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고은하 홍석표 이용식 권민혁
■ 장 소 :미래전략연구원
■ 사 회 :이용식 체육과학연구원 정책개발연구실장/ 미래연 사회문화전략센터 연구위원
■ 패 널 :고은하 체육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권민혁 단국대 체육교육과 교수
홍석표 강원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한국은 스포츠 강국인가
이용식 김연아 선수가 국민을 기쁘게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선 종합 7위를 차지했으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스포츠 전성시대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학생선수들은 과도한 훈련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지도자가 선수를 구타하는 구태도 근절되지 않았고요. ‘선진’과 ‘후진’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입니다.
권민혁 경기력이 높아진 이유는 크게 둘로 나눠볼 수 있어요. 하나는 선수들의 하드웨어가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신체조건이 서양선수에게 밀리지 않아요. 다른 하나는 신세대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한다는 것입니다. 시쳇말로 한번 꽂히면 엄청난 의지를 드러냅니다. 단체정신, 책임감도 선배들한테 고스란히 물려받았고요. 물론 경기력 향상은 일종의 착시일 수도 있습니다. 몇몇 스타 선수를 제외하면 아직도 저변이 엷습니다. 박태환 선수를 이을 수영선수, 김연아 선수를 이을 피겨 꿈나무를 찾기가 어려워요. 스포츠문화가 성숙해야 저변을 넓힐 수 있습니다.
이용식 홍석표 교수는 어떻게 봅니까?
홍석표 저는 경기력이 향상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라고 생각합니다. 박태환, 김연아 선수는 가뭄의 단비일 뿐입니다. 한국의 올림픽 챔피언은 투기와 양궁 등 특정종목에 편중해 있어요. 기본종목인 육상, 체조, 수영은 경쟁력이 떨어지죠. 따라서 경기력이 향상됐다고 말하는 건 잘못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과거엔 올림픽에서 한국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국민이 금메달리스트 이름을 줄줄 꿰었고요.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를 말해보라고 하면 기억해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은 한두 명의 이름을 거론하는 데 그칠 겁니다. 정부 주도로 엘리트 선수를 육성해 국위를 선양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스포츠도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철지난 패러다임으로 ‘경기력이 향상됐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떠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고은하 미국의 전문가들이 올림픽에서 국가별 순위를 예측할 때 3가지 변수를 고려합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인구규모, 과거의 성적이 그것이죠. 한국은 1인당 GNI, 인구규모에선 아주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죠. 그런데도 엘리트 스포츠에선 그동안 강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옛 동구권을 본떠 만든 엘리트 스포츠 모델이 아직은 효과를 발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 모델을 21세기를 사는 선수들에게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기계처럼 훈련만 하는 모델로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김연아 선수의 성공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어요. 박지성 선수도 마찬가지고요. 두 선수는 선진국의 코치와 환경의 도움을 받아 오늘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한국의 현재 시스템으로는 톱클래스 선수를 키워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용식 옛 동구권 모델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동구권 모델에도 장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학습권 박탈, 비민주적 훈련, 구타 등의 문제가 아직도 나타나고 있어요.
생활 체육, 엘리트 체육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권민혁 ‘스포츠 강국’과 ‘스포츠 선진국’은 다릅니다. 학습권 박탈이나 비민주적 훈련은 지도자의 자질과 관련 있어요. 지도자의 행태가 바뀌어야 학원 스포츠가 한 단계가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코치들만 나무라기도 어려워요. 생활인으로서 신분이 보장돼 있지 않습니다.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못 내면 학교를 그만둬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성적을 높이겠다는 욕심에 선수를 때리는 거죠.
이용식 스포츠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