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호

박원순 서울시장 삼양동 옥탑방 인터뷰

“여의도, 집단 개발 아니다” “강북, 지속 가능한 개발할 것”

  •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8-08-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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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22일부터 한 달간 생활, 금천구서도 살 것

    • 폭염 속 쇼 논란에도 지역 현안 해결 모색

    • 99대 1의 사회 구조화한 것 재확인

    • 여의도 재개발, 전체 마스터플랜 나와야 허용

    • 박원순 정책 컬러는 총천연색

    • 지속 가능한 도시 만들기가 가장 중요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7월 22일 백팩을 메고, ‘I.SEOUL.U(아이 서울 유)’가 적힌 손가방에 이삿짐을 챙겨 아내 강난희 여사와 함께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으로 들어갔다. 긍정적으로 보는 이는 이를 한국 정치(행정)사에 남을 명장면이라고 표현했다. 인구 1000만 서울시를 이끄는 시장이 진짜 서민의 마음으로 서민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내보인 장면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보여주기’ ‘코미디’ 등의 비난 섞인 목소리도 많이 들렸다. 현명한 시장이라면 옥탑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그 짧은 체험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다. 

    이 이벤트가 한 달이 아니라 좀 더 긴 시간이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한 달도 짧지 않은 시간이다. 10분만 방 안에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하는 폭염 속에서 에어컨도 없이 한 달(외부 근무 제외)을 사는 일이 어찌 보통 일일까. 박 시장은 “찬물로 샤워하는 중에도 땀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시장을 돕는 한 비서관은 한낮 옥탑방 온도계가 46도를 가리키는 걸 보고 기겁했다고 전했다.

    한낮 옥탑방 온도계 46도

    “지역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삶을 살펴보고, 또 강남·강북 균형 발전의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내세운 박 시장의 계획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뤄졌는지 확인코자 8월 8일 아침 그의 옥탑방으로 향했다. 방 안에는 보고서 몇 건, 약간의 살림살이와 옷가지, 좌식 책상, 시민이 보낸 수제 냉풍기,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선풍기 등이 전부였음에도 외부인이 앉을 공간이 별로 없었다. 아침 8시에도 30도가 넘었다. 그나마 좀 더 시원하다는 방 앞 평상에서 박 시장과 마주 앉았다. 땀을 흘리고 온 기자와 달리 박 시장은 더위가 대수냐는 표정이다. 

    옥탑방에서 에어컨도 없이 폭염을 견뎌보신 소감이 어떠하신지요. 


    “사람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에는 관점의 차이가 있습니다. 힘든 일을 해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잖아요. 옥탑방 생활을 하면서 저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시민과 만나 여러 가지 생각, 감동, 영감, 대안을 얻었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저는 더위를 많이 타지 않습니다.” 



    옥탑방에서 한달살이를 시작하면서 내세운 애초 계획을 달성했는지요. 강북 발전 방안의 핵심으로 찾은 것은 무엇인지요. 

    “강남북 격차는 오랜 세월 형성된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강남이 왜 강북과 달리 그렇게 개발이 빠르게 이뤄졌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도시계획적 배려가 많이 있었고, 기존 주택단지들이 없었습니다. 또 교통체계가 잘 구축됐으며, 명문 학교가 모여들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반대로 강북에 적용하면 격차가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모두 강남 개발을 모델로 해서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곳에 몇십 층 빌딩을, 아파트를 지어야 강북이 발전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저층 주거지도 얼마든지 행복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만드는 데 중요한 기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제가 다녀온 밝은누리 인수마을은 담장을 없애고 정원마을이 됐어요. 집집마다 꽃이 피었고, 북한산이 한눈에 다 보입니다. 나무가 많고 공기가 좋아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2, 3도 낮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그런 마을입니다.”

    빈집 문제 해법 ‘터무늬 있는 집’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아내 강난희 여사가 8월 8일 오전 삼양동 옥탑방에서 시민이 보내준 수제 냉풍기를 작동해보이고 있다. 냉풍기는 스티로폼 상자 안에 얼음을 넣고 손선풍기로 찬바람을 일으켜 밖으로 내보내는 구조다. [박해윤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아내 강난희 여사가 8월 8일 오전 삼양동 옥탑방에서 시민이 보내준 수제 냉풍기를 작동해보이고 있다. 냉풍기는 스티로폼 상자 안에 얼음을 넣고 손선풍기로 찬바람을 일으켜 밖으로 내보내는 구조다. [박해윤 기자]

    서울에서 2만9000가구가 옥탑방에서 거주한다고 합니다. 거주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는지요. 

