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1학년 완득이(도완득)는 담임선생을 ‘똥주’라 부르며 신성한 교회에 가서 이렇게 기도한다.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이번 주 안에 안 죽여주면 나 또 옵니다.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담탱이 똥주’도 대책 없기는 마찬가지다. “무슨 놈의 학교가 아무나 야자냐. 될 놈들만 따로 시키던가. 아, 피곤하네. 대충 하고 잘 사람은 자라. 종례 필요 없으니까 시간 되면 알아서 가고.” 교실에서 할 소리 안 할 소리 다 하고, 동네 양아치 저리 가라 수준으로 건들거리는 담임 똥주는 자칭 ‘조폭 스승’이다. 자기가 조폭으로 키운 건 아닌데 제자들이 알아서 조폭이 되었단다.
그런데 완득이네가 새 옥탑방으로 이사를 하고 보니 거짓말처럼 옆집 옥탑방에 담임 똥주가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잘 하는 것은 싸움질밖에 없는 완득이와 카바레 춤꾼으로 살아온 난쟁이 아버지, 역시 그 아버지 밑에서 춤을 배우다 어느새 가족이 되어버린, ‘몸은 짱인데 말은 꽝인’ 말더듬이 민구 삼촌까지 기묘한 조합의 완득이네와 옆집 담임 똥주는 이웃사촌이 된다.
어느 날 완득이는 집 나갔다는 어머니가 베트남 여자이며 자기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과, 옥탑방에 사는 담임 똥주가 사실은 부잣집 아들이고 지금은 교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완득이는 킥복싱을 시작한다. ㅋ이 떨어져나간 ‘복싱 체육관’의 간판처럼 완득이의 인생도 어디서부턴가 꼬여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완득이는 비관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래, 쓰자. 소설이 별거냐. 나 산 대로만 써도 노벨문학상 감이다”하며 툭툭 털어버린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 대해 “희화적인 인물 설정과 리드미컬한 대화,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유머는 잘 읽히는 수준을 넘어, 눈앞에 곧장 만화 페이지가 넘어가는 느낌마저 준다”고 평했다.
도시 빈민가 소년,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 등 현실 세계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명랑만화 한 편을 읽는 것처럼 속도감이 있다. ‘씨팔’‘좆나게’ 같은 원색적인 욕설조차 유머로 들린다. 소설은 시종 ‘원 투 차차차, 쓰리 투 차차차’ 난쟁이 아버지의 날렵한 스텝처럼 경쾌하고 유쾌하다.
빵 속에 담긴 인간의 욕망
소설 ‘완득이’의 여세를 몰아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창비)도 현실 세계의 추악함을 판타지의 당의정을 입혀 독자의 입 안에 쏙 넣어준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100m쯤 내려와 마을버스 정류장 근처에 24시간 영업하는 제과점. 평범해 보이는 동네 빵가게인 줄 알았는데 그곳에서 굽는 빵과 과자들은 심상치 않았다. 라푼첼의 머리에서 떨어진 비듬을 모아서 만든 모닝 롤, 고양이 혓바닥 3종 세트인 젤리,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먹이면 평균 2시간 동안 뇌신경세포를 교란시켜 그가 무슨 일을 해도 실수하게 만드는 ‘악마의 시나몬 쿠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먹이면 평균 48시간 당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체인 월넛 프레첼’. 어느 날 ‘나’는 집에서 도망쳐 화급히 몸을 피할 곳을 찾다가 ‘위저드 베이커리’의 오븐 속에 숨으면서 동네 빵집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주인공 ‘나’는 어릴 때 엄마가 자살한 뒤 말을 더듬게 된 열여섯 살 소년이다. 비교적 잘나가는 캐릭터 완구회사의 영업부장인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인 ‘배 선생’과 재혼을 한다. 배 선생은 여덟 살인 딸 무희를 데려와 한가족이 된다. ‘백설공주’의 계모는 없었지만 배 선생은 ‘나’라는 존재를 벌레 보듯 싫어한다. 점점 ‘나’는 새엄마와 마주칠 시간을 줄이기 위해 새벽같이 학교에 가서 매점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저녁이면 빵을 사가지고 방에서 혼자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