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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암 보험금 중징계가 봐주기? 해석 분분 이유

[금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삼성생명 암 보험금 중징계가 봐주기? 해석 분분 이유

  • ● 금융위, 삼성생명 1년간 신사업 진출 금지 징계
    ● 과징금 1억5500만 원, 업계 1위엔 부담 아냐
    ● 삼성SDS 부당 지원 논란, 금융위 결정 1년 지체
    ● 삼성생명 부담 경감… 금감원은 체면 세워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뉴스1]

금융위원회가 암 입원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삼성생명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했다. 1년 넘게 끌어오던 제재안에 마침표를 찍은 것.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앞으로 1년간 금융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은 금융사들이 법을 제대로 지키는지, 혹은 소비자나 금융시장에 피해를 야기하지 않는지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금융사는 이런 감독 체계에 따르며 사업을 영위한다. 하지만 때로는 관련 법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법을 어길 때가 종종 있다. 이 경우 그에 맞는 제재를 받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삼성생명 징계 건은 비록 ‘중징계’로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업계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일로, 언뜻 보면 특별한 점은 없어 보인다. 중징계를 받아 신사업에 차질이 있다고 하지만 주력 사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과징금 규모도 1억5500만 원 정도로 국내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에 부담을 주는 수준도 아니다.

요양병원 입원치료 보험금 지급 문제로 마찰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제재 결정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을 내놓으며 여전히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 당국이 오랜 고심 끝에 ‘절묘한’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체면만 차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을 봐줬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아울러 삼성생명이 앞으로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에 중징계를 확정한 사안은 암 입원 보험금 미지급 문제였다. 암 환자에게 약관에 따른 입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보험업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안의 시작은 지난 2018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요양병원이 증가하면서 암 환자들이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자 보험사들이 ‘암 직접 치료가 아니다’라며 이를 거절했고, 분쟁이 급증했다. 이후 금감원은 분쟁 조정을 통해 보험사들에 보험금 지급을 권고했다. 보험사 대부분이 지급 권고를 받아들인 반면 삼성생명은 일부만 수용하며 금감원과 마찰을 빚었다.

금감원은 이듬해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했다. 종합검사는 금감원이 정기적으로 금융사들을 돌아가면서 업무 영역 전체를 살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20~30명의 인력이 3~4주간 검사하는 식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에서는 금융사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며 이를 폐지했는데,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부활시킨 제도다.

금감원은 종합검사를 통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우선 암 입원 보험금 지급 문제였다. 직접 치료 목적으로 충분히 볼 수 있는 500여 입원 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약관 위반이라고 봤다.

이번 사안이 복잡해지기 시작한 건 이 밖에 다른 건이 징계안에 더해지면서다. 삼성생명은 2015년 삼성SDS와 IT시스템 구축 계약을 맺었다. 삼성SDS가 납기를 6개월가량 어겼는데, 삼성생명이 납기 지연에 따른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150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금액이다. 금감원은 이를 부당한 지원으로 봤다.

금감원은 이런 두 사안에 대해 2020년 말 ‘기관경고’를 결정했다. 당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삼성생명에 대한 과징금·과태료 부과와 기관경고, 관련 임직원에 대한 감봉 3개월과 견책 처분 등의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을 의결했다.

상급기관인 금융위가 이런 제재안을 받아 든 뒤 고심을 거듭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생명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특히 금융위가 삼성생명 제재안에 대해 10차례 이상 안건소위원회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등 최종 결정을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금감원이 올린 제재안 결정이 1년 이상 지체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금융위는 삼성생명에 대한 기관경고 중징계를 확정했다. 금융위는 암 입원 보험금 미지급에 대해서는 “소비자 보호 필요성과 의료 자문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검사 결과 지적된 519건 중 496건이 보험업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삼성SDS 부당 지원에 대해서는 보험업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며 ‘조치명령’으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법 위반이 아니기는 하지만, 외주계약 업무처리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라는 명령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업계의 분분한 해석은 이 부분에서 비롯된다.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유지하긴 했지만, 118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계열사 부당 지원 건에 대해서는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삼성생명에 대한 기존 징계 수준을 크게 경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생명 처지에서는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분석도 있었다.

아울러 금감원 입장에서는 어쨌든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는 유지된 만큼 체면은 세웠다는 해석도 있다. 사실 계열사 부당지원 건은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윤석헌 전 원장이 종합검사 등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인 경향이 있다는 말이 나온 사안이기도 했던 터다.

실제 흥국화재의 경우 이와 유사한 건으로 제재를 받았다가 행정소송을 진행해 승소하기도 했다. 한화생명 역시 대주주 부당지원 등으로 중징계를 받았지만, 더 엄밀히 법 논리를 따지겠다며 법원에 소를 제기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이런 분위기 탓에 이례적으로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심의위)에 법적 자문을 하는 등 장기간 고심했고, 결국 절묘한 결론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1년짜리 중징계, 금융위 타협안이란 지적도

이제는 삼성생명이 과연 이번 징계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생명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결과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금감원은 2월 4일 삼성생명에 종합검사 결과서를 통보했다.

다만 금융위가 오랜 기간 심의를 거쳐 내놓은 결정인 데다가 행정소송을 낼 경우 결과가 나올 때까지 1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징계안을 수용할 거라는 전망이 많다. 소송을 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삼성생명과 자회사인 삼성카드는 이번 징계 결정을 기다리느라 마이데이터 사업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바 있다. 제재를 수용할 경우 앞으로 1년간만 신사업이 제한된다. 반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송전의 불확실성을 삼성생명이 안고 가기는 어려울 거라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 결정이 원칙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금융위가 고심 끝에 ‘타협안’을 내놓은 모양새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는 중징계 유지로 봐주기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고, 동시에 금감원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삼성생명의 부담은 경감해 주는 ‘절묘한’ 답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금융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이번 건처럼 인위적으로 ‘적절한 답’을 찾아서 내놓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는 점에서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신동아 2022년 3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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