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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천연물질 개발 나선 발명가 신재희

“새집 증후군, 천연 코팅제 한방으로 끝장낸다”

웰빙 천연물질 개발 나선 발명가 신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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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손재주

-큰 결심을 하기까지 가족의 반대가 적지 않았을 텐데요.

“결혼하기 전 아내에게 ‘나는 어차피 발명가여서 평범한 회사원으로는 남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고 그 ‘조건’을 아내가 받아들여 결혼을 했습니다.(웃음) 게다가 제가 다니는 회사가 주류(酒類)를 다루는 그룹 계열사라 회사 전체가 술을 즐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를 늘 못마땅하게 여기던 아내는 차라리 잘됐다는 듯이 흔쾌히 사직을 허락했지요. 오히려 회사에서 제가 나가는 것을 매우 섭섭해했어요.”

신 사장은 발명가의 길로 나서기까지 의료기기에 관한 한 국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엔지니어로 명성이 자자하던 인물이다. 그의 타고난 손재주는 지금도 당시 다니던 회사는 물론 의료기기 업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가 미국에서 최첨단 의료기기인 CT촬영기에 대한 기술 연수를 받던 중 생긴 일이다. 교육을 받다 CT촬영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연수가 중단됐다. 수리할 엔지니어가 도착하려면 며칠을 꼼짝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강사는 물론 연수생들이 어찌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신 사장은 미국인 강사에게 자신이 고쳐보겠노라며 몇백장의 소자가 들어 있는 기계 속을 들여다보고서는 단 10분 만에 고쳤다. 미국인 강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엔지니어가 와도 매뉴얼대로 체크하다 보면 언제 고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단번에 수리했냐”면서 마냥 신기해했다.



연수생들은 신 사장 덕분에 무사히 귀국일정을 맞출 수 있었는데, 그가 회사에 도착해보니 미국인 강사가 두산의 최고경영진에게 보낸 ‘우수한 엔지니어’라고 그를 격찬하는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신 사장이 회사의 촉망받는 엔지니어로 승승장구했음은 당연한 일.

발명에 전념하면서도 가족의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손재주 덕분이라고 한다.

“자랑같이 들리겠지만, 고장난 의료기기를 수리하기 위해 저를 부르면 1시간당 30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만큼 저의 실력을 인정해주기 때문이죠. 저는 그 돈을 받아 생활비며 발명에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하면서 연구를 계속해왔습니다. 한때 해외의 유수한 회사에서 거액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제의를 했지만, 어린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손재주는 타고난다는 말도 있는데, 집안 내력이 있나요.

“어릴 때부터 기계를 보면 그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원리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지 않고서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덕에 집안에 있는 시계, 라디오, TV 등 전기전자 제품이 성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무 꾸지람도 않으셨고, 가끔씩 당신께서 근무하시던 한국전력 변전소에 데려가서는 발전에 관해 이러저러한 얘기도 해주셨어요. 재미있는 건 올해 중학교 3학년인 저의 큰딸(신주연)이 저를 쏙 빼닮아 제가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집에서 드라이버를 들고 닥치는 대로 뭘 뜯고 고치고 하는 통에 아내가 혀를 차고 있어요. 그래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신 사장의 집안은 3대가 내리 엔지니어의 피를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의 아버지(신대용)는 한전 원주 변전소장으로 정년퇴직한 기술자이고, 그의 큰형(신재화)은 인천대 전기공학과 교수로 있다. 동생 재인씨는 인하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현재 원주에서 신 사장을 돕기 위해 공장장을 맡고 있다.

새벽녘에 찾아온 영감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친환경 발명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그는 언제나 주변을 관찰하는 데서 발명의 단서를 찾아낸다고 한다.

“원주 고향집 바로 뒤에 몇백년 세월을 거친 고찰이 하나 있어요. 그 절에 자주 놀러갔는데 목재로 된 사찰 기둥이 뒤틀리고 갈라지는 등 제대로 보전이 안 돼 있었어요. 그리고 불이라도 한번 나면 역사적 기념물이 통째로 사라질 것처럼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저는 나무가 뒤틀리는 현상의 주요 원인이 주변 환경의 물기라고 보고 코팅을 통해 방수(放水) 및 발수(發水), 더 나아가 화재로부터 반영구적으로 방염(防炎)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지요. 이미 어린 시절 관찰했던 토란이 코팅제의 중요 성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토란의 어떤 성분이 그런 역할을 하는지 먼저 과학적으로 구명해볼 필요가 있었어요.”

토란의 성분을 알기 위해서는 화학적 분석이 급선무. 그러나 공학도 출신인 그가 화학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3 수험생 못지않은 고난의 학습이 필요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아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화학에 관련된 원료물질을 찾으려 을지로 화공상가를 문턱이 닿도록 돌아다녔습니다. 그곳에서 화학원료를 구입해 합성 등 실험을 하기 시작했죠. 실험할 때는 밤을 새우는 일이 잦았어요. 오피스텔에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않고 화학실험에 매진하다 보니 매캐한 냄새가 주위 사무실까지 퍼졌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이웃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 간첩이 폭탄실험을 하는 줄로 착각해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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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운 기공학 전문가·오운육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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