    “삼양동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제가 바로 ‘옥탑방’과 같은 취약한 거주 형태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문제의 답은 이미 이 마을 안에 있었습니다. 강북구 번동의 월 10만 원짜리 청년주택 ‘터무늬 있는 집’은 빈집 문제와 취약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탁월한 해법이었습니다. 제가 주창해온 공동체적 삶에 기반을 둔 사회적 우정의 주거 모델입니다. 이 청년주택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었습니다. 마음 맞는 청년 7명이 작은 빌라를 사서 직접 집수리를 했습니다. 저렴하고 안정된 주거 공간을 공유하고 건강한 사회적 관계, 나아가 지역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고 있었습니다. 

    이미 삼양동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61억 원의 재정이 책정돼 있습니다. 이걸 주민들에게 투자해서 ‘터무늬 있는 집’과 같은 사례를 만들어낸다면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만큼 예산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거 문제는 물론 지역경제와 삶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낼 수 있죠.” 

    지난 선거 유세 중에 강북구와 금천구에서 한 달씩 살겠다고 약속했는데, 금천구에는 언제 어떤 계획을 갖고 가서 살 계획인지요. 

    “금천구의 어느 곳으로 갈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습니다. 금천구 한달살이 역시 여건이 되는 대로 약속을 지키러 갈 생각입니다.” 

    옥탑방으로 찾아온 민원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날마다 새로운 분들이 찾아옵니다. 어제도 퇴근하니 세 분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한 분은 유명한 화가 집을 잘 보존해서 문화의 집을 만들어달라고 하고, 광명 취준생과 가스 검침원은 제 얼굴이 보고 싶다며 왔습니다. 

    옥탑방 생활을 사람들이 쇼라고 하기도 하고, 거기다 이사하자마자 폭염까지 겹쳐서 크게 화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수제 냉풍기도 보내주시고, 걱정도 해주셨지요. 아무래도 저를 반대하시는 분들이 잘못 생각하신 것 같아요, 하하.”

    ‘서울시청이 옮겨왔다’

    박원순 시장이 8월 8일 삼양동 옥탑방에서 강남북 균형발전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박원순 시장이 8월 8일 삼양동 옥탑방에서 강남북 균형발전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면, 시민들은 진정성을 더 보여주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서울시장이 어느 한 지역에서 한 달을 산다는 것은 과도할 정도의 투자이지요. 서울에 25개 구가 있는데요. 강북구, 그리고 특정한 이 지역에 와서 한 달 동안 주민을 만나고 정책을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투자입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 왔다는 것은 서울시청이 옮겨왔다고 할 수 있거든요. 어제도 노원구청장 일행이 왔다갔고, 부시장 회의도 여기서 열립니다. 구청 과장, 서울시 과장 한 명이 기본적으로 저를 따라다닙니다. 제가 여기 와서 시민의 삶 하나하나에 개입하고, 또 존중하고, 실행하는 집행력이 함께 따라온 겁니다.” 

    박 시장은 “예를 들어보겠다”며 평상에서 옥탑방 뒤쪽 언덕길을 가리키며 그동안 생각한 고민의 일단을 들려줬다. 어르신들이 높은 지대를 오르내릴 때의 불편함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까.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언덕의 집들에는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까. 옥탑방 주변의 빈집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박 시장은 이전의 구멍가게, 양장점, 철물점이 사라지면서 동네 경제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재래시장은 50개 이상의 가게가 있어야 인증시장이 되는데, 이곳 인근 솔샘시장은 가게가 30여 개밖에 되지 않아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면서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 인증시장의 기준을 다시 고민했습니다. 시장의 난잡한 파라솔은 어떻게 정비할 수 있을까, 정육점의 취준생 딸 두 명에게는 어떤 새길을 열어줄 수 있을까…. 하루만 돌아다니면 제 머릿속에 문제가 다 잡힙니다. 현장에 있으니까요. 

    세상이 나아가는 방향을 제대로 알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자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기입니다. 둘째는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을 자세히 보는 둘러보기. 셋째는 통계나 빅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성찰적으로 내다보기. 이 옥탑방 현장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저 앞쪽 아파트단지와 이쪽 저층 주택 지역의 비교는 우리 도시계획과 발전이 어떻게 이뤄져왔는지 알게 하는 역사입니다. 그런데 무조건 저런 아파트 짓기가 잘된 도시계획입니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저는 개발이라는 개념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2000만 그루 식수로 도시 운명 바꿀 것’

    어떤 식으로 수정이 필요한지요. 

