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이준석 국민의힘 떠나는 날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합니다. 동시에 제가 가지고 있던 국민의힘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합니다.”
27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국회 대신 상계동의 식당을 기자회견 장소로 택한 것엔 정치적 고향에서 새 시작을 알리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20대 총선과 2018년 재보궐선거, 21대 총선에서 노원병에 출마한 바 있다.
기자회견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2시 무렵부터 식당 주변엔 인파가 몰렸다. 이 전 대표에게 성상납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유튜버들과 이 전 대표를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맞물리며 현장은 내내 소란스러웠다.
오후 3시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 전 대표는 “정치를 시작한 지 12년째 되는 오늘을 그날로 정해놓고 지난 몇 달간 많이 고민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젊은 세대가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당내 시대착오적 관성과 강하게 맞서야 할 필요가 있었다. 과정이 불편했던 당원이 있었다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호사가들은 국민의힘의 현 상황이 안 좋으면 때를 기다리고 기회를 보라고 말한다. 3년 전의 나라면 아마 ‘와신상담’과 ‘과하지욕’ 등 고사성어를 되뇌며 ‘당을 위한 헌신’과 같은 여의도 방언을 입 밖으로 내었을 것”이라며 “사실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냐는 자세로 만수산 드렁칡과 같이 얽혀 살 수 있다. 실제로 이미 몇 달 전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자리도 제안 받은 적 있지만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내 선택은 내 개인에 대한 처우, 내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비상 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다.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절망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대한민국이 정체된 사이 여러 가지 거부할 수 없는 도전들이 쌓여간다”며 “대통령 이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신당 창당 로드맵은 무엇인가.
“신당 ‘개혁신당(가칭)’은 오늘 발족한다. 시‧도당을 결성하고 중앙당을 등록하는 일반적 정당 창당 절차를 거쳐서 최대한 빠르게 할 것이다.”
함께하는 사람이 없어 ‘외로운 탈당’이라는 지적이 있다.
“합류 인사에 대해선 차근차근 공개할 예정이다. 이른바 ‘천아용인’에 대해서도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개인적 고민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거취는 곧 알게 될 거다. 그들에게 ‘가장 명예로운 방식으로 국민들께 본인의 뜻을 알려 달라’고 말했다.”
다른 제3지대 정당과 연합 가능성은 있나.
“내가 함께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다. 노회찬의 정의당이라고 말한 까닭은 그때의 정의당과 지금의 정의당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과는 매우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노원병에 출마하나.
“나는 상계동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잠시도 버려본 적이 없다. 신당을 이끌어가는 과정이다 보니 여러 가지 다른 역할이 부여될 수 있다. 그에 맞게 거취를 선택할 생각이다.”
한동훈 비대위로 인해 신당의 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나는 이제 경쟁자의 관계로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매년 ‘이준석의 대항마’ 타이틀을 들고 등장하는 사람이 한 명씩 있다. 그런데 그들이 이준석을 부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행보를 시작했을 때 어려움을 겪는 걸 봤다. 한 위원장이 ‘세대포위론’을 부정하면서 나서는 걸 보니 안쓰럽다. 세대포위론이 아니면 선거에서 이길 방법이 없을 거다. 이준석과 차별화할 게 아니라 대통령과 차별화하길 바란다.”
국회 입성을 위해 신당을 창당한 것은 아닌가.
“창당 자체가 그런 견해를 부정하는 것이다. 내가 국회 입성을 노리고 정치를 했다면 훨씬 더 안정적 선택이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유력 인사로부터 총괄선대위원장, 텃밭 출마를 제안 받았지만 거부했다. 신당 성공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뿐 내 욕심을 위한 선택을 한 적은 없다.”
총선 국면에서 국민의힘과 연대 가능성은 없나.
“우선 총선 이전에 연대 가능성은 ‘제로(0)’다. 이후에도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이준석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는데.
“지난 2년간 국민의힘이 이 상태에 이른 것은 당이 ‘이준석 때리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탄핵을 겪은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승민 때문이야’라고 했나. 그렇게 해서 승리했던가. 패배 책임을 내 탓으로 돌린다 해도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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