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조은명
그곳을 지나 자동개폐문을 열고 들어간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통유리 가운데 커다랗게 붙어 있다. 난 가끔 이곳과 얼마나 관계가 있는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습관처럼 자동문 속으로 빨려들어가 일 속에 파묻힌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고향의 장터처럼 시끄럽고 어수선하지만 가끔은 태풍 직전의 무거운 침묵처럼 숨이 막힐 때도 있다. 어떤 경우가 됐건 나는 작은 손가방을 서랍 속에 넣고, 컴퓨터를 켜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밤 입원한 환자의 이름과 간단한 병력들을 챙겨 본다. 가족들의 연락처가 없거나, 사회보장번호가 없거나, 행려자로 구분되면, 내 머릿속에는 빨간 불이 켜진다. 그들은 오늘 해야 할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정해진다.
그해 여름
1984년 여름, 나는 남편과 세 살 난 아이와 함께 태평양을 건넜다. 화학을 전공한 남편이 유학을 떠나는 것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많은 이공계 졸업생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