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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8000억원대 당진화력 9·10호기 표류 내막

“지식경제부 부적절한 개입으로 사업 1년 지연”

2조8000억원대 당진화력 9·10호기 표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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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업 표류로 1년간 3000억원대 손실
  • ● 자격 없는 두산중공업에 사실상 수의계약 종용
  • ● 이윤호 장관 지시로 K 실장이 한국동서발전 경영진에 요구
  • ● 수의계약과 다름없는 국제경쟁입찰 우려
2조8000억원대 당진화력  9·10호기 표류 내막
2조8000억원대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당진화력발전소 9·10호기 건설공사 사업이 지식경제부(장관 이윤호·이하 지경부)의 부적절한 개입으로 난항을 겪어왔다.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은 애초 2008년 6월 이 사업의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었으나 지경부의 개입으로 지난 1년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끌어왔다. 그 결과 공사 착수 지연으로 3000억원(1일 8억~9억원)가량의 손실액이 발생했고, 국가적 전력수급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지경부는 올해 초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들에게 기술 수준을 갖추지 못한 두산중공업과 특혜라고 볼 수 있는 사실상 수의계약을 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겉으로는 두산중공업에 입찰 참여 기회를 주라는 것이었지만 내용상 두산이 사업권을 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게 한 것. 한국동서발전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자회사이므로 지경부의 요청을 거절하기가 힘든 처지다.

그러나 한국동서발전의 내부 제보로 올해 3월 감사원이 한국동서발전을 상대로 감사를 벌였고, 감사원은 “지경부의 요청이 부적절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두산중공업이 공사한 영흥 1·2호기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한국동서발전이 당진 9·10호기와 관련해 세운 계획대로라면 언제든 시행해도 좋다. 그게 아니면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는 요지의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조8000억원대 당진화력  9·10호기 표류 내막
이후 한국동서발전은 사업 공급계약 방식을 국제경쟁입찰로 바꾸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다만 국제경쟁입찰에 들어간다 해도 그 조건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수의계약과 다름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감사원과 발전업계는 이를 관심 깊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애초 2008년 6월 입찰 예정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2월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두산중공업 정지택 부회장으로부터 당진화력 9·10호기 건설사업과 관련, 수의계약을 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지경부 K 실장에게 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 실장은 2월18일 한국동서발전 이길구 사장, 박상준 건설처장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사업권을 두산중공업에 줄 것을 요구했고, 이 사장과 박 처장은 “두산이 영흥화력 1·2호기 등을 건설했는데 기술력이 부족해 하자보수가 많았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K 실장은 2월25일 P 사무관을 시켜 다시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들에게 같은 내용을 요구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동서발전은 당진 9·10호기에 대해 경제적인 기술 수준으로 확인된 발전 시스템(단위용량 100만kW급, 증기온도 600/600℃)을 국제공개입찰을 통해 도입하기 위해 2008년 6월 입찰안내서에 대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참고로, 증기온도 표시 가운데 앞의 숫자는 주증기, 뒤의 숫자는 재열증기의 온도를 뜻한다. 증기온도가 높을수록 기술 수준이 높으며, 보통 10℃ 차이를 기술력의 한 단계로 구분하는데, 전문가들은 한 단계 높이는 데 2년간의 실증경험이 쌓여야 상용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07년 10월 한국전력기술(KOPEC)과 설계기술 용역을 계약한 이후 기본 설계를 확정해 사업이 20% 이상 진행 중이었다. 이미 230억원의 설계비도 한국전력기술에 지급된 상태였다. 이 사업은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 전체 설비용량의 20%를 차지하는 대규모다. 총공사비 2조8000억원 가운데 주기기인 터빈과 보일러 공급분만 약 6000억원대.

무엇보다 한국동서발전은 당진 9·10호기에 도입하려는 터빈과 보일러 기술을 두산중공업이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두산중공업이 주도해 설계한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 당진화력 5~8호기, 태안화력 7·8호기 등 14기는 현재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당진화력 9·10호기보다 훨씬 낮은 증기조건(566/ 593℃)인데도 성능이 떨어져 중대한 결함이 자주 발생했다는 것. 발전 정지를 예방하기 위해 당진 5~8호기, 영흥 3·4호기는 증기온도를 약 15℃ 낮춰 운전해왔다.

기술력에 대한 의견 차이

특히 영흥화력 1·2호기는 보증효율(48.26/ 47·56%)과 출력(81만4000/ 80만kW)이 미달돼 고압 터빈을 신품으로 교체했으나 높은 진동 발생으로 출력을 낮춰 운전하는 등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 보유사인 한국남동발전 측이 공사 계약금액(850억원)보다 많은 95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흥 1·2호기는 국내 최초로 단위용량 80만kW급, 증기온도 566/566℃ 성능으로 격상시킨 발전소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은 전력연구원과 함께 정부주도형 연구과제로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사례가 없는 차세대 화력발전기술인 단위용량 100만kW급, 증기온도 610/ 621℃를 선정해 기술개발을 해왔다며 기술력을 자신하고 있다. 2002년 8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수행된 이 프로젝트에 지경부가 381억원을 투입했고, 두산중공업이 315억원을 투입했다. 두산중공업은 이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기술을 축적했다며 당진화력 9·10호기 건설을 수주하려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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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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