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시카고는 ‘이자율 변화가 거시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전체 소비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의 정보관련 문제와 의사 결정에서 생기는 편향(bias)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정 거래 및 소비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에서도 2007년 ‘행동 경제학과 소비자 정책’이라는 제목 아래 대규모학술 대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통신 서비스, 신용카드 등 구체적인 산업에서 나타나는 소비자의 의사 결정 편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정책 적용 방안을 주제로 토론했다.
이처럼 세계 경제학을 이끄는 미국은 이미 행동경제학에 대한 연구 수준도 높을 뿐 아니라 이를 금융, 산업, 노동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요 국책 사업의 타당성 평가에 사용되는 ‘비용 편익 분석’의 경우, 기대 이론에서 설명하는 손실 회피 경향을 감안한다면 비용 부분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인간의 행동 특성, 조직적 연구 필요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도 행동경제학적 접근을 생소하게 여기는 경향이 높다. 개별적인 학술 연구는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경제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책 연구원이나 주요 대학 경제학과에서는 행동경제학과 경제정책에 대한 수준 높은 세미나나 학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기존 주류 경제학의 이론적 토대인 ‘기대 효용 이론’에 입각한 경제정책이 많이 수립되고 있다. 이들 정책은 그 실효성을 높이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행동경제학적 접근법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그 연구 결과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 먼저 학계와 주요 국책 연구원, 중앙은행 등이 중심이 돼 국내에서 진행되는 행동경제학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 연구 역량과 기존 연구 내용을 정리하고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한 논의도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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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개인이 모이면 전체가 되는 것처럼 개인 수준의 다양한 자료를 모아서 기존 경제정책에 대한 개인의 행동 반응을 연구할 수 있는 패널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강점인 전자결제 수단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처럼 개인의 소비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모아, 실제 다양한 경제정책이 소비자 혹은 기업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어떤 행동을 이끌어내는지 미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라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겠지만, 선진국이 하기 힘든 방법을 우리가 시도할 때 선진국에 비해 더 효과가 높은 정책을 수립,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행동 연구소(behavioral lab)가 바로 그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인지과학과 뇌 과학에 관련한 연구 기반을 다지고, 연구 인력을 확충하는 데 더 많이 투자해야 할 것이다.