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에서 공연된 홍승엽 감독의 대표작 ‘달 보는 개’.
8월17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재단법인 국립현대무용단(이사장 김화숙) 설립 기념식이 열렸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육완순, 박명숙 교수 등 원로 현대무용가와 신진 무용가들이 참석해 퍼포먼스 형식으로 진행된 기념식은 시종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국립 무용단체 창단은 현대무용계의 숙원이었던 터라 참석자 중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이날 무용단 설립 기념공연으로 자신의 신작 ‘벽오금학’ 하이라이트 부분을 선보인 홍승엽(48) 초대 예술감독은 백지에서 출발해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기초를 튼튼히 세워 올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와 책임을 떠안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의미 있는 자리를 맡았다고 생각하지만 압박감은 크지 않다. 전부터 우리나라의 직업 무용단체가 활성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나름대로 구상해왔다. 1993년 ‘댄스 시어터 온’을 창단한 뒤 이에 관한 실험도 오랜 기간 계속해왔다. 자리부터 덜컥 받아놓고 허둥대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대표가 따로 없다. 홍 감독의 타이틀은 ‘예술감독’이지만 그는 재단 대표이자 단장, 안무자 역할까지 1인3역을 해내야 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우리나라 현대무용계의 중심이 돼 어떤 비전을 갖고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하는 것이 단장의 역할이라면 안무자는 말 그대로 작품 창작 활동에 전념해야 한다. 예술감독은 자기 작품뿐 아니라 무용단 내의 여러 작품에 골고루 관여하며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자리다.
홍 감독은 국립현대무용단 운영의 3대 원칙으로 안무가 육성, 지방 공연, 해외시장 진출을 꼽았다. 이를 바탕에 두고 세부 운영은 기존의 무용단체들과 다르게 할 생각이다. 한 번에 한 작품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별로 여러 팀을 운영하면서 여러 작품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공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별로 작품 성격에 맞는 안무가를 선정하고 안무가가 필요한 무용수를 직접 뽑도록 할 생각이다. 따라서 국립현대무용단에는 정식 단원이 없다. 이러한 운영방식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을 만들면서 미리 정해놓은 방침이었고 홍 감독이 예전부터 생각해온 방향과 정확히 일치했다.
단원 없는 무용단

정식 단원을 두지 않는 이유에 대해 홍 대표는 “무대에서 직접 춤을 춰야 하는 무용수에게서 신선한 창의성이 나와야 하는데 고정된 멤버로 무용단의 틀과 색깔이 잡혀 있으면 다양함과 신선함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륜 있고 실력이 좋다고 무용수들을 끌어안고 있을 수는 없다. 대신 프로젝트별 안무가와 소통이 잘 되고 작품의 의미를 무대에서 잘 표현할 능력이 있는 무용수는 연속 계약에 들어가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