 필요에 의해 도입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미군이 사드를 들여오는 것은 MD(미사일방어) 체제 중 하나로 들여오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주한미군 중심으로 사드를 들여오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한미군과 별개로 우리나라가 우리 돈으로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를 구매하겠다는 것인 만큼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 우리가 자위권 차원에서 안보를 고려해 (사드를) 도입하려 한다고 생각한다면 중국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드 추가 배치 검토가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 실전 배치를 위한 실행 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인가.

    “윤 후보가 집권하면 검토가 아니라 배치를 위한 실행 계획을 세울 것이다. 물론 군사 전문가,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추가 리뷰는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다수 전문가가 사드 추가 배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대선 이후 인수위나 신정부 출범 이후 더 세밀한 논의를 거쳐 결정되지 않겠나 예상한다.”

    북핵 선제 타격 발언은 킬체인 ‘원칙’

    윤 후보의 외교안보 발언 가운데 논란을 불러일으킨 또 다른 발언이 ‘북핵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것은 완벽한 오해다.”

    완벽한 오해?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로 도발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킬체인을 비롯한 3축 체계를 언급하며 나온 얘기다. 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해 선제 타격하고, 그게 실패하면 요격하고, 그것도 실패하면 대량 보복하는 게 3축 체계다. 극초음속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한국을 향해서 쏘려는 조짐을 탐지했을 때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 발사 기지를 선제 타격해야 될 거 아니냐 하는 킬체인의 원칙을 얘기한 거다.”

    무조건 선제 타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억지라는 것은 상대방의 능력을 평가하고 그것을 상쇄할 능력을 기르고, 길러진 능력을 사용할 의지를 갖는 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 의지다. 위기에 대비할 대응책을 많은 돈을 들여 백화점처럼 여럿 갖다놓으면 뭐하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지도자가 표명하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가 할 얘기를 국가지도자가 되려는 대선후보가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있다.

    “그런 주장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은 지도자라면 반드시 발신할 메시지다. 그것이 전쟁을 막는 길이다.”

    김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 눈치를 보느라 이름을 바꾸고 진전 속도가 조금 느려진 점은 있지만 천안함 폭침 이후 10년째 3축 체제는 계속해서 잘 준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능력은 줄지 않고 오히려 고도화하고 있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핵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해가 가는 주장이지만 우리가 북한 핵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은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한미 간에는 분명히 핵우산이 존재한다. 확장억제(확장된 억제를 뜻하는 핵전략 용어로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대해 제3국이 핵공격을 위협하거나 핵능력을 과시하려 들 때 미국의 억제력을 이들 국가에 확장해 제공하는 것으로 핵우산의 구체화된 표현)는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핵우산, 두 번째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 세 번째는 첨단 재래식 전력이다. 확장억제 속에 핵우산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핵우산, 찢어지지 않도록 해야

    김 본부장은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에서 핵미사일을 날리면 평양을 30분 만에 타격할 수 있다”며 “유사시에 30분 만에 타격할 수 있다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을 개발해 보유하는 것과 효과 측면에서는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에) 동의하면 모를까 굳이 미국과 척을 지면서까지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에 대해서도 “불필요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괌에 핵을 갖다놓고 한미 양측이 공유하자는 게 핵 공유인데, 우리가 괌에 비행기로 날아가는 데 3시간 반, 거기서 평양으로 날아가서 떨어뜨리는 데 3시간 반 걸린다. 미국 본토에서 30분이면 될 일을 굳이 그렇게 번거롭게 핵을 공유할 필요가 있을까. 전술핵이 한반도 가까이에 있다. 핵을 공유하고 있다는 심리적,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보다는 한미동맹을 강화해 미국이 우리에게 제공한 핵우산이 찢어진 우산이 되지 않도록 더 견고하게 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만반의 방어 시스템을 만들어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친중이니, 친미니 하는 식의 이분법적 구도는 우리 스스로 외교 공간을 좁히는 일이다.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다만 한국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축은 분명히 한미동맹이다. 그것을 우리가 철저하게 견지한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없다.”

    김 본부장은 ‘미·중 갈등 속 한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폭포수처럼 자신의 견해를 상세히 설명했다.

    “한미동맹을 견고하게 했다고 해서 우리가 한중 수교를 못 했나, 아니면 30년 동안 한중 관계가 발전을 못 했나. 왜 현시점에 양자택일의 관계로 스스로를 몰아가려 하나. 우리는 미국과도 잘 지낼 수 있고, 중국과도 잘 지낼 수 있다. 굳이 양국의 차이를 얘기하자면 미국과는 이른바 안보 문제를 긴밀히 협의하는 관계다. 중국과는 제반 협력을 하고 있지만 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긴밀하게 협의할 수 없는 관계 아닌가. 우리의 사활적 안보는 미국과의 군사동맹이다. 군사동맹을 최근에 갑자기 맺은 게 아니다. 1954년부터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이어온 관계다. 왜 이 시점에 그게 문제가 돼야 하는지, 왜 갑자기 제로섬 관계처럼 여기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중국이 커지면서 위상이 좀 높아진 측면은 있다. 그렇다고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손을 벗어나 우리 쪽으로 오라는 식의 요구를 중국이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지레 겁먹고 전략적 모호성을 최대의 미덕으로 삼아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것이 우리 안보에 보탬이 되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중국과도 잘 지낼 수 있다. 즉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삼고 한중 관계는 상호 존중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가면 된다.”

    문재인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에 상당히 공을 들였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시 주석의 방한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시 주석 방한뿐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안도 모두 추진해야 한다.”

    우선순위가 있는 것 아닌가.

    “가봐야 알겠지만 윤 후보가 TV토론에서 외국 정상과의 회담 순서를 미-일-중-북으로 답변했는데, 나도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우선이라는 측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 일본이나 중국 정상의 방한을 추진하거나 우리 정상의 방중, 방일 등을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차기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정상은 미국 대통령이다.”

    3불? 새 정부 들어서면 해소될 문제

    문재인 정부 들어 취한 대외정책 중 하나가 이른바 3불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그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나.

    “3불이 합의냐 입장이냐를 두고 정부의 설명이 오락가락한다. 3불이 합의문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만약 문재인 정부 입장이라면 차기 정부가 들어선 뒤 입장을 새로 정하면 3불은 자연스럽게 끝나게 되는 것 아닌가. 새 정부가 외교정책을 가다듬는 과정에 새로운 입장을 정립하면 해소되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한일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한일 관계는 참 지난한 과제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 시대를 우리 당이 공약으로 제시했다. 일본에 과거는 다 덮어두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하는 얘기가 전혀 아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은 과거에 대한 일본 측의 진정한 사과를 전제로 한일 양국이 미래 지향적 협력을 약속한 것이다. 즉 과거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위해 지금 현안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포괄적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논쟁이 되는 여러 문제를 원샷으로 정리하자?

    “위안부 문제도 그렇고 강제 징용 문제도 그렇고 수출 규제 문제도 그렇고 다 엉켜 있다. 따라서 그걸 한꺼번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포괄적 해결을 해보자는 것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전향적 태도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면서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슬프고 부끄러운 과거 역사를 일본이 자꾸 미화하려 한다면 관계 개선에 굉장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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