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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江을 어찌할꼬

4대江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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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가을, 막히고 덮였던 청계천이 열리고 새 물이 흘렀을 때 이명박 서울시장은 그의 ‘야망의 계절’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음을 직감했을지 모른다. 2년 후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청계천이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청계천이 없었다면 그가 대통령이 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운하를 만들고 뱃길을 연다면, 그것을 어찌 청계천의 업적에 비하겠는가. 대통령은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으니 사업추진에도 별 어려움은 없지 않겠는가. 대통령은 아마 그렇게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운하 구상은 펼쳐보기도 전에 접어야 했다. 정부 출범 초 몰아닥친 ‘촛불’ 앞에서 대통령은 “대운하사업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대운하가 물러선 자리에 ‘4대강 살리기’가 들어섰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목표는 미래의 자원인 물을 확보하고, 홍수를 예방하며,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며, 이 사업을 통해 34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약 40조원의 생산유발효과로 실물경기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뉴딜사업’이란 근사한 이름도 붙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정부의 말을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어떡하든 대운하를 만들려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결국 지난 6월말 대통령이 직접 “(대운하사업은) 내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뒤에야 의심은 수그러들었다.

의심이 수그러들었다지만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믿음에는 변화가 없다”는 대통령의 미련과 맞물려 있다. 무엇이 대통령으로 하여금 그토록 대운하에 집착하게 한 것일까? 그것을 설명해줄 객관적인 자료나 증거는 없다. 다만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자신의 치적으로 남기고 싶어 했으리란 추측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치적에 대한 미련을 얘기할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4대강 살리기 자체가 자칫 계륵으로 변할지도 모를 처지이니까 말이다. 그 첫째 이유는 여당 내에서 터져 나온 이른바 ‘4대강 블랙홀 논란’이다.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내년도 4대강 살리기 관련 예산을 올해의 8배 수준인 6조2000억원으로 올리는 바람에 지역에 필요한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조원을 들인 인천지역 산업단지의 경우, 1300여 업체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으나, 폐수종말처리장 예산 95억원이 편성되지 않아 단지 전체의 가동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환경부 쪽에 문의해보니 4대강 지역 폐수처리장 시설에 예산이 집중돼 다른 쪽에 예산을 배정하기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이경재 의원), “지역마다 비슷한 문제들이 앞으로 예산편성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불거질 것이다.”(남경필 의원), “4대강 사업 때문에 사회간접자본(SOC)사업, 복지예산 편성에 차질이 온다고 하는데 신규 소요(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에 필요한 정부예산 1조9000억원)가 또 생기면 정부재정에 얼마나 많은 부담이 가겠느냐”(허태열 최고위원) 등의 발언이 그것이다. 8월7일에 열린 당정협의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나라당 의원 16명은 한목소리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다른 복지예산, SOC예산을 빼앗는다. 2012년까지 총 3년의 사업기간 중 초기 1,2년에 집중되어 있는 예산을 연도별로 골고루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SOC예산은 평년수준으로 유지하고, 복지예산도 가급적 줄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민주당 최영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63만2000명인 기초생활급여대상자를 내년에 162만5000명으로 7000명 줄이기로 했다. 정부 측은 기초생활급여대상자를 줄인 것이 아니라 급여대상자 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하지만, 경제 위기로 극빈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에 비추어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얘기다.

여당 내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험담’이 쏟아지자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당과 정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한구 의원은 “이거는 내 정권하에서 결정된 거니가 괜히 시비 붙지 마라? 확정됐으니 그대로 가야 된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MBC 뉴스데스크)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을 지낸 이 의원은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등은 재정사정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때 나온 계획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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