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실 안으로 무력부 부부장 심철 상장이 들어섰다. 뒤를 따르는 호위대 군관 두 명의 표정이 굳다.
“총참모장 동무.”
심철이 김형기를 부른 순간 벙커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상황판 주변에 앉은 군관들도 머리를 돌려 그들을 본다.
“지도자 동지의 지시를 받아 동무를 체포합니다.”
차갑게 말한 심철이 옆으로 비켜섰을 때 두 명의 군관이 다가와 김형기의 양쪽 어깨를 누른다. 제압. 체포하려는 기본 동작이다.
“이봐. 지금이 어떤 때라고!”
눈을 부릅뜬 김형기가 버럭 소리쳤다.
“적이 상륙했단 말이다!”
“동무는 반동이야!”
따라 소리친 심철의 목소리가 벙커 안을 울렸다.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항하면 현장에서 사살하라는 지도자 동지의 명령이야!”
김형기가 입을 다물었을 때 상황판 앞의 군관 하나가 소리쳤다.
“사곳에서 통신이 끊겼습니다!”
사곳은 옹진반도 끝 쪽에 위치한 해군 기지 중 하나다.
한국형 구축함 안양함의 함장 오태근 중령이 번쩍 머리를 들고 소리쳤다.
“발사!”
그 순간 왼쪽 함교에 부착된 대함미사일 2기가 흰 가스를 품으며 발사되었다. 그러고는 3초가 지났을 때 다시 2기가 발사되었고 20초 후에는 한국형 함대함미사일 KAS-28형 12기가 4개의 목표를 향해 해상 3m의 고도를 유지해 마하 2의 속도로 돌진하고 있었다. KAS-28형은 대함미사일로 전장은 4.5m, 중량이 1.5t이며 사정거리는 50㎞이니 15㎞ 거리에 있는 북한 함정은 사정거리 안이다.
“여수함과 인천함에서도 KAS를 발사했습니다.”
관측장교 이을용 대위가 소리치듯 보고했다. 옹진반도의 사곳 기지에서 빠져나온 북한의 잔존 함대는 구축함 청진호와 사리원급 대형 경비정 1척, 그리고 미사일을 4~8기씩 장착한 오사급과 황홍급 유도탄정 4척, 그보다 작은 코마급 4척과 어뢰정 7척이었다.
이것이 옹진반도 근처에 남아 있는 북한의 해상 전력이다. 거리는 18㎞에서 20㎞.
“급속 전진!”
짧게 지시한 오태근은 눈이 피로했기 때문에 망원경을 눈에서 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