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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에 대한 진심 어린 대답, 독설

절박함에 대한 진심 어린 대답, 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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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에 대한 진심 어린 대답, 독설

심사위원의 호된 독설을 들으며 성장한 Mnet ‘슈퍼스타 K2’의 참가자들.

셋째는 재능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음악업계에 종사하면서 느낀 건 재능 있는 이들 중에는 의외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아마도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남보다 덜 노력해도 빠른 시간 안에 어느 정도의 성취를 내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이는 심지어 오디션에서도 예외가 아니라서 재능에 감동해 뽑은 친구들이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노력을 게을리 해서 발전은커녕 본인의 실력만큼도 못 보여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이 경우에 칭찬과 격려로 북돋워주며 같이 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 사람의 재능을 믿으며 선생님이 되어줄 것인가. 아니, 칭찬을 해줘야만 앞으로 나가겠다는 사람에게 과연 가수가 되겠다는 절박함이 있긴 한 건가.

프로 가수가 되고 싶은 이에게는 프로로서 살아남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즉 프로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점도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따끔한 말 한마디를 듣고 통렬히 반성해 자신의 의지로 반 발짝 전진하는 것이, 칭찬과 격려를 받으며 선생님의 손을 잡고 앞으로 열 발짝 전진하는 것보다 낫다는 믿음하에 질타를 가할 수밖에 없다. 아름답진 않지만 인정해야 할 부분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재능의 열매를 맺는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방송 오디션이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에둘러 좋게 말해주면서 지나가기에는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이나 방송기간이 너무나 짧다. 결국 방송 오디션의 승부는 ‘누가 주어진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습득하느냐’에서 갈린다. 그렇다면 심사위원이자 멘토인 우리 역시 아파도 진실하고 정확한 얘기를 하나라도 더 해주는 것이 참가자의 절박함을 정면으로 받아주는 일일 것이다.

절박함에 대한 진심 어린 대답, 독설
房時爀



1972년 출생

서울대 미학과 졸업

프로듀서, 작곡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심사위원

히트곡 : 2AM ‘죽어도 못 보내’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 백지영 ‘총 맞은 것처럼’ ‘내 귀의 캔디’, 옴므 ‘밥만 잘 먹더라’ 등

수상 : 제6회 유재하 가요제 동상, 2010년 제4회 Mnet 20′s choice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 20인 선정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독설’이란 상대방을 해치려는 의도를 전제하기에 필자의 말을 ‘독설’이라 하는 것에 동의할 수는 없다. 필자를 포함해 심사위원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기본적으로 참가자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 여전히 시청자들이 필자를 ‘독설가’라 부르고 필자의 심사태도를 비난한다 해도 심사의 자세를 바꿀 수는 없다. 필자의 ‘독설’은 재능에 대한 최고의 예우이자 동시에 오디션 참가자들의 ‘절박함’에 대해 필자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진심 어린 대답이기 때문이다.

신동아 201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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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프로듀서,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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