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대한민국 유일의 체험형 생태관광지인 ‘백룡동굴’이 평창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근에야 일반인에게 문을 연 탓에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듣고 인터넷 예약을 하고 찾아오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관람형이 아닌 체험형 동굴로 운영되는 백룡동굴에는 대한민국 그 어떤 동굴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
동굴복과 장화, 그리고 헤드랜턴
10월5일. 청명한 가을 하늘을 벗 삼아 한국형 생태관광 10선에 선정된 백룡동굴 탐험에 나섰다. 백룡동굴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에 소재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키장과 관광지가 영동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데 비해 평창에서도 오지인 마하생태관광지는 사람의 손길이 비교적 적게 닿아 미개척지와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백룡동굴로 향하는 길에서는 호젓한 강원도 두메산골의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다. 높은 산과 그 옆을 유유히 흐르는 동강의 정경은 참으로 여유로웠다.
백룡동굴 탐험에 앞서 모든 관광객은 동굴복으로 갈아입고 장화를 신어야 한다. 입고 있던 옷을 벗고 동굴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과정이 조금 번거롭게 느껴졌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옷을 갈아입는 데 대해 다소 싫은 내색을 하자 직원이 웃으며 답한다. “가보시면 알아요.”
동굴복은 소재가 면인 것만 빼면 우주복과 흡사하다. 동굴복을 입고 장갑을 끼고 벨트를 매고 헤드랜턴이 달린 동굴모 등 개인 탐사장비로 완전무장한 뒤에야 비로소 동굴 탐험에 나설 수 있다. 그것도 동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매표소와 탈의실에서 동굴 입구까지는 800m 정도. 동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절벽을 따라 데크가 설치돼 있는데, 낙석에 대비해 철제 지붕으로 튼튼하게 만들어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관광객 편의를 위해 내년부터는 매표소에서 동굴입구까지 배를 타고 이동해서 동굴을 탐험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헤드랜턴을 켜고 동굴에 들어섰다. 전기 시설을 하지 않은 동굴은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어두웠다. 헤드랜턴 빛을 따라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디딜 수밖에 없다. 동굴을 조금 내려가다보니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동굴에서 불을 지펴 살았던 흔적이란다.
백룡동굴은 5억년 전쯤 만들어졌지만 동굴 초입은 오래전부터 마을주민이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1999년에 영월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가 영월댐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일반인에게 동굴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백룡동굴이 생태동굴로 각광받게 된 계기는 1976년 동굴 주통로 중간에 있던 좁은 통로, 일명 ‘개구멍’이 확장된 것이 계기가 됐다. 개구멍을 통해 동굴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서 동굴 전 구간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게 됐고, 이후 백룡동굴 내부 경관과 학술적 가치가 학자들에게 알려져 1979년에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됐다. 한동안 문화재청의 보호를 받던 백룡동굴은 최근에야 생태학습형 체험동굴로 일반에 공개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