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사례에서 박씨가 완벽하고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그는 매장에 방문하기 전 생각한 대로 저렴한 42인치 LED TV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매장 입구에 전시된 55인치 TV를 본 뒤 그는 크기는 좀 작지만 가격은 많이 저렴한 47인치 TV로 마음을 바꾸게 된다. 이런 외부 요인에 따른 선호의 변화를 행동경제학에서는 ‘맥락 효과(contextual effect)’라고 정의한다. 비싼 물건을 잘 판매하는 매장은 고객이 비싼 상품을 선호하게 만드는 나름의 노하우가 쌓여 있다.
세 번째 사례에 등장하는 서씨는 위험을 때로는 회피하고 때로는 선호하는 ‘두 얼굴의 사나이’일까? 기대 효용 이론에서는 기본적으로 ‘위험 회피(risk aversion)’를 가정하기 때문에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이려는 사람은 절대로 복권과 같이 위험이 높은 상품을 구매해선 안 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처럼 상반된 기준의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복권과 같이 당첨될 확률이 낮은 사안의 경우,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당첨될 확률을 주관적으로 더 높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기대수익률 역시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많은 사람이 위험을 회피하면서도 복권을 구매하는 이유다.
행동경제학에서 이러한 현상을 ‘객관적 확률에 대한 가중치 함수(weighting function)’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전날 돼지꿈을 꾸거나 주위에 두 자리 숫자가 대여섯 개 보이면 왠지 복권이 사고 싶어지는 경우가 있다. 객관적인 복권 당첨 확률은 전혀 변화가 없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당첨 확률은 수십 배 아니 수백 배 높아진 것이다. 복권 구매로 인한 기대수익도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복권을 구매한다.
복권과 같이 이득이 예상되는 경우, 사람들은 위험 선호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서 볼 수 있듯 광우병 발생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문제 발생 확률이 아주 희박하더라도 사람들은 극단적인 위험 회피 경향을 보일 수 있다.
‘기대 이론’ VS ‘기대 효용 이론’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왼쪽)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경영대 교수.(오른쪽)
1979년 행동경제학의 중심 이론인 ‘기대 이론(prospect theory)’을 발표한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와 고인이 된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행동경제학은 본격적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넛지’의 공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경영대 교수, 조지 로웬스타인 카네기멜론대 심리학과 교수, 콜린 캐머러 캘리포니아 공대 심리학·뇌공학과 교수,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인 댄 애리얼리 듀크대 경영대 교수 등이 경제학, 경영학, 뇌공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주요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대중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다양한 서적을 발간해 행동경제학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높였다. 특히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선거운동 단계부터 탈러 교수가 경제자문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행동경제학의 정책 적용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