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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화교중학 담영발(譚永發)이사장의 북경오리구이

북경오리구이껍질과 살코기 뼛국물까지 먹으면 무병장수합니다

한성화교중학 담영발(譚永發)이사장의 북경오리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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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譚이사장은 요리사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젊을 때부터 동포 문제에 발벗고 나설 정도로 의협심이 있었다. 그 덕분에 한국 화교 사회에서 줄곧 감투를 썼다. 20살 때 서울 마포 중화요식업 조합장이 된 것이 그 시초였다. 이 조합장 시절에 그는 마포 아현동에 ‘덕흥루’라는 중국집을 경영하면서 요리를 연마했다. 25세 때 그는 화교청년회 서울지부장이 된다. 26살에는 대만 정부가 선발하는 세계화교우수청년으로 뽑혔다. 그의 활약이 두드러진 사건이 하나 있다. 1983년 5월5일 일어난 중국 민항기 사건이다. 이 사건은 사회주의 중국과 대한민국이 최초로 접촉한 사건이었다. 당시 이 비행기 납치범의 우두머리가 卓長仁이었는데, 譚이사장은 卓씨를 대만으로 망명시키자는 구명운동을 벌여 이를 성사시켰다. 그는 조국 대만을 위한 일에 발벗고 나설 뿐 아니라 한국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1년에 서너 번씩 연희동 지역 노인들에게 경로잔치를 베풀고, 휴전선 장병들을 위문하는 행사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물론 그의 본업이 요리사인만큼, 요리만큼은 푸짐하게 내놓는다.

한국 화교들은 그 동안 외국인토지소유법 때문에 돈을 모아도 50평이 넘는 점포와, 200평이 넘는 토지를 갖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또 귀화하지 않는 한 중국집 주방장 자리 이외에는 취직도 승진도 안 되는 사회분위기였다. 이런 규제 탓에 한국은 전세계에서 유별나게 화교자본이 힘을 쓰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IMF 사태 이후 우리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 화교자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후 정부는 외국인 자본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었다. 譚이사장이 서울 연희동에 지상 6층 건물을 통째로 쓰는 대형 중화음식점 眞北京을 차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북경오리구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즐겁게 먹고 마시다 보니 어느새 저녁 10시가 되었다. 설명은 人民日報 서울지국 王林昌 지국장 차지였다. 王국장은 북경오리구이에 대한 식견이 전문가 수준이었다. 중국인들의 연회는 보통 두세 시간이 걸릴 정도로 길다. 알코올도수가 56도나 되는 중국 白酒를 나눠 마시다보니, 모두가 얼큰하게 취했다. 요리는 쉴새없이 나왔다. 특히 담이사장의 부인 唐愛芳씨가 직접 만든 만두는 각별한 맛이었으나 다들 배가 불러 그대로 남겼다. 남은 만두를 걱정했으나 방법이 있었다. 요즘 대륙의 중국인들은 식당에서 연회를 마친 뒤 음식이 남으면 집으로 가져간다. 기름에 다시 조리하면 새로 만든 것처럼 먹을 수 있는 것이 중국요리다. 실리적인 정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譚이사장이 싸주는 만두를 손에 든 중국 기자들은 흥겹게 웃으면서 헤어졌다. 음식을 만들어 먹고 마시는 과정에는 한 사회가 가지는 사회문화적 의미체계가 담겨 있다. 음식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륙중국인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은 아마 이들의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것일 터이다.

요리과정

한성화교중학 담영발(譚永發)이사장의 북경오리구이

1.팔팔끓인 물을 오리날개밑에 난 구멍에 속이 꽉 찰때까지 들어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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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물이 찬 오리를 막대에 걸어 화덕에 재빨리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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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덕안의 고리에 오리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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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리저리 돌려가며 40여분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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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구운오리를 막대에 걸어 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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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곧바로 항문부위에 틀어막은 대나무마개를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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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뱃속에 들어있는 끓는 물이 기름과 함께 빠진다.

한성화교중학 담영발(譚永發)이사장의 북경오리구이

8.손님이 보는 앞에서 껍질과 상을 썰어낸다.



신동아 200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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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영재 기자 /사진·김용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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