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호

교활한 계산법이 헤아리지 못한 것

[책 속으로] 이미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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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4-01-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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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솔 지음, 민음사, 244쪽, 1만7000원

    이솔 지음, 민음사, 244쪽, 1만7000원

    식당 방문 전에 그날 선택할 메뉴를 온라인에서 먼저 검색하고, 가야 할 길을 미리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도움 없이 운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틱톡 등 비주얼 이미지를 매개로 소통하는 채널 이용 빈도와 횟수가 크게 늘면서 ‘실재’를 접하는 것보다 ‘이미지’를 매개로 일상을 영위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이다. 원한다면 누구나 이미지를 매개로 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누구나 시공간 제약 없이 그것을 접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바야흐로 이미지 중심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지 이론 연구로 서강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미지에 크게 의존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이미지의 범람 속에 길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규정한다. 손끝으로 이런저런 이미지 콘텐츠를 뒤적이고, 재생 속도를 높여 지루한 부분을 건너뛰어 앞질러 가기도 하고 때로는 두세 가지 콘텐츠를 동시에 소비하지만, 문제는 누구도 그 같은 이미지 중심 콘텐츠를 보도록 강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지금 당신이 보는 이미지는 당신 스스로 보기를 원했기에 당신 눈에 보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알고리즘에 의해 정확히 계량돼 평균화된 니즈를 따라 제작되고 그 니즈에 의해 선택되는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미지 중심의 효율적 시스템 속에서 현대인은 측정할 수 없는 염증을 느낀다”고 말한다. 교활한 계산법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은 바로 사람에게는 천 개의 욕망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끝나지 않은 전쟁 6·25
    구자룡 지음, 화정평화재단, 400쪽, 2만 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70여 년 전 북한의 6·25 침략을 떠올리게 한다. ‘사회주의 세력 확장’을 노리는 전쟁이 21세기에도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 체제 경쟁의 산물이 6·25전쟁으로 이어졌다면 미·중 패권 경쟁은 또다시 한반도에 전쟁의 음습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과거는 미래를 조망하는 거울이 될 수 있다. 책 ‘끝나지 않은 전쟁 6·25’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입증하고 유지해 ‘21세기판 에치슨 라인’ 밖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박물관 순례 1·2
    유홍준 지음, 창비, 1권 324쪽, 2권 316쪽, 각권 2만 원

    경기도 연천 전곡리 유적은 세계 고고학 지도를 바꾼 획기적 발굴이 이뤄진 곳이다. 1978년 미국 병사 그레그 보엔이 이곳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발견하면서 동아시아에는 주먹도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기존 학설이 뒤집힌 것. 이후 유적 전체가 공원으로 조성되고 전곡선사박물관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우리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이자 배움터로 거듭났다. 책 ‘국토박물관 순례’는 전국에 분포한 유적 중 역사적 가치가 돋보이는 유적을 둘러보며 한반도 신석기시대를 소개하고 있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 : 두 번째 상자
    윤성근 지음, 프시케의 숲, 340쪽, 1만6800원

    스마트폰 보급 이후 모든 정보가 ‘온라인’으로 유통되면서 ‘책’과 같은 전통적 매체는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거실 한편을 가득 채운 책장은 ‘정보의 보고’라기보다 집주인의 ‘지적 욕구’를 대변하는 디스플레이 도구로 전락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책’은 우리 삶과 긴밀히 얽혀 있을뿐더러 인연의 고리가 되기도 한다. 헌책방을 운영하며 10년 넘게 사람들의 ‘인생 책’을 찾아준 저자는 ‘인생 책’에는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는 그 사람만의 삶의 사연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사연을 정리해 두 번째 책으로 묶어냈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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