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소수자와 동성애자의 차이
전세계 대도시에서는 동성애 혹은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들이 차별 철폐를 외치며 자신들의 인권운동 의지를 다지고 기념하는 거리 행진인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가 열린다. 해마다 개최되는 행사이지만, 1969년 6월27일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발생한 뉴욕 경찰과 동성연애자 충돌사건을 추모하는 성격도 띠고 있다. 이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캐나다 토론토 등지에서도 이러한 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얼마 전엔 유대교·기독료·이슬람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에서도 세계 동성애자 페스티벌이 열려 종교단체와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러한 퍼레이드는 이제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도 열린다. 대학로에서는 트랜스젠더 로커의 삶을 그린 뮤지컬 ‘헤드윅’에 남자배우 조승우를 영입해 흥행에 성공했다. 남성과 여성, 2개의 성만을 인정하는 사회에 제3의 성이 엄연히 존재함을 ‘헤드윅’을 통해 알리고자 했던 것이 작가의 의도였을까. 아니면 성 정체성 장애인 트랜스젠더를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의 일부를 소개한 것일까.
트랜스젠더를 이해하려면 우선 그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다음은 트랜스젠더이면서 저술가인 김비와 ‘트랜스섹슈얼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해리 벤저민의 저작에서 발췌한 글이다.
트랜스젠더는 트랜스섹슈얼(transsexual)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전적 의미로는 ‘성을 바꾼다’는 뜻이다. 즉 수술이나 기타 다른 치료를 통해 자신의(본래의) 성이 아닌 다른 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실제로 수술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심리 검사나 호르몬 검사, 염색체 검사를 통해 수술을 받기 위한 과정에 있는 사람 또한 트랜스젠더 혹은 트랜스섹슈얼이라 부른다.
이 두 단어 사이엔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젠더(gender)’라는 말이 사회적 성, 혹은 정신적 성을 가리키는 반면, ‘섹스(sex)’라는 말은 육체적 성을 가리키는 데서 오는 차이다. 의학적으로는 ‘성전환 수술’을 ‘성을 다시 부여하는 수술(SRS·Sexual Reassignment Surgery)’이라 한다.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는 완전히 다르다. TV는 트랜스젠더라는 용어를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수박 겉핥기식의 시끄러운 법석에 불과했다. 동성애의 개념은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혼동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트랜스젠더나 여장 남자, ‘게이’라는 말로 그 의미를 혼란스럽게 사용하지만, 이는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트랜스젠더는 病 아니다
다른 성적 소수자와 동성애자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바로 동성애가 성 지향점에 관련된다는 점이다. 보통의 이성애자는 성 지향점이 자신과 다른 성, 즉 이성(異性)에 있는 반면 동성애자의 성 지향점은 동성(同性)에게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이것은 단순한 지향점에 불과할 뿐, 본질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향점이란 보편성의 개념일 뿐 절대적 개념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에 방송된 한 프로그램 때문에 트랜스젠더를 ‘게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게이(gay)는 남자 동성애자를 가리키는 말로, 원래는 ‘밝은, 명랑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트랜스젠더가 병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스스로 트랜스젠더라고 말하는 사람도 병으로 치부되는 것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 병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이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가지 유전학적·뇌과학적 기질상의 차이점을 논하는 논문이 지금도 수없이 나오고 있다.
트랜스젠더는 정신과 신체의 괴리에 고통받는다. 어린 시절에는 단순히 놀림받는 것에 지나지 않던 것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정신과 육체의 괴리가 점점 심각해진다. 결국 자신의 정신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호르몬 치료를 받고 수술을 해서 자신의 정신에 걸맞은 육체를 찾으려 하는 것이다.
정신은 여자인데(뇌의 어느 부위가 특이하게 여성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몸은 남성이고 성기도 남성일 때 그 괴리감을 상상할 수 있는가. 그러한 고통이 평생 지속된다면 누군들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정상적인 삶을 괴롭히는 것을 병이라 부른다면, 그것은 정말 끈질기고 치명적인 병이다.
이제 트랜스젠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트랜스젠더와 크로스 드레서(이성 복장자, 트랜스베스티즘, 트랜스베스타이트)의 차이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트랜스베스타이트(transvestite), 소위 크로스 드레서(cross-dresser)는 이성의 복장을 즐기는 취향일 뿐, 자신의 성에 대한 혼란은 없다.
다양한 성 스펙트럼
크로스 드레서는 동성애자일 수도 있고, 이성애자일 수도 있다. 여성 복장을 좋아한다고 해서 동성애자라고 보는 잘못된 것이다. 물론 크로스 드레서와 트랜스젠더 사이에 어느 정도 개념적으로 혼합되는 부분이 있고 당사자마저 개념을 섞어 이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과와 토마토를 놓고 생긴 것이 비슷하니 똑같은 과일이라고 치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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