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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조주청과 함께 가는 지구촌 여행(83)

“‘중동의 파리’ 레바논 베이루트”

東은 크리스천, 西는 모슬렘으로 두 동강 난 비극의 도시

  • 만화가 조주청

“‘중동의 파리’ 레바논 베이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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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파리’ 레바논 베이루트”
도심은 시커멓게 불타고 총알자국으로 얼룩진 빌딩들이 괴물처럼 우뚝 솟아 있고, 그 아래 교차로엔 통나무로 엉성하게 엮어 올린 높다란 망루가 서 있고, 그 옆엔 장갑차들이 도열했다.

그러나 그 앞길엔 벤츠와 BMW가 줄을 잇고 색안경에 허연 허벅지를 유감없이 드러낸 아가씨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불탄 빌딩 옆 고층 호텔 2층 테라스엔 차양 아래서 정장을 한 비즈니스맨들이 맥주잔을 놓고 열띤 상담을 벌인다.

레바논은 지정학적으로 동·서양이 만나는 곳이고, 지중해와 중동 사막의 접점이며, 종교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이 만나고 인종적으로는 서구인과 동양인이 만나는 접점이어서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곳이다.

차를 빌려 이 나라를 한 바퀴 돌다가 북쪽 해변의 고도 트리폴리(리비아 수도 이름과 같음)에서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사우다 산(3090m)을 넘을 때, 길가에서 양고기를 구워놓고 술판을 벌이던 농업기술자 공무원 세 사람에게 잡혔다.

벌써 곤드레가 된 그들이 권하는 독주를 연거푸 대여섯잔 마시며 시끌벅적하게 떠들다 기다리고 있는 렌터카 운전사에게 술을 한잔 권하자 그는 하늘을 가리키며 손을 내젓는다. 알라신이 내려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괜찮다. 더 높은 곳에 있는 하느님이 술은 마셔도 좋다고 한다.”

내 실수로 모슬렘인 렌터카 운전기사와 술 취한 크리스천 농업기술자 사이에 언쟁이 붙었다. 다른 농업기술자가 나에게 종교를 가졌느냐고 묻는다.

“나는 불교도다(사실 나는 무종교다). 부처는 내 가슴속에 있다. 그는 그런 하찮은 일로 싸우는 너희를 불쌍하게 여기고 있다.”

나는 서둘러 차를 타고 그 자리를 떠났다.

이 아름답고 한적한 산골짝에서도 그들은 갈등을 일으킨다. 시골 마을도 모슬렘 마을과 크리스천 마을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다. 사우다 산을 넘자 헤즈볼라의 거점 베카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헤즈볼라 대원을 만나볼 수 있는가?”

운전기사는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대자연은 평화롭기만 한데 부질없는 인간들은 피를 부른다.





“‘중동의 파리’ 레바논 베이루트”


신동아 200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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