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호

죽음 앞의 삶

  • 전지은

    입력2010-10-18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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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앞의  삶

    일러스트·조은명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옆이 보호자 대기실이다. 그곳은 늘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사람들의 표정도 대부분 어둡다. 어떤 이는 넋을 놓은 듯 창밖을 내다보고, 또 어떤 이는 랩톱을 펼쳐 인터넷을 두드리며 열심히 무언가를 찾거나 전화기로 누구와 텍스팅을 하고 있다. 침묵을 깨는 것은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대기실 안의 커피메이커 소리. 커피의 향긋한 냄새에도 심해(深海) 같은 침묵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곳을 지나 자동개폐문을 열고 들어간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통유리 가운데 커다랗게 붙어 있다. 난 가끔 이곳과 얼마나 관계가 있는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습관처럼 자동문 속으로 빨려들어가 일 속에 파묻힌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고향의 장터처럼 시끄럽고 어수선하지만 가끔은 태풍 직전의 무거운 침묵처럼 숨이 막힐 때도 있다. 어떤 경우가 됐건 나는 작은 손가방을 서랍 속에 넣고, 컴퓨터를 켜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밤 입원한 환자의 이름과 간단한 병력들을 챙겨 본다. 가족들의 연락처가 없거나, 사회보장번호가 없거나, 행려자로 구분되면, 내 머릿속에는 빨간 불이 켜진다. 그들은 오늘 해야 할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정해진다.

    그해 여름

    1984년 여름, 나는 남편과 세 살 난 아이와 함께 태평양을 건넜다. 화학을 전공한 남편이 유학을 떠나는 것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많은 이공계 졸업생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