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기부전을 한방으로 치료할 때는 약물 치료가 기본이 된다.
P씨는 40대 중반의 개인사업자다. 신체가 건장한 데다 평소 영업상 술, 담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어느 날 접대 술자리에서 과음을 하고 부인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으나 아랫도리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고는 2년 동안이나 부부 성관계를 가질 수 없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필사의 노력을 했으나 별 성과가 없어 이혼을 위해 가정법원에 가려다 마지막 희망으로 필자의 병원에 내원했다.
두 사례 모두 흔히 말하는 발기부전증이다. 발기부전이란 성행위할 때 남녀가 모두 만족스러울 정도로 음경이 충분히 발기되지 않거나 발기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이런 경우가 전체 성생활 중 25% 이상일 때를 말한다.
한의학 고전에서는 음경의 발기가 원활하지 않음을 양위(陽퐓), 음위(陰퐓), 음기불용(陰器不用), 음불기(陰不起), 양사불거(陽事不擧) 등으로 표현한다.
양(陽)은 여성의 상대적인 말로 ‘양물(陽物)’이란 뜻이고, 위(퐓)는 ‘위축됐다’ ‘시들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양위는 남성의 성기가 시들어서 힘있게 일어나지 못하는 병이란 뜻이다. 또한 음경(陰莖)이 시들었다, 혹은 성기가 인체의 은밀한 곳에 있다고 해 음위라고도 한다. 음기불용, 음불기, 양사불거는 모두 음경의 힘이 약한 것을 말하는 것이며, 성기가 힘이 없어 성교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한의학에서는 성교가 불가능한 남성의 상태를 보통 ‘음위’라고 한다. ‘음위’는 넓게는 성의 기교인 성욕, 발기, 성기 접합, 사정, 쾌감, 이완 등의 여러 가지 조건 중에서 한 가지 이상이 불충분하거나 결핍된 경우를 다 포함하는데, 그중에서도 발기부전성 성교불능을 ‘양위’라고 한다.
한의학에서 보는 원인
●노화(老化)
자연적인 노화는 발기부전을 일으킨다. 남자는 8년을 주기로 성기능이 변화하는데, 8∼40세는 성장하고 성숙하는 단계이지만, 8년의 주기가 다섯 번째 돌아오는, 즉 오행의 순환이 한 번 끝나는 40세부터는 성기능이 쇠퇴하기 시작한다.
‘동의보감’에는 ‘40세가 되면 성기능이 약해지며 머리털이 빠지고 귀밑에 백발이 생기며 치아가 약해진다. 48세가 되면 양기가 위에서부터 쇠약해져 얼굴이 초췌해지고 수염과 머리털이 세기 시작하며, 밥만 먹어도 머리에서 땀이 난다. 56세가 되면 힘줄을 잘 놀릴 수 없고 정액이 줄어들고 성기도 허약해지고 몸도 쇠약해진다. 64세가 되면 치아와 머리털이 빠지고 오장육부가 모두 쇠약해지며, 머리털이 희어지고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나와 있다.
‘황제내경’에도 ‘사람이 나이 60세가 되면 음경이 위축되고 발기력이 쇠약해진다’는 구절이 있다.
타고난 정력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대개 40대에 들어서면 발기의 각도나 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대체로 40대의 남성 10%에서, 50대는 20%에서, 60대는 30%에서, 70대는 50%에서, 80대는 80%에서 발기부전이 나타나며, 우리나라에서도 어림잡아 62만명 정도가 이 때문에 고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명문화쇠약(命門火衰弱)
‘명문의 열기가 쇠약해졌다’는 뜻으로 발기부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명문이란 ‘생명의 문’이란 뜻인데, 인체의 생식기능을 담당하는 곳을 말한다. 즉 남녀 생식기와 내분비 호르몬계, 뇌의 성 관련 기능과 관련한 신경계를 통칭한다. 명문화쇠약이란 이 부분들의 기능이 모두 약해졌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