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으려는 권력자 vs 뺏기지 않으려는 자세계사는 돈과 재산 두고 벌인 ‘투쟁의 역사’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지배자(권력자)가 힘으로 피지배자를 굴복시킨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와 함께 계속돼 온 인간의 정복과 약탈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강압 수단 중 인간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행위는 징세(徵稅)다. 징세는 폭력을 통해 남의 것을 빼앗는 약탈과는 달리, 제도나 시스템을 이용해 남의 것을 취하는 수탈의 한 형태였다. 성경에서 예수가 세리(稅吏)를 꾸짖은 것도 법치국가가 나오기 이전에는 징세가 수탈의 한 형태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징세는 세계 정치사를 이끈 동인(動人) 가운데 하나였다. 유사 이래 상대의 돈과 재산을 빼앗으려는 권력자(군주, 교황, 영주 등)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귀족, 평민 등) 간의 투쟁이 있었다. 유럽 전체로 보면 교황과 군주 간의 힘겨루기도 교회세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었지만, 한 국가 내에서도 계급·계층 간 세금을 둘러싼 투쟁은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 나라가 영국이었다. 수탈의 역사는 유럽이거나 동양이거나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텐데, 어째서 유독 영국에서 왕의 과세권(課稅權)에 대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이를 제한하는 선언문이 나오고, 타협과 합의를 중시하는 의회민주주의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지금부터 영국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