    “높은 건물과 편리한 도로만이 개발이라고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이제는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민총행복(GNH)이 더 중요한 개념이라고들 합니다. 또 지속가능성이라든지, 유엔이 제시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같은 개념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강남의 타워팰리스 같은 모델이 지속가능한가요? 사람들의 생각은 점점 변합니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대한 관심도 최근 일이잖아요. 물리적 큰 변화보다 자기 삶의 변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1970년대식 생각과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보면 그 도시는 실패한 도시가 됩니다.” 

    여의도 재개발, 서울역 용산전철 지하화 계획 등에 대한 시민 관심이 큰데요. 국토부 장관이 제동을 걸었고, 다시 시장님이 “도시계획은 시장 권한”이라고 마스터플랜 실행 의지를 재강조했습니다. 집단 재개발을 허용하면 그 기준은 무엇인지요. 

    “여의도를 집단 개발하겠다고 한 게 아닙니다.” 

    신도시 형태로…. 

    “그게 아니고요.” 

    맨해튼 같은 신도시로…. 

    “맨해튼은 신도시입니까. 처음이야 신도시였겠죠. 그런데 지금 맨해튼을 한꺼번에 부수고 새로 짓자고 하면 그건 미친 사람이죠. 여의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의도도 처음 형성될 때는 신도시였지만, 이미 많은 것이 존재하는 상황이니 노후한 아파트를 재개발할 때도 개별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전체로서 하나의 마스터플랜을 만든 뒤에 해야 한다는 겁니다. 여의도의 미래가 아까 얘기한 것처럼 ‘과거를 돌아보고 주변을 다 둘러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주거단지들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금융 중심 업무단지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노년 인구가 많은데 어떻게 청년이 많이 사는 곳으로 바꿀 수 있을지, 한강과 맞닿아 있는 수변도시의 위상은 또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통합적으로 고민해보자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을 한꺼번에 실행하라는 것으로 잘못 이해했어요. 여의도 개발과 관련해 도시계획위원회에 올라와 있는 인허가 사안들이 있는데, 그 개별 사안들만 볼 게 아니라 전체 그림을 보고 그 바탕 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시민의 삶 바꾸는 10년 혁명

    그동안 집단 재개발보다는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균형발전을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집단 재개발도 필요한 곳이 있을 텐데요. 

    “박원순 정책의 컬러는 총천연색입니다. 다양성이 핵심입니다. 서울은 기본적으로 산악 도시입니다. 구릉 지역에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들어서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아름답지도 않고, 바람 길과 전망도 막아버립니다. 저층, 이미 개발된 삼성역 같은 곳엔 100층이 올라가도 좋지요. 그런 다양성과 지역의 특성에 따른 변화가 있어야 서울이 좀더 쾌적해질 겁니다. 건설의 도시가 아니라 건축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모노톤의 도시가 아니라 컬러풀한 도시. 조선시대 역사와 최첨단, 골목이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고가도로를 산책로로 만든 서울로7017, 석유저장고를 공원으로 만든 문화비축기지가 대표적 도시재생사업입니다. 현재 서울시 전역 131개소에서 ‘서울형 도시재생’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용산Y밸리 혁신플랫폼 같은 중장기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한창 진행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록적인 폭염은 일상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서울시의 폭염 및 기후변화 적응 대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좀 더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대책을 시민이 기다릴 것 같습니다. 


    “이제 폭염은 개인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폭염도 재난입니다. 폭염은 약자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서울시는 폭염을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독거노인, 저소득 취약계층, 노숙인, 쪽방 주민, 건설 현장 근로자와 같은 5대 폭염 취약 계층에 대한 특별 보호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서울 본청 및 산하기관 발주 공사 현장의 경우 폭염이 심할 때 근로자들의 오후 작업을 중지하되 하루 수당을 온전히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은 이미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시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폭염에 대비해 도시의 온도를 낮출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저는 일차적으로 나무 심기에 큰 의미를 둡니다. 제가 시장으로 있는 동안 서울시에 1200만 그루의 나무가 식수됐습니다. 향후 4년간 2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입니다. 이 정도면 저는 도시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뜨거운 열을 흡수하는 검은 아스팔트를 열을 반사시키는 회색 아스팔트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겠습니다.”

    자영업자 삶 바꾸는 서울페이

    자영업자 등에게 카드 수수료를 없애주는 서울페이에 대해 관제, 옥상옥 등의 비판이 있습니다. 시장 효율보다 정치적 구호가 앞선 것은 아닌지요. 그리고 서울페이는 어느 정도 되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지요. 

