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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이 인생 내리막길? 중년의 ‘끈기’로 도전하세요”

환갑에 누드사진집 , 4개 외국어시험 합격 김원곤 서울의대 교수

“60이 인생 내리막길? 중년의 ‘끈기’로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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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또래에게 신선한 자극 주고 싶어 시작
  • ● 외국어 단어 20개 외우며 바벨 들어
  • ● 말하면 지키는 강박관념 적극 활용해보라
  • ●‘프리 토킹’ 도전, 손녀와 아름다운 여행 계획
“60이 인생 내리막길? 중년의 ‘끈기’로 도전하세요”
김원곤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학과 교수(58)는 지난해 2월 중순 ‘신동아’ 원고 청탁을 받고는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2011년 4월호 별책부록으로 ‘명사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만드는데,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은 것. 차분히 자신에게 물었다. ‘김 교수, 당신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게 뭐요?’라고. 그는 자신의 버킷 리스트에 다음과 같이 썼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4개 외국어 고급 어학능력 자격시험에 도전해 모두 합격한다. 그야말로 붙어도 그만, 떨어져도 그만인 객관적 상황에서 사서 하는 고생의 약속을 버킷 리스트 공표를 통해 구속받고 싶다. 둘째, 나의 누드사진집을 만든다. 2년 전에 우연한 일이 동기가 되어 웃통을 벗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이 어떻게 하다 한 일간지에 소개되면서 일약 ‘몸짱 교수’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몸을 더 열심히 가꾸어보고 가능하다면 (사진집을 만들어)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도 싶다.”

28년 만의 시험 도전

그의 버킷 리스트에는 술집에서 일주일간 근무하는 것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녀와 여행하는 것도 포함됐다.

김 교수는 약속대로 11월 초 자신의 누드사진집 ‘몸과 魂’을 냈다. 우락부락한 조폭용 근육이 아니다. 182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슬림’하고 오밀조밀한 근육이다. 요즘 말로 ‘아이돌 몸짱’이다. 1954년생이니, 한 달 지나면 환갑의 나이에 만든 근육이다. 4개 외국어 시험에도 모두 합격했다. 지난해 3월 중국어 HSK 6급에 응시한 것을 시작으로 JLPT N1(일본어), DELF B1(프랑스어), DELE B2(스페인어)에 잇따라 도전해 합격증을 모두 손에 쥔 것. 4개 외국어 자격증은 현지에서 거주한 사람들도 따기 어려운, 외국인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고급 자격증이다.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은 물론 많은 이에게 신선한 자극을 줬다.



“나와의 약속 2개는 지켰습니다. 28년 만에 당락을 좌우하는 시험에 도전했는데 결국 모두 이뤄냈습니다. 도전의 의미와 성취의 기쁨을 다시 느끼게 됐어요.”

김 교수의 외국어 도전은 흔히 ‘이 나이에 무슨’이라고 말하는 나이 50에 시작됐다. 그의 삶에 작은 변화가 생긴 때가 그 즈음이었다. 2003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토·일요일 이틀간의 황금 시간이 주어졌고, ‘시니어 스태프’가 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무엇을 할까’하고 생각하다가 더 늦기 전에 외국어 공부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국어는 4성조(聲調) 때문에 어려울 거 같아 일본어를 시작했죠. 학원 주말반에 등록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다녔죠. 내친김에 2005년 중국어, 2006년 프랑스어, 이듬해엔 스페인어를 시작했죠. 그저, 해외 세미나 갈 때 길이라도 물어보려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오래할지는 나도 몰랐어요.”

어김없이 주말 오전 10시~오후 1시에는 학원 수업을 듣고 복습을 했다. 지금도 수술이 있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학원에 다닌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후 8시~9시45분에는 프랑스어 학원에, 화·목요일 7시 반~9시 반에는 스페인어 학원에, 일요일 오전 10시 반~오후 1시 반에는 중국어 학원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정말 힘들었죠. 모든 자투리 시간을 긁어모았어요. 외국어 시험은 일단 암기부터 해야 하잖아요? 몸만들기 운동을 하기 전에 20단어를 급히 외운 뒤 단어를 생각하며 바벨을 들고 달리기를 했어요. 출퇴근할 때 지하철 환승을 하다가도 단어가 기억나지 않으면 급히 서서 사전을 꺼내 보고 단어를 외웠어요. 모르는 사람들은 저를 이상하게 봤을 거예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학원 강사들은 김 교수가 강의실에 들어설 때 “무슨 일로 여기 오셨어요?”하고 물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학원을 다녔더니 강남 학원계에서는 ‘정체불명의 외국어 고수’에 대한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스페인어 시험장에선 한 초등생이 계속 쳐다보기에 “나를 아니?”하고 말을 걸었더니 “할아버지도 시험 치세요?”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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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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