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임혜경
‘100일을 굶고도 살았다는 건 해외 토픽감이다. 그런 거짓말이 통하다니 참 웃기는 나라다.’ ‘이미 죽음의 문턱을 넘었다던 지율 스님이 단식을 그친 뒤 곧바로 병원으로 가지 않은 것이 의심스럽다. 혹 병원에 가면 그의 말대로 물과 소금만 섭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날까봐 그런 게 아닐까?’….
이에 정토회 법륜 스님은 “단식은 시간이 갈수록 견딜 만하다. 나도 3주 동안 물만 먹고 단식한 적이 있다. 우유나 음료수를 마시면 100일까지도 단식할 수 있다”고 했다. 지율 스님이 정토회에 머무는 동안 법륜 스님도 21일 동안 단식을 했다.
“단식이 길어지면 우리 몸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게 된다. 따라서 에너지를 더 적게 소모하고 몸무게도 단식 초기에 비해 덜 빠진다. 추위로 인한 체온 손실을 막는 것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화를 내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데, 평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에 믿음이 강한 지율 스님은 마음을 잘 다스려 에너지 손실을 막았을 것이다. 또 참선을 오래한 사람들은 단식할 때 절대 자리에 눕지 않고 정신을 차리고 앉아서 명상하는데, 그러면 에너지 소모가 준다. 지율 스님은 여러 차례 단식을 통해 몸 관리를 잘 해왔다. 단식하는 내내 따뜻한 물을 마셔 체온유지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덜 소모되지 않았나 싶다.”
지율 스님 단식의 비밀
지율 스님이 단식을 끝낸 직후 스님을 진찰한 한의사는 100일 단식이 가능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겨울이라 단식에 유리했을 것이다. 곰이 수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동면에 들어가듯 같은 포유류인 인간의 몸에도 유사한 유전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여성이라는 점도 단식에 유리하다. 보통 30일간 단식하면 배 근육이 빠지고 그 이상 단식하면 장기의 영양분이 빠지는데, 여성은 장기가 손상되기 전에 자궁의 영양분이 먼저 빠지기 때문에 남자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또 진맥을 해보니 지율 스님은 다른 사람에 비해 기가 좀 센 편이었다. 이 또한 오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라 생각한다. 한의학에서 기가 세다는 것은 기운이 강하고 생명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정토회 관계자는 ‘지율 스님이 8일간 잠적했을 때 무언가 먹지 않았을까’ 하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단식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장기간 굶다가 갑자기 음식을 먹으면 매우 위험하다는 것.
단식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 기간 일체의 또는 특정 음식물을 먹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번 ‘100일 단식’을 둘러싼 논란은 단식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흔히 사람들은 단식이라면 무조건 굶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단식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식사를 일절 하지 않는 종교적 행위 차원의 금식, 일정 기간만 식사를 금하는 단식, 음식물을 절제하는 절식을 포괄해 모두 ‘단식’이라 부른다. 단식의 방법에도 생수 단식, 한천 단식, 장국 단식, 효소 단식, 주스 단식, 야채 단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슬람의 라마단 기간이나 힌두교의 제사, 가톨릭의 미사 전례에 참석하기 전에 하는 종교적 단식은 그 기원이 오래다. 단식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식욕을 누르고 정신집중을 함으로써 높은 종교적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해 수도(修道)의 한 형태로 행해져왔다. 불가에서 용맹정진 때 수행을 위해 단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비만해소, 피부미용에 효과적
단식은 치료 목적으로도 활용돼왔다. 단식과 관련된 의학적 연구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1890년 이탈리아 로마대 생리학과 루시아니 교수가 20∼40일 동안 단식한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한 것이 최초다. 1934년 일본 오사카대 의학부는 단식 치료법을 내놓았고, 미국의 맥 소이 박사는 단식과 건강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이후 수많은 연구를 통해 질병치료에 단식이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현재는 대체의학요법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