    “자영업자의 삶이 바뀌는 게 성공의 기준이죠. 자영업자가 영위하는 삶의 절박함에 대해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합니다. 서울에만 100만 명, 전국에 300만 명의 자영업자가 있습니다. 그 가족까지 치면 1000만 명 정도가 관련돼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안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만 꼽으라면 카드 수수료와 임대료 문제입니다. 

    카드 수수료가 전체 영업 이익의 30~50%까지 차지한다고 합니다. 지나치지 않습니까. 서울페이는 자영업자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한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서울시가 먼저 앞장서면 함께하겠다고 했습니다. 4대 시중은행을 포함해 여러 플랫폼 회사가 함께할 겁니다. 기업을 제치는 게 아닙니다. 기존 카드 플랫폼 사업자도 존중할 겁니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또 서울시가 시행하면 다른 지자체도 이를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 플랫폼입니다. 둘째는 임대료입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잖아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돼야 하겠지만 불합리하게 사용하는 것은 제한받아야 합니다. 외국에선 임대료가 지나치게 오르는 지역에는 시장이 임대료 요율 상한선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제도입니다.” 

    3선에 성공했는데, 향후 4년간 중점 과제는 무엇인지요.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을 완수하겠습니다. 혁명이란 말을 썼습니다. 그 핵심은 각자도생의 사회를 넘어 공동체적 삶에 기반한 사회적 우정의 시대를 열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내 삶을 책임져주는 정부가 없었습니다. 각자 알아서 살아왔습니다. 아이 낳고, 교육하고, 키우는 것도, 내 건강을 챙기는 것도, 내 죽음 이후까지 준비하는 것도 모두 스스로 했습니다. 이제는 이런 문제들을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과 결합도 약하지 않다’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 지원 정책 등이 눈에 띕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 정책과 연동해서 특히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지요? 

    “사회적 경제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사회통합이 강합니다. 사회적 경제는 그 사회를 튼튼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추진 동력입니다. 지금 우리는 99대 1의 사회이고, 그 1%의 사람조차 행복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재벌이 엄청나게 공격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경제 격차가 심화되는 데 있습니다. 프랑스는 사회적 경제가 20% 정도 됩니다. 자본주의 국가 중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통계조차 제대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서울시가 다양한 형태의 노력을 기울여서 그것이 중앙정부에 채택되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규제가 매우 많습니다. 예컨대 입찰할 때 일정한 규모와 과거의 경험이 있는 회사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회사와 규모가 작은 회사는 그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규제부터 풀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기 대선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박 시장은 언론에 “시장 당선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서울시장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와 같은 답만 내놓는다. 하지만 에둘러 질문해보면 정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선거를 치른 뒤 미래를 위해 기억하고 싶은 교훈이 있는지 물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저 자신을 위해서보다는 민주당 구청장과 시의원을 위해 많이 뛰었습니다. 그리고 압승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민주당과의 결합도가 약하다고 했는데요. 이제 앞으로 그런 말은 안 나올 겁니다. 저는 늘 혁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5대 혁신시장으로도 꼽혔습니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캠페인을 되풀이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행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자님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날이 갈수록 새로워짐) 정신이 서울시와 대한민국의 지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하고 주변 사람 못 챙기는 일벌레’

    청와대와 보좌진의 인적 교류, 정책 조력 등이 눈이 띕니다. 문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철학과 비전이 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인생 경력도, 의지하는 세력도 서로 비슷합니다. 그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인적 교류와 정책 조력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또 서울시 정책과 인물이 그만큼 검증돼 있다는 뜻이겠지요. 제가 그분들을 취직시켜달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자기 확신이 강해 웬만한 송곳 질문은 다 방어한다. 인터뷰 내내 잘하고 있다는 얘기만 들은 것 같아 작정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단점이 뭐냐”고 물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저는 부족한 게 너무 많습니다. 인간이 완벽하면 인간이 아니죠. 저는 일벌레입니다. 일을 너무 사랑해서 주변 사람들 챙기는 것을 게을리하는 게 가장 큰 단점이죠. 아내부터 시작해서 가족, 또 제 가까이 있는 분들이 늘 피해를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박 시장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 당시 일류 학교이던 경기고를 졸업했다. 고교 입학 전 상경해서 독서실에서 먹고 자느라 3개월간 목욕을 하지 못한 때도 있었다고 한다. 고교 1학년 때는 중3 학생을 가르치는 입주 과외를 하면서 시골 부모님에게 돈을 부치기도 했다. 이번에 체험한 옥탑방의 절반 크기 방에서 형과 함께 생활하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밖에서 보는 시선과 달리 박 시장은 옥탑방을 무척이나 편안하게 여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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