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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곽란, 통증, 관절염에 효과

시지만 따뜻한 성질 모과

토사곽란, 통증, 관절염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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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에서 2003년에 쑥(애엽)을 알코올 추출해 만든 천연물신약 스티렌정이 그 대박 사례다. 작년 한 해 의료보험 청구 실적이 무려 870억 원이었다. 최근 3년간 생산 실적을 보면 3000억 원대. 그러나 수출 실적은 2억 원대로 초라하다. 그도 건강기능식품으로 팔렸다. 철저히 국내용이다. 스티렌은 속쓰림이나 위염 등의 예방치료제인데, 까놓고 말하면 단순히 쑥물을 정제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이 스티렌정이 대박을 터뜨린 까닭은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과 관계가 크다. 우리나라 병·의원들은 관행적으로 거의 모든 약 처방에 위장약을 함께 넣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디스크 초기로 진단받고 몇 가지 알약을 받았다고 하자. 약의 명칭은 다르나 근육이완제와 소염진통제다. 긴장된 골격근을 풀어주는 손페리정이나 카르몰정과, 비스테로이드성 해열진통소염제인 아크로펜정 또는 아세클로페낙 성분제제, 부종을 동반한 염증을 완화시키는 단백질분해 효소 브로멜린장용정, 소염진통제 알비스정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위장장애와 심혈관계 장애를 초래하며 간독성도 있다. 그래서 반드시 위장약을 함께 처방한다. 제산제인 탄산칼슘 성분의 카니트정, 역류성식도염과 궤양성 위염에 쓰이는 에소메프라졸 성분의 약 등이 많이 쓰였는데 요샌 동아제약의 천연물신약 스티렌정이 빠지지 않는다. 한약방에서 감초 쓰듯 모든 처방에 기본으로 스티렌정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대박이 날 수밖에. 한 가지 더 말하면, 이 업체의 모티리톤정도 스티렌정처럼 잘 쓰인다. 현호색과 나팔꽃씨(견우자)의 알코올 추출물인 모티리톤정 역시 위장약이기 때문이다. 복부팽만감, 트림, 구토, 속쓰림 등 운동불량성 소화기 장애를 개선한다고 한다.

생약을 좀 아는 이라면 위장장애를 예방할 목적으로 그렇게 쑥물이나 이런 유의 약을 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다. 필자도 이런 목적으로 이들을 쓸 일이 거의 없다. 솔직히 병의원의 그 양방 처방약들을 포함해 이런 약들을, 예를 들어 환자의 몸에 맞춘 정교한 작방으로 약을 쓰는 한의사들이,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그 약들의 조악함과 처방 구성의 단순함 때문에 자괴감으로 잠을 못 이룰 이가 많지 않을까 싶다. 뭐, 그들처럼 별생각 없이 제약업체가 ‘과학적’으로 만들어준 알약들을 ‘과학적’으로 쓰면서 부작용 리스트만 참고하면 되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거습진통(去濕鎭痛) 효과



모과 이야기로 돌아가야겠다. 요즘 시장에 나오는 모과를 보면 못생긴 모과는 옛말이다. 울퉁불퉁 못나기는커녕 하나같이 큼직한 데다 매끈매끈한 진노랑 피부를 자랑하는, 육덕 좋은 미녀 모과들이다. 거름도 주고 잘 키우는 덕에 호강을 해서 주름이 펴진 모양이다. 시골 외진 곳에나 가야 과일전 망신인 못난이 모과들을 볼 수 있다. 모과란 이름은 ‘나무에 달린 참외’를 뜻하는 목과(木瓜)에서 변한 것이다. 은은하고 달콤한, 그 매혹적인 향기와는 달리, 맛이 시고 떫은 데다 육질이 단단해 날로는 먹을 수 없는 과일이다. 그래서 주로 썰어서 설탕이나 꿀에 재워 모과차를 만들거나 술로 담가 먹는다. 감기 기운으로 몸살이 나거나, 기관지에 염증이 있어 기침이 날 때, 체하거나 설사가 났을 때, 또 소변이 너무 잦을 때도 모과차가 좋다.

‘동의보감’에선 모과에 대해 “맛이 시고 성질은 따뜻하다. 곽란(·#53926;亂)으로 몹시 토하고 설사하고 배가 아픈 위장병에 좋다. 또 쥐가 심하게 나는 것, 설사 후 갈증이 심한 것 등과 분돈(복대동맥의 박동이 과잉항진되거나 장의 경련 등으로 유발되며, 전신적인 허약 상태에서 주로 나타난다. 배속에서 덩어리가 위로 올라오고 숨이 막힐 듯한 증상이 많다), 각기(脚氣), 수종, 소갈, 구역을 치료한다. 힘줄과 뼈를 튼튼히 하고 다리와 무릎에 힘이 없는 것을 고친다”고 했다.

모과는 신맛으로 기혈(氣血)을 잘 수렴한다. 그래서 토하거나 설사가 심해 몸에서 전해질과 수분이 빠져나가서 오는 근육의 경련을 잘 잡는다. 모과에 향유 백편두 후박 복령 등을 가미한 육화탕이 유명하다. 또 서근통락(舒筋通絡)을 해 손발저림 등을 잘 잡는다. 수렴을 잘하므로 항이뇨작용도 크다.

무엇보다 거습진통(去濕鎭痛) 효과가 뛰어나다. 다리가 붓고 무겁고 땅기며 근육이 위축되어 걷기 힘든 각기 증상 등에 주효하다. 한약 처방으론 빈소산(檳蘇散) 등이 유명한데, 조기에 쓰면 이런 질환도 잘 치료된다. 풍습으로 인한 관절염, 예를 들면 허리에서 다리까지 걸치는 통증질환, 좌골신경통에도 모과가 잘 듣는다. 풍습성이거나 척추병변 좌골신경통의 경우, 어혈을 치고 소통을 보는 약재인 단삼 천궁 작약 속단 등과 진통을 주로 보는 진교 위령선 방풍 등을 가미해서 약을 쓴다.

배원식 씨의 활맥모과주도 모과를 군약(群藥)으로 해서 위의 약물들을 적절히 배합해 퇴행성이나 류머티스관절염과 요각통, 좌골통 등에 득효한 처방이다. 역시 모과를 군약으로 해 백굴채(애기똥풀), 현호색, 강활, 위령선(으아리꽃뿌리), 독활(땅드릅), 당귀, 건지황, 작약, 창출(삽주), 진피, 유향, 몰약, 홍화(잇꽃) 등을 배합한 활락탕이란 처방은 극심해진 온갖 통증에 잘 듣는다.

토사곽란, 통증, 관절염에 효과
김승호

1960년 전남 해남 출생

現 광주 자연마을한의원 원장

前 동아일보 기자·송원대 교수


관절염이 오래되면 부종이나 근위축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 모과에 황기 등의 약재를 가미해 쓰면 근위축을 막고 부종도 가라앉힌다. 다발성신경염, 말초신경염, 근육류머티즘에도 모과가 좋다. 또 화위지사(化胃止瀉) 효능으로 구토, 설사, 소화불량, 복통, 위경련, 급성 장염으로 인한 장교통(腸絞痛) 등 다양한 소화기 질환을 치료하는 상용약으로 쓸 수 있다. 모과는 항이뇨작용이 있어 울열로 인해 소변이 단적(短赤)하고 잘 나오지 않을 경우엔 써서는 안된다. 동의보감엔 뼈와 이를 상하게 하므로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참고할 일이다.

신동아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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