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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가 시속 250km로 달린 이유는?

자동차 유머를 통해 들여다본 자동차 세상

김 여사가 시속 250km로 달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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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독인 조상은 원숭이가 아니다. 원숭이는 하루에 바나나 두 개만 먹고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공산당이 사막을 장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래 품귀 현상이 벌어진다. 통일 전 동독과 서독에선 이처럼 사회를 풍자하는 유머가 유행했다. 동독에서 활동하던 서독 정보 요원은 시중 유머를 수집해 보고했다고 한다. 유머로 동독 사회의 변화상을 가늠했다는 것. 자동차 강국인 독일에는 자동차 유머도 많다. 신흥 자동차 강국이자,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나라 못지않은 한국에도 기지가 번뜩이는 자동차 유머가 많다. 자동차 유머를 통해 자동차 세상을 들여다본다.
김 여사가 시속 250km로 달린 이유는?
동독과 서독에서 사랑받던 유머의 소재 중 하나가 ‘트라반트(Trabant)’자동차다. 트라반트는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지 30여 년간 기능이나 디자인에 변화 없이 팔려왔다. 오토바이 엔진으로 사용되는 2행정 엔진을 갖췄으며 철판이 아닌 압축 카드보드로 차체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이 차는 빗속에 오래 세워두면 차체가 물렁해진다는 설도 있었다.

‘어른이 4명 탈 수 있으며 짐도 실을 수 있다’는 점이 유일한 마케팅 포인트였으나 공산주의국가에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던 차량이었기 때문에 마케팅이 필요 없었다. 30년간 모델을 바꾸지 않고도 300만대를 팔 수 있었던 것은 공산주의 국가였기 때문이다.

연료가 불완전 연소돼서 움직일 때마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이 차는 ‘트라반트’라는 정식 명칭보다 ‘트라비(Trabbi)’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했다. 연료탱크 용량은 마티즈(35L)보다 훨씬 적은 25L수준. 서독 부자가 4500cc, 5000cc 메르세데스 벤츠와 스포츠카 포르셰를 몰고 다니는 동안 동독인은 이런 차를 타고 다녔다.

세계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드는 독일에서 트라비가 안 씹혔을 리 없다. 통일 후에도 트라비는 유머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지금 당장 중고차 시장에서 트라비의 값을 두 배로 올리는 비결은? 정답. 연료탱크를 꽉 채운다.



세계 최고 자동차 유머로 떠오른 트라비

김 여사가 시속 250km로 달린 이유는?

세계 최고 자동차 유머 소재를 제공한 트라비.

트라비 새 모델이 시판됐다. 새 모델에는 배기구가 두 개 달려있다. 이 차는 어떤 용도로 쓸 수 있을까? 정답. 손수레로 쓰면 된다(배기구 두 개를 손으로 잡고 밀고 다니면 된다는 뜻).

중동의 한 석유 부자가 동독을 방문하던 중 주문하면 10년 뒤에 배달된다는 ‘트라반트’라는 차의 존재를 알게 됐다. ‘롤스로이스도 이보다는 제작기간이 짧을 텐데…’, 이렇게 생각한 부자는 물건을 보지도 않고 차를 주문했다. 트라반트 제작사는 차를 산 사람이 갑부라는 사실을 알고 인도 순서를 무시하고 방금 생산된 트라반트를 부자에게 탁송했다.

컨테이너가 도착하자 부자는 차를 자랑하기 위해 친구들을 불렀다. 컨테이너 뚜껑이 열리고 안에서 트라반트가 나오자 친구들이 부자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와, 이 차를 받으려면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하는구나. 그래서 회사에서 너에게 종이로 만든 미니카를 먼저 보내준 거군! 근데 이거 봐! 이 모델, 운전도 할 수 있나봐.”

한 서독 사업가가 동독을 방문했다.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몰고 동독에 들어서자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그만 와이퍼가 고장 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즉시 인근 카센터로 차를 몰았다. 카센터 직원은 “동독에서는 벤츠 부품을 구할 수 없다”며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고쳐보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서독인 사업가가 카센터를 다시 찾았을 때 벤츠의 와이퍼는 말끔히 고쳐져 있었다.

“동독에서 어떻게 벤츠 와이퍼 모터를 구하셨죠?”

사업가가 묻자 카센터 직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못 구했어요. 그래서 그냥 트라비 엔진을 끼웠어요.”

트라비 유머의 압권은 ‘아우토반의 트라비’다. 이 유머는 세계 각국에 수출돼 각국의 저성능 소형 차량으로 이름을 바꿔 유행을 탔다. 국내의 경우‘티코’로 이름이 바뀌었다.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서 트라비가 고장으로 섰다. 트라비 운전자가 길 한가운데에서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는 모습을 본 포르셰 운전자가 트라비 앞에 차를 세웠다.

“차가 고장 났나 보죠? 끈으로 묶어서 제 차로 정비소까지 견인해 드리겠습니다.”

포르셰 운전자의 제안에 트라비 운전자는 “고맙다”고 반겼다.

트라비 운전자는 “제 차는 시속 100km를 넘게 달리면 안전에 문제가 생기니까 천천히 달려야 한다”고 부탁했다. 포르셰 운전자는 “알겠다”고 했고 “혹시 내가 너무 밟는 것 같으면 뒤에서 경적을 울려 달라”고 당부했다.

포르셰 운전자는 자신의 차로 트라비를 끌면서 길을 출발했다. 포르셰와 트라비가 나란히 2차로로 얌전하게 가고 있는데, 바로 옆 1차로에서 갑자기 나타난 페라리가 시속 250㎞의 속도로 포르셰를 지나쳐갔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포르셰 운전자. 뒤에 트라비가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순간 잊고 1차로로 바꿔 타고 페라리를 쫓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트라비 운전자는 속도를 줄이라고 경적을 울려댔으나 흥분한 포르셰 운전자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포르셰는 마침내 페라리 뒤까지 바짝 쫓아가 페라리에게 비키라고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근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의 눈에 이 광경이 들어왔다. 아르바이트생은 즉시 전화로 방송사에 알렸다.

“지금 아우토반에서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포르셰가 페라리를 추월하겠다고 막 경적을 울리면서 쫓아가고 있는데, 포르셰 바로 뒤에서 트라비가 둘 다 비키라고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면서 따라가고 있어요.”

이 유머가 한국에 들어와서는 티코 시리즈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페라리와 포르셰는 그때그때 말하는 사람에 따라 그랜저나 에쿠스, 또는 수입차 등으로 차종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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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엽│동아일보 인터넷뉴스팀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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