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환사채는 대주주나 경영진과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투자방법이기도 하다.
세계 2위의 부자 워런 버핏도,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존경받는 투자가인 존 템플턴 경도 인내심의 미덕을 투자에 적용해 세계적인 투자가의 반열에 올랐다. 일례로 워런 버핏은 지난 1970년대 초 코카콜라 주식을 매입한 후 “어느 정도 보유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평생”이라는 짧은 말로 코카콜라 주식에 애정을 표시한 바 있다.
쪽박의 순간이란 대다수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하면서 갈 길을 찾지 못할 때다. 심지어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설립한 짐 로저스는 “거리가 피로 질퍽거릴 때 사라”는 살벌한 투자 조언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쪽박의 대표적인 사례는 IMF 외환위기다. 당시 우리나라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3만원으로까지 폭락했다. 9·11 테러로 인한 주가 폭락도 쪽박의 순간이었다.
이보다 작은 쪽박의 기억도 있다. 2003년의 신용카드사 유동성 위기가 그것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과세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하고, 규제 개혁 차원에서 현금 서비스 한도를 풀었다. 게다가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카드사들은 그야말로 따뜻한 봄날을 맞았다. 규제도 없고 자금을 싸게 조달해 현금서비스 수수료만으로 연 30%씩을 챙길 수 있었으니 카드사들은 말 그대로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에 열을 올렸다.
국내의 대표적 전업 카드사인 삼성카드의 주식은 당시 장외에서 8만원대까지 치솟았고, 10만원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LG카드도 2002년 4월 공모가 5만8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성공적으로 상장됐다. 당시 LG카드 공모주 청약에 몰린 자금은 4조1300억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였다. 경쟁률도 89 대 1까지 치솟았다.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상장 후 주당 10만원까지는 갈 것이라는 전망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왔다.
카드업계는 이처럼 온통 장밋빛 일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드업계는 경기침체로 인해 연체율 급상승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에는 카드사 유동성 위기로 먹구름이 드리웠다. 카드채를 집중적으로 편입한 공사채형 펀드들의 수익률 저하로 투신사들은 전전긍긍했다. 대박이 눈 깜박할 새 쪽박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짐 로저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카드업계는 그야말로 ‘피로 질퍽거렸다’.
카드사들은 2003년 중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증자를 하고,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그해 6월 삼성카드가 8000억원을 공모한 것을 필두로 7월에는 LG카드와 현대카드가 각각 3000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들 3개사의 전환사채 청약에는 무려 1조4000억원이나 되는 돈이 몰렸다.
당시 언론매체들은 전환사채의 투자매력에 대한 기사를 앞다퉈 내보냈다. 그러나 언론의 속성이 그러하듯 수익률 예측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어정쩡한 보도 일색이었다. 과연 청약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모든 투자 성과가 그렇듯 평가는 항상 결과가 말해줄 뿐이다. 당시 카드사들의 전환사채에 투자한 이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수’는 못 되지만 ‘우’ 정도는 될 것이다.
주식 전환 자유자재
카드사 전환사채에 승부를 건 투자자들이 ‘우’를 받은 이유를 알기 위해선 전환사채 투자 방법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전환사채는 채권 형태로 발행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붙어 있는 채권이다.
전환사채는 표면이자, 만기보장 수익률, 주식 전환가 등의 조건이 붙어 발행된다. 표면이자는 말 그대로 채권 액면에 표시된 이자로 LG카드는 3%, 현대카드는 4%였다. 만기보장 수익률은 전환사채 만기 중에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에 지급하는 이자율이다.
2003년 7월에 발행된 현대카드의 만기는 2009년 1월로 만기보장 수익률은 9%. 만일 전환기간에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전환사채 투자자는 만기에 5년 6개월치의 이자를 만기보장 수익률 9%와 표면이자 4%의 차이인 5% 복리를 적용해 받게 된다. 표면이자는 매년 지급되기 때문에 그 만기보장 수익률과 표면이자의 차액을 지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