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검사장은 지난해 전북 임실지역 문화축제인 소충사선문화제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국악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자신의 국악 실력이 여전히 귀동냥 수준이지만 폭넓은 시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수업은 중머리, 중중모리부터 시작해 자진모리, 휘모리로 발전했고, 어느 정도 가락을 맞출 줄 알게 되자 단가(短歌)와 아리랑도 배웠다. 판소리는 완창하려면 수궁가는 3시간, 춘향가는 8∼9시간이 걸리는 터라 이 검사장은 대신에 3∼4분짜리 단가를 배웠다. 즐겨 부르는 곡이 ‘사철가’. 그중에서도 놀 땐 놀고,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해야 늙어서 후회가 없다는 마지막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1년여 만에 전주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4월 서울로 올라온 뒤로는 주위에 피해를 줄까봐 마음껏 북을 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출퇴근 길에 자동차 안에서 임청현 교수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테이프를 틀어놓고 합죽선으로 장딴지를 때리며 장단을 맞추는 게 유일한 낙. 길이 막혀도 짜증낼 일이 없어졌다.
출장이나 여행길에는 MP3와 북을 반드시 챙기고, 어딜 가든 북이며 장구 같은 우리 국악기 소리가 들리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는 국악과 인연을 맺은 뒤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지난해 추석 무렵, 일면식도 없던 조상현 명창이 그에게 무형문화재 윤덕진씨가 제작한 북을 보내온 것. 조 명창은 이 검사장이 추석을 앞두고 국악을 사랑하자는 취지로 쓴 ‘전북일보’ 칼럼을 보고 감동해 선물을 했다고 한다. 조 명창은 이 검사장에 대해 “나이와 직업을 떠나 국악을 사랑하는 좋은 친구”라며 “국악을 세계무대에 내놓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그를 보면 100만 응원군을 얻은 것보다 더 